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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대명'에 사라진 친문…당헌 개정 문제로 다시 전면 나서나


입력 2022.08.11 01:00 수정 2022.08.11 04:39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李 견제할 구심점 無…"조직력 예전 같지 않다"

전대 관망…'사당화' 우려 커지면 전면 나설 수도

전해철 당헌 80조 개정 반발 메시지 신호탄 해석

친문재인계 핵심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왼쪽), 전해철 의원 ⓒ뉴시스 친문재인계 핵심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왼쪽), 전해철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로 흐르자, 장기간 당내 주류의 자리를 지켜왔던 친문(친문재인)계의 존재감이 사라진 모습이다. 뚜렷한 차기 대권 주자가 마땅치 않은 데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견제할 구심점도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후보 방탄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당헌 제80조 개정 문제가 친문의 전면 등장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친문 의원 측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 판에 친문이 설 자리는 없다. 의원도 '이번 전당대회에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친문 핵심 홍영표·전해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후보의 동반 불출마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무위에 그치자 일종의 정치적 동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이는 전국 순회 경선 첫 주 성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후보는 초반부터 별다른 타격 없이 독주 체제를 구축했고, 최고위원 당선권도 친문계 고민정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친명(친이재명)계로 포진됐다. 컷오프 때부터 나왔던 '조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의 방증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관계자는 "뒤에서 조직을 도모하는 건 맞지 않고, 지금은 그냥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 측 관계자는 "지금은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구도 밀지 않고 관망한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내 주류세력 재편이 확실히 이뤄질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7월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 추진위원회 당대표 후보자 초청 공개토론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7월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 추진위원회 당대표 후보자 초청 공개토론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다만 당내 당헌 제80조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 친문계가 다시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당헌 개정 움직임이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후보의 당대표 당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이 후보의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출마와 관련해서도 '셀프 공천' 논란이 일면서 사당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당헌 제80조는 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관련 내용으로, 이 조항은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당원 청원게시판에는 해당 조항을 개정해달라는 내용이 지난 1일 게재됐다. 검찰이 '정치보복' 성격으로 기소할 경우 당직을 바로 정지하는 건 부당하니, 이에 대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쪽으로 당헌을 고쳐달라는 내용이다. 당은 직무 정지의 기준을 '기소'에서 '하급심에서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등으로 수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헌 개정을 반대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당헌 제80조는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의결된 당 혁신안"이라며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부정부패와 단호하게 결별하겠다는 다짐으로 혁신안을 마련했고 이는 국민께 드린 약속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전당대회 과정에서 바꾸거나 없애는 것은 그 동안의 당 혁신 노력을 공개적으로 후퇴시키는 일"이라며 "이에 대한 대응과 당헌 개정 논의는 실제 그러한 문제가 불거진 후 당 차원의 공론화 과정과 충분한 의견 수렴에 의해 검토되고 결정되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제도적 평가가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후보와 연관된 당헌 개정이 쟁점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후 정치 행보를 자제해왔던 전 의원이 이 후보를 겨냥해 당헌 개정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이와 관련한 친문계의 반발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친문 의원 측 관계자는 "당헌 개정, 계양을 공천 등 당의 근간이 되는 기준들이 특정 후보에 의해서 아무렇지 않게 바뀌는 건 정말 아니지 않느냐"며 "야당 때 만들어진 혁신안인데 야당 탄압이라니 맞지 않는 말이다. 당내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고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개정안이 나온 이유와 현재 상황이 '이 후보 구하기냐 아니냐' '방탄이냐 아니냐'는 얘기와 함께 대두한 것"이라며 "이 후보가 기소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인데 왜 우리가 나서서 이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후보의) 기소까지 간다면 그건 100% 야당 탄압"이라며 "잘못된 프레임을 우리가 기정사실화하고, 그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행위"라고 했다.


일부 당원들도 당헌 80조 개정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당원 청원 게시판에는 "당의 선출직은 민주주의 가치와 도덕성을 대표하고 몸소 실천해야 하므로 (당헌 80조는) 지극히 당연한 안전장치이며 당의 도덕성 사수와 정당성 확보에도 매우 필수적인 법규"라며 당헌 80조를 유지·강화해달라는 청원이 게재됐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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