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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얼마면 볼래?②] 시야제한석까지 VIP석이라고? 내 맘대로 좌석 색칠


입력 2022.10.24 08:15 수정 2022.10.24 08:1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대부분의 작품, 공연장의 절반 이상 VIP석으로 지정

"공연장 무대 특성 고려해 좌석 등급 구분...시야확보가 가장 중요"

“이 공연 색칠이 왜 이래?”


최근 한 뮤지컬 좌석배치도가 공개되자 제작사의 공식 SNS에 잇따라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색칠’은 좌석 등급 구분을 이르는 말로, 등급별로 다른 색이 칠해져 있는 좌석배치도에서 비롯됐다. 이 ‘색칠’은 뮤지컬 업계에서 티켓값 상승 논쟁과 함께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좌석은 줄고, 비싼 VIP석과 R석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야가 좋지 않은 이른바 ‘시야제한석’까지도 VIP석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어 팬들의 불만이 높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예술의전당

티켓은 보통 가격 순으로 VIP, R, S, A, B석으로 구분된다. 이 중 10만원 이상의 가격이 책정되는 좌석은 VIP와 R석이이고 작품에 따라 S석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주로 VIP석은 1층의 중앙과 앞구역, R석은 1층 사이드와 뒷구역 및 2층 앞구역에 분포돼 있는데, 이들 중 가장 넓은 구역은 가장 비싼 VIP석이다. 때문에 VIP 좌석의 가격 책정은 항상 고가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물론 처음부터 VIP 좌석의 분포가 넓은 건 아니었다. 2006년 이전만 해도 VIP석은 극장의 중앙 불록 4~6줄 정도, 총 100석 이내에 한정됐다. 이때만 해도 VIP석은 진정한 ‘로열 좌석’으로 인식됐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공연으로 꼽히는 ‘오페라의 유령’(2001) 초연 당시에는 VIP석이 15만원이 책정됐는데, 이 가격에는 프로그램북 및 주차권, 공연 전 VIP라운지 이용권 등 특별 서비스가 포함돼 있었다. 2005년 내한해 프랑스 뮤지컬의 붐을 일으킨 ‘노트르담 드 파리’는 VIP석을 60석 한정으로 25만원으로 책정하면서 인터미션 시간에 와인과 간단한 간식, 뮤지컬 CD 및 프로그램북 등을 제공하는 부대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다.


이 당시에도 가격을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면서 내한 뮤지컬 역시 높은 가격을 책정하진 못했다. 때문에 2010년까지 VIP석 12만원, R석 10만원이라는 시장의 암묵적 원칙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공연 제작사에서는 여러 방법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암묵적으로 형성된 가격을 유지하되, 상대적으로 관객들의 거부감은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높은 티켓 가격인 VIP석과 R석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었다. 실제로 2000년대에 비해 2010년 VIP과 R석 비중은 두 배가량 증가했고, 현재는 많은 작품들이 공연장의 절반 이상을 VIP석으로 채우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세종문화회관

좌석등급 구분의 가장 큰 요인은 ‘시야 확보’다. 한 공연 홍보사 관계자는 “공연장의 무대 특성을 고려해 좌석의 등급을 나눈다. 보통은 본 공연 전까지 여러 차례의 리허설을 하면서 시야 확보 점검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도 최근 뮤지컬 ‘마틸다’의 시야제한석을 판매하면서 “티켓오픈 전 무대 도면과 객석 도면의 검토, 2018년 초연 시 진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판매 구역을 설정한 후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그런데 무대 셋업이 완료된 후 객석 시야 확인 중 극장 객석 구조의 특성상 도면에서 미처 파악할 수 없었던 일반 좌석에서 일부 시야 제한이 발생한다고 판단해 해당 좌석을 해외 프로덕션과 회의 끝에 ‘시야제한석’ 등급으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에게 동일한 만족도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처럼 좌석별로 등급을 정해두고, 같은 구역 안에서도 유동적으로 할인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뮤지컬 팬 30명의 의견을 수렴해 일부 공연장의 좌석 등급과 이에 따른 가격 책정을 재구성해봤다.


대형 뮤지컬을 다수 진행하는 공연장 중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곳에 대한 설문을 통해 가장 높은 비율(30명 중 24명)로 선정된 예술의전당을 대상으로 했다. 등급은 7개(장애인석, 판매보류석 제외)로 세분화하고, 가격은 기존 VIP석 금액인 15만원을 최고가로 시작해 이하 R석(13만원), S석(10만원), A석(7만원), B석(5만원), D석(3만원), F석(1만원)까지 총 7개 등급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각각 시야·높이 그리고 무대와의 거리 등을 고려해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다. 100% 의견이 일치한 것은 “예술의전당의 경우 오케스트라 피트 때문에 1층 1열도 무대와의 거리가 꽤 멀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따라 OP석을 포함한 1층 중앙 블록까지 VIP석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약91%(24명 중 227명)에 달했다. 특히 등급을 ‘F석’까지 나눈 이유는 ‘최고층인 4층은 무대와의 거리도 멀 뿐 아니라, 무대를 한참 내려다봐야 한다’는 의견이 약 96%(24명 중 23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아래는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한 작품의 실제 등급별 좌석배치도와 관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시 색칠한 ‘새로운’ 등급별 좌석배치도다. (참고로 기존 좌석배치도에서는 R석 15만원, S석 13만원, A석 10만원, B석 7만원의 티켓 가격이 책정됐었다.)


실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뮤지컬의 등급별 좌석배치도 실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뮤지컬의 등급별 좌석배치도
관객의 의견을 반영해 다시 색칠한 등급별 좌석배치도 관객의 의견을 반영해 다시 색칠한 등급별 좌석배치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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