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일 아침마다 '불법 전단지' 치우는 60대 청소 미화원들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입력 2022.08.23 17:36  수정 2022.08.23 19:10


지난 6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신(20대) 씨는 신림 역 인근을 걷다 깜짝 놀랐다. ‘호빠(남자들이 고객을 술로 접대하는 단란주점)’, ‘셔츠룸(유사 성행위 업소)’이라 적힌 빨간 전단지들이 도보 위를 뒤덮었기 때문. 그는 “관할 구청에 불법 전단물 신고 후 전단지 양은 줄었지만 여전히 시각적인 불쾌함을 겪는다“며 “청소 미화원들의 노고가 가중 될 게 뻔하다. 말 그대로 뿌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신림동 거리가 유흥업소 불법 광고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림역 인근 유흥업소들이 설치한 입간판과 거리에 살포된 전단지에 적힌 선정적인 문구로 길을 지나는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기 때문. 특히 불법 전단지의 경우 청소 같은 뒤처리를 나이 든 청소 노동자들이 짊어지고 있어 단속 필요성이 더욱 제기된다.


■역 출구 바로 앞에 ··· “20대 언니와 불타는 밤” 유흥 업소 입간판


길거리에 놓여있는 입간판 ⓒ 데일리안 송혜림 기자

지난 16일 오후 9시 경 찾은 신림역. 4번 출구에서 몇 걸음 띄기도 전에 유흥업소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입간판에는 ‘호빠 손님 환영’, ‘예쁜 20대 언니와 불타는 밤’ 등의 노골적인 홍보 문구와 여성이 노래를 부르는 그림이 삽입돼 있다. 길 지나는 시민들은 해당 입간판 앞을 지나며 “너무 야하다”, “성매매 아니냐” 등 우려 섞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신림역 인근 유흥업소 광고 간판. ⓒ송혜림 기자

해당 노래방 인근 유흥 업소들도 비슷했다. 취재진이 신림역 인근을 돌며 목격한 유흥업소 입간판은 무려 7개. 한 2층 건물에 위치한 유흥 업소는 ‘예쁜 언니 항시 대기’ 라고 적힌 홍보물을 간판 아래 걸어 놓기도 했다. 가게를 들어가는 입구에는 가슴 일부를 드러낸 여성의 사진이 크게 부착돼 있었다.


신림동 주민인 박(28) 씨는 "광고판의 노골적인 문구 때문에 출퇴근 할 때마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신림역을 찾는 이들이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닌데 광고 문구라도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밤마다 유흥업소 전단지 ‘뿌리는’ 사람들


신림역 인근 거리에 뿌려진 불법 전단지 뭉치 ⓒ데일리안, 독자 제공

‘호빠’, ‘20대 무한 초이스’라고 적힌 빨간 전단지가 도보를 뒤덮었다. 취재진이 신림역 인근 유흥거리를 한 바퀴 돌아본 결과 전단지는 역 출구부터 반경 200m 안까지 대량으로 뿌려진 상태였다. 유흥업소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젊은 층 무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전단지를 뭉치로 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때문에 신림동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불편함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미관 상 동네 이미지를 해칠 뿐더러 역을 통해 등하〮교하는 학생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부모와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유아가 바닥에 떨어진 전단지를 집어 드는 모습도 목격됐다.


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일반 업주들도 고충이 심하다. 식당 영업을 하는 목(60대) 씨는 “전단지 단속 좀 했으면 좋겠는데 거리는 매번 더러워진다. 저녁은 물론 아침에도 가게 앞 전단지들을 쓸고 치우느라 진땀을 뺀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 아침마다 유흥업소 전단지 ‘치우는’ 사람들


새벽부터 나와 거리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 미화원들 ⓒ데일리안

특불법 전단지의 경우 청소 노동자들이 뒤처리를 떠 맡는 다는 점에서 사안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 22일 오전 5시 30분 경 다시 찾은 신림역. 형광 조끼를 입은 환경 미화원들이 하나 둘 빗자루를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60~70대 장년 층 노인들. 거친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쉼 없는 빗질이 이어졌다.


빗물을 맞아 바닥에 달라붙은 전단지를 솔로 떼느라 오랫동안 멈춰서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바닥에 뿌려진 전단지들은 인근 주점 손님들이 버린 담배꽁초들과 뒤 섞여 악취까지 풍기는 상황이었다.


이들의 청소는 오전 7시가 넘어서 까지 이어졌지만 여전히 거리는 쓰레기로 뒤덮인 상태. 미화원들이 수거한 종량제 봉투 안에는 담배 꽁추와 뒤섞인 전단지가 한 가득이었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이들은 ‘치울 게 너무 많다’, ‘분리수거 차량이 올 때까지 끝내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환경 미화원 광(60대) 씨는 전단지와 담배 꽁초로 뒤덮인 거리를 바라보며 ‘매일 똑같다, 매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쉴 새 없이 굽힌 허리를 펴 가며 빗자루를 거머쥐었다. 광 씨는 “밤마다 전단지를 잔뜩 뿌려대니 아침마다 얼마나 청소가 힘든 지 모른다”며 “단속이 하루 빨리 이뤄져 반복되는 고생을 덜어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할 구청 “행정지도는 꾸준히 하는 중” ··· 그러나 거리 변화는 ‘글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관할 구청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지속적으로 불법 광고물을 단속하고 과태료 부과를 해오고 있다”며 “야간에 특별 단속반 같은 팀을 꾸릴 예정이며 과태료 부과는 인적 사항이 확인되는 대로 계속 부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신 씨가 몇 개월 간 불법 광고물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고 꼬집은 점을 고려할 때 단속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불법 전단지에 관해선 "전단지를 현장에서 뿌리는 사람은 현장에서 포착하는 즉시 경찰에 인계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불법 전단지 양이 증가한 듯해 경찰과 합동 단속을 진행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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