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영상 콘텐츠③] 부모가 원하고, 인성 교육 고려…지상파 어린이 프로의 의미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8.22 07:56  수정 2022.08.23 11:37

“흡수 빠른 아이들…말투나 행동들 영향 끼칠까 봐 조심해야 해”

“어린이 콘텐츠는 많아졌지만, 인성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는 콘텐츠는 많지 않아…숏폼 콘텐츠들이 많아지는 것도 염려”

“공익성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부모님이 봤을 때 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 지향 중”

유튜브는 물론, 각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IPTV까지. 콘텐츠 홍수의 시대. 어린이 콘텐츠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른들이 봐도 감탄할 화려한 영상과 아이들의 눈을 현혹하는 각종 장난감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펀지처럼 보고 들은 것을 흡수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 다양성이 가끔은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 심의나 제재를 거치지 않는 유튜브 등을 통해서는 아이들이 보기엔 다소 위험한 동영상들이 게재가 될 때도 있다.


그리고 이것이 전문 인력들이 투입되고, 철저한 심의를 거치는 지상파 어린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부 아이들은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유치하다’라고 반응을 하기도 하지만, ‘딩동댕 유치원’과 ‘뽀뽀뽀 좋아좋아’ 등 지상파 어린이 프로그램들은 그간 쌓아온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믿고 보는’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EBS

‘뭐든지 해결단’ 등을 연출하다 지난해 개편 단계부터 ‘딩동댕 유치원’에 참여 중인 박진현 PD는 ‘딩동댕 유치원’이 마주한 한계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딩동댕 유치원’의 역할과 강점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박 PD는 ‘딩동댕 유치원’을 개편하면서 ‘유치하다’는 인식을 뒤집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이번 ‘딩동댕 유치원’의 메인 콘셉트에 대해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유치원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중요한데 EBS에서 본다고 하면 ‘유치하게 EBS 보냐’라고 한다더라. 아이들의 눈높이를 좀 더 맞추려고 했다. 이전보다 높은 연령대를 겨냥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에는 ‘어렵지 않을까, 쉽게 가자 아이들은 그래도 이런 걸 좋아하지’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마냥 ‘재미’에만 방점을 찍을 수는 없었다. 콘텐츠를 직접 선택하고, 또 콘텐츠 내용에 대해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어른들과는 분명 다른 부분들이 있기 때문. 아이들은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그대로 배우기도 하는 만큼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연출 중이다.


박 PD는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 “아이들이 생각보다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예측하지 못한 반응들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 때, 장난감을 뺏으려고 하다가 감정이 상하고, 또 그 갈등을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생각하자. 그런데, 아이들은 자극에 약하다 보니 장난감을 보고 시선을 빼앗길 수 있다. 그것 때문에 주의력이 분산이 된다거나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가버리면 낭패다. 비주얼적인 요소, 스토리텔링을 할 때 많이 넣는 건 좋은데 아이들은 주의 집중력이 약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에는 후킹 요소만 넣게 되면 곤란해진다”라고 설명했다.


‘뽀뽀뽀 좋아좋아’를 비롯해 10년 이상 어린이 프로그램을 연출해 온 김혜인 PD 또한 “아이들은 흡수가 빠르다. 같이 촬영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따라 하곤 한다”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아이랑 같이 촬영을 하니까, 습관적으로 말투나 행동들이 영향을 끼칠까 봐 조심하기도 한다. 말투나 표정과 같은 것들이 이제는 어린이집 선생님처럼 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소재부터 캐릭터, 내용은 물론 단어 표현 하나까지도 신경을 쓰는 것도 어린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제작진이 가져야 할 책임감이었다. 다소 제약이 따르기도 하지만, 혹시 모를 부정적인 영향을 방지하는 것이 지상파 어린이 프로그램이 가져야 할 태도였던 것. 박 PD는 “당연히 부담이 된다. 용어 선택부터 그렇다. 비주얼적인 요소도 그렇고 제약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만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아니기 때문에 적당히 한 키를 낮추는 게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MBC 캡처

김 PD 또한 “우리가 단어를 하나 잘못 선택했다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냥 ‘감안하고 넘어가자’라는 부분이 생기지 않게 조심한다”라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하기도 한다. 연출하는 입장에선 여운이나 여백의 미를 남겨두고 싶은데, 그게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별도의 노력도 이뤄진다. 전문가를 통해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 자문을 받는 것은 물론, 필요할 때면 별도의 자문 요원을 통해 늘 내용을 검수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 대해 박 PD는 “고정 자문으로 유아 어린이 교육을 전공하신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는다. 전문성을 갖추신 분에게 자문을 받고자 한다”라고 설명하면서 “코너별로 자문 요원들이 있기도 하다. 신체 표현을 하는 코너인 경우 유아 입장에서 어려울 수 있어 그 부분에 대해 자문을 받기도 하고, 아이들 입장에서 따라 하기 편한 것을 담으려고 하기도 한다. 별도의 소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집에 있는 간단한 베개 정도로 한다거나. 아이들을 위해서 괜찮은 것들을 배우기 위해 참고를 받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문성과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쏟아지는 어린이 콘텐츠 속 지상파의 어린이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역할이기도 하다. ‘딩동댕 유치원’은 이번 개편을 통해 다문화, 장애인, 유기견 캐릭터 등을 포함했는데, 이 또한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였다.


박 PD는 ‘딩동댕 유치원’의 역할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통해 재미를 가지고 가면서, 또 공익성이나 알아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고 담으려고 한다. 어린이 콘텐츠의 선택권은 아이들에게도 있지만 부모님들에게도 있다. 전략적으로 그 부분을 겨냥하려고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부모님이 봤을 때 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 물론 포지셔닝이 쉽지는 않지만 그런 콘텐츠를 지향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PD는 “어린이 콘텐츠는 많아지지만, 인성적인 부분까지도 고려하는 콘텐츠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학습 위주거나 재미 위주거나. 양분이 되는 것 같다. 숏폼 콘텐츠들이 많아지는 것도 염려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뽀뽀뽀 좋아좋아’는 30분짜리 프로그램이면서 안에 짧은 코너들이 포함됐다. 나무와 숲을 적절하게 볼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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