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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나오는 족족 ‘실패’…버추얼 프로그램의 한계


입력 2022.09.24 11:30 수정 2022.09.24 10:5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150억 들인 '아바타 싱어'...시청률은 2화만에 0%대 추락

낮은 퀄리티에 타깃층 불분명

"단기간의 마케팅적 활용 지양해야"

메타버스가 방송가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예능 프로그램들만 봐도 답은 나온다. 적어도 방송사 입장에선 분면 메타버스를 통해 그리는 청사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싱어' ⓒMBN '아바타싱어' ⓒMBN

지난해 말 티빙의 ‘가상세계지만 스타가 되고 싶어’, 넷플릭스 ‘신세계로부터’를 시작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버추얼 아바타를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론칭되고 있다. 예컨대 아바타가 소개팅(JTBC ‘러브in’)을 하거나, 유재하·임윤택 등 고인이 된 아티스트를 복원(JTBC ‘얼라이브’)하거나, 가상공간에서 음악 페스티벌(JTBC ‘뉴페스타’)을 여는 식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더 본격적으로 버추얼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찾는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된 MBN ‘아바타 싱어’는 아바타의 실제 가수가 누구인지 추리하고, 탈락하면 실제 가수를 추리하는 예능이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 메타버스 뮤직 서바이벌’이라고 자부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무려 200명의 스태프들이 참여해 한 회에 약 10억을 호가하는 제작비를 들였다.


10회 제작비로 150억원이라는 한국 예능 사상 최고액의 제작비를 썼지만, 정작 첫 방송 이후 성적은 처참했다. 첫 회 시청률 1.4%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고작 2회만에 시청률 0%대의 굴욕을 맛봐야 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처참한 수준의 모델링과 증강현실 기술 때문이다. 한 눈에 봐도 매우 수준이 낮은 증강현실 구현 기술은 시청자들의 조롱감이 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티니에는 “회식비가 149억원이다” “2000년대 감성” “사이버가수 아담과 비교하는 것조차 아담에게 실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는 ‘아바타 싱어’를 비롯해 최근 방영된 버추얼 예능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앞서 방영됐던 ‘러브in’은 꾸준히 0%대 시청률(최고 시청률 0.4%)로 막을 내렸고, 그나마 기대가 컸던 ‘뉴페스타’의 경우도 최고 1.6%, 최저 0.6%의 시청률을 보이며 마무리 됐다.


또한 프로그램의 타깃층 설정에도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가상인물 구현을 크게 낯설어하지 않는 젊은 시청자에겐 매우 심각하게 낮은 퀄리티가 문제가 되고, 중장년 및 노년층에겐 문화 자체에 대한 낯섦과 이질감이 문제되면서 결국 어느 한 쪽에도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종류이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MZ세대를 타깃팅한 메타버스’라고 홍보하는 것과 달리 오히려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버추얼 예능은 꾸준히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하반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 PD가 기획하는 가상세계를 무대로 한 여성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VIP 30' 제작을 준비 중에 있다. 또 TV조선은 메타버스 AI 음악쇼 ’아바드림‘을 10월 3일부터 방송한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연이은 버추얼 프로그램 실패가 전체 메타버스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선 대기업과 대형 게임사들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데, 수준 낮은 기술을 통한 프로그램들이 자칫 대중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이는 투자까지 방해할 요소가 된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MZ세대들이 ‘메타버스를 좋아한다’는 인식은 잘못됐다. MZ세대들은 ‘잘 만든’ 메타버스에 동요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메타버스 사업을 준비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최근 예능프로그램의 질 낮은 기술력은 차근히 사업을 준비해온 업체들에게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인기에 편승한 단기간의 마케팅적인 활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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