여심위 등록 업체만 정당 지지율 등 선거 관련 조사 가능
대통령 탄핵 등 정치 현안은 미등록 기관도 할 수 있어
통제·관리돼도 객관성 문제 불거져…정당 유착 의심도
미등록 업체 조사 결과, 특히 공정성 지적 끊이지 않아
6.1 지방선거 당일인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에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론조사인지 여론조작인지 모를 불량 여론조사가 판치고 있다." (10월 20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정치권에서 연일 여론조사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과반을 넘는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여당을 중심으로 더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조사를 진행한 여론조사 기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왜곡 조사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정파적 문제를 떠나, 여론조사 기관 설립 및 여론조사 심의 기준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진입 장벽이 낮아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우후죽순 난립한다는 지적이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선·총선 지지율, 정당 지지율 등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여심위에 등록된 업체만 가능하다. 여심위에 등록한 업체는 심의 등 관리받는 건 물론 설문지나 통계 등 자료 일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뒤집어 말하면, 이를 제외한 대통령 탄핵, 정당 대표 적합도 등 정치 현안 조사는 여심위 미등록 업체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 여론 형성과 정치 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설문을 진행하면서, 모든 정치 여론조사에 들어가는 정당 지지율 등을 제외해 여심위 등록 및 관리·통제를 회피하는 '꼼수'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여심위 통제를 받아도 독립성과 객관성 문제가 불거지는 마당에, 여심위 미등록 업체의 조사 결과는 이를 더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는 여심위 미등록 업체와 특정 정당의 유착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일부 진영과 결탁한 여론조사기관들은 여론조사를 통해서 여론을 조성하려고 하는 의도를 갖고 있기도 하다. 대통령 탄핵 조사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며 "대통령 탄핵 조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탄핵 비율이 높게 나오면 계속 기사화되고 다른 여론조사 기관들도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비일비재했다. 당대표 선거라든지, 차기 대권주자 선거에서도 그런 의도를 갖고 한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치권으로부터 이러한 의심을 받는 곳이 있다. 여심위 미등록 업체인 넥스트위크리서치로, 이 업체가 지난 9월 22일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주장 공감도' 여론조사(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에 따르면 탄핵 주장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52.7%,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3.6%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는 정치보복이다 50.7%' '윤 대통령 뉴욕 발언은 바이든이 맞다 61.2%' '부동산 정책을 잘한 정부는 문재인 정부 41.0%, 윤석열 정부 38%' 등 정치적으로 주목될 만한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위 공정미디어소위원회는 지난 21일 "넥스트위크리서치는 '정치 현안'만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여심위의 통제를 피해갔다"며 "넥스트위크리서치의 조사가 과연 얼마나 공정하게 진행됐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김상훈 의원도 지난 20일 "누가 보더라도 야당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만 나온다"며 "여심위 통제를 받아도 믿기 어려운 조사가 많은데 심의도 안 받으면서 편향된 조사 결과를 매주 내놓는다면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업체 대표가 여심위 등록업체인 '리서치뷰' 공동대표이자, 과거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같은 의심을 키웠다. 이 업체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에 "기존 여론조사 업체(리서치뷰)를 오래 운영하다 보니 일부 응답자에게 업체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 생겨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독립 법인을 새로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다"며 두 회사의 조사 데이터를 비교해 더 객관적인 여론을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도 해명했다.
의도가 어떻든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과거 여론조사 과정에서 특정 답변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질문 등으로 과태료 처분 받은 사례를 보면 모두 여심위의 사후 통제 단계에서 걸렸다. 여심위 등록을 회피하면 이런 경우가 있더라도 전혀 알아챌 수도 없고 잡아낼 수도 없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여론조사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공익성과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며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특히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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