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인터뷰] 박해일 "눈빛·짧은 호흡에 이순신 장군의 기운 담았다"


입력 2022.08.15 13:54 수정 2022.08.15 13:5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누적관객수 600만 돌파

배우 박해일은 '한산: 용의 출현'의 이순신을 '명량'의 이순신과 확실히 다른 인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데 성공했다. '명량'의 이순신이 불처럼 뜨거운 용장이라면 '한산: 용의 출현'의 이순신은 물처럼 포용적이고 다른 장수들까지 잘 아우르는 지도력을 갖췄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롯데 엔터테인먼트

'극락도 살인 사건', '최종병기 활'에 이어 '한산: 용의 출현'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김한민 감독은 박해일의 본래 기질적인 모습에서 이순신의 지장(智將)의 면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해일은 한 번도 장군감이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자신에게 나라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 역 제안이 들어왔을 때를 떠올렸다.


"처음엔 '왜 나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감독님과는 작품이 아니더라도 사적인 만남을 가끔 가졌었는데 저의 기질적인 측면을 보신 것 같더라고요.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이순신 장군이 쓴 책을 읽으며 스스로 의심하고 고뇌하며 완성해나갔어요. 또 촬영하면서 김한민 감독님이 큰 의지가 됐고요."


그는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기 위해 난중일기를 여러 번 읽어내려갔다. 생각이 많아질 때면 숙소 근처를 거닐며 전쟁 속에서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자주 떠올렸다. 그에게 이순신 장군은 알면 알 수록 흠결이 없는 사람처럼 다가왔다.


"전투에 임하는 수장이 일기와 시를 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부분을 가져가야겠다 싶었죠. 숙소에서 시나리오 볼 때도 바닥에서 양반다리 자세로 봤어요.(웃음) 그럼에도 저와 이순신 장군의 간극이 제일 큰 게 연기를 하는데 조금 힘들었어요. 저는 흠결 투성이인 사람이거든요. 그 간극을 두고 연기를 그대로 두고 연기하면 되는데, 거짓말 같더라고요. 잊어버리자니 떨치기는 더욱 쉽지 않았고요."


'한산: 용의 출현'은 1761만으로 국내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인 '명량'의 후속작으로, 박해일의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특히 최민식은 '명량'으로 이순신 장군 캐릭터의 새 기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했다.


"촬영을 하면 할 수록 부담은 오히려 큰 도움이 됐어요. '명량'의 스태프들이 '한산'으로 옮겨온 경우가 많은데 다들 '해전마다 결이 다르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배우 캐스팅도 다를 수 있겠구나 싶었죠. 초반엔 '명량'의 결과물과 최민식 선배의 캐릭터 기운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기술적인 측면과 환경이 '명량' 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달라진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롯데 엔터테인먼트 ⓒ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 속에 그려진 이순신 장군은 왜군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한다. 신중하고 감정 표현도 잘 하지 않는 인물이다. 왜군의 함대가 공격 자세를 취하는 상황 속에서도 전략을 위해 침착하게 대응한다.


"이번 작품은 연기톤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가져가보자 싶었습니다. 많은 작업을 해오면서 인물을 보여주고자 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 있지만, '한산'에서는 최대한 절제하되 한 마디를 하더라도 모든 기운을 실으려 했어요. 연기하는데 이런 식의 접근이 더 어려워요.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면 연기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배우가 관객에게 대사로 전달하는 방식이 가장 확실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대사보단 눈빛과 호흡을 활용해야 했죠. 그런 부분들을 대사화 하는 방식으로 연기해 봤습니다."


작품의 해전 신은 전부 CG로 만들어졌다. 이에 박해일은 CG와 감정이 따로 보이지 않도록 많은 요소들을 상상하고 계산하며 연기해야 했다. 와키자카가 이끄는 왜군 팀과는 해전 신에서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완성됐다.


"처음에는 난감했어요. '괴물' 때 상상으로 연기한 경험이 있지만, 그 때는 하나의 크리처에만 집중하면 됐었거든요. 이번에는 물살의 흐름, 적선과의 거리 등 해전의 상황까지 판단하고 이와 어울리는 감정톤을 잡아야 했죠. 또 동영상 콘티를 본 후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춰야 했어요. 스튜디오 안에 여러 배들과 그린 매트로 둘러싸여 있는 게 연극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박해일은 올해 '헤어질 결심'과 '한산: 용의 출현'으로 연달아 관객들과 만났다. 장해준과 이순신 장군이라는 캐릭터를 입고 관객들에게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박해일. 그의 활약에 '박해일의 전성기'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제 의지는 아닌데 코로나19로 인해 기다렸던 작품이 연달아 나오게 됐네요. 영화를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입장에서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즐기자란 태도로 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장해준과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달라 흥미로운 부분도 있을 것 같고요. 영화와 캐릭터의 결은 다르지만 각자 역량이 대단한 감독님들 때문에 이런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