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환율과 푸틴의 상관관계 [부광우의 싫존주의]


입력 2022.09.30 07:00 수정 2022.09.30 04:5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전쟁→인플레→금리 '충격파'

통화스와프 '공조' 보여줘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환율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위기 상황이다. 미화 1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여파 이후 역대 세 번째로 1400원을 뚫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1430원마저 넘어서며 무서운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이 높아진 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국 금리 때문이다. 미국 돈의 존재감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반대로 우리 돈의 가치는 고꾸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암운이 드리웠던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미국은 금리를 왜 이렇게 올릴까.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돈줄을 잠가 물가를 잡겠다는 중앙은행의 기계적 포석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3%로 당초 전망보다 심각한 수준이란 평이다.


물가가 상승한 배경에는 우선 방역 조치의 정상화가 자리하고 있다. 사실상 일상생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닫았던 지갑을 한꺼번에 열기 시작했고, 물가는 고공행진을 벌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박을 모두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보복 소비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은 전 세계 모두의 공통된 관측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모스크바·AP=뉴시스

물가가 예상을 벗어난 건 예기치 못한 전쟁의 여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면서 원자재와 원유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 컸다. 전쟁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그 파장은 즉각적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물 생산 국가이고, 특히 러시아는 화학비료의 원료인 질소 제품의 최대 수출국이다. 먼 곳의 전쟁이 우리 밥상을 뒤흔드는 이유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기름 값도 요동치고 있다.


결국 최근의 환율 널뛰기를 불러온 주범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란 얘기다. 금융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어떤 악재라도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만 있다면 그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전쟁은 변동성의 측면에서 가장 극단에 있는 이슈다. 미치광이 전쟁광에 금융권도 미쳐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해법은 불확실성의 최소화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통화스와프는 두 나라가 통화를 맞교환하는 중앙은행 간 신용 계약으로, 사실상 외환 보유액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여전히 통화스와프에 대해 원론적 입장이다. 이제는 이 정도로 한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는 다는 자신감이다. 아울러 공연한 불안을 일으키지 않기 위한 정중동 행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폭주에 대응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공조다. 다른 나라 독재자의 입만 바라보고 있기엔 상황이 절박하다. 양반은 비가와도 뛰지 않는다고도 했지만, 체면을 차리느라 골병이 든 후에는 후회만 남을 뿐이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