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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축소된 이준석…당내 '명예로운 퇴진' 목소리


입력 2022.08.09 00:20 수정 2022.08.09 10:07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정미경·한기호 줄사퇴로 지도부 붕괴

법적 대응 예고했지만, 당 안팎 '회의적'

비대위 전환 비판했던 인사들도 李 만류

"이준석 더 나가면 위험, 지금 멈춰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안팎에서 이준석 대표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당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은 혼란을 더욱 키우고 결국에는 파국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그간 당의 비대위 전환을 비판했던 인사들까지 만류하고 나서면서 이 대표가 법적 대응 방침을 철회할지 주목된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던 정미경 최고위원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무엇보다 당의 혼란과 분열 상황을 빨리 수습해야 하는 것이 먼저"라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공동체 전원이 비대위를 원한다고 하면 피할 수 없다"며 "여기서 대표가 더 나가면 당이 혼란스럽고 위험해진다. 지금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이 대표가 임명했던 한기호 사무총장과 홍철호·강대식 부총장도 곧이어 사의를 표명했다. 당대표 직무대행을 겸하고 있던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용태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지도부 구성원들 모두 사퇴했거나 사의를 밝힌 상태로 사실상 지도부 붕괴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이 대표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표 측은 아무런 '사정변경' 없이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대위로 전환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도부가 해체되면서 결과적으로 비대위 출범의 요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상임전국위에서 현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결론 내린 것도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비대위 전환에 비판적이었던 인사들도 법적 대응에 부정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지금 이러는 건 국민에게도, 당에게도,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선공후사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해달라"고 촉구했다. "지금은 시시비비를 가릴 때가 아니"라고도 했다.


'윤핵관과 새 비대위원장, 이준석 만나야'
이준석계로 분류되던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석계로 분류되던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대표가 명예로운 퇴진을 할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국위 의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은 이 대표의 '명예로운 사퇴'를 요청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의 핵심 실세라고 하는 사람들과 이 대표의 갈등"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힘 있고 책임 있는 사람 먼저 내밀어야 한다. 만나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이언주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처신도 참으로 못마땅한 점이 많지만 자기 정치생명이 끝날 판인데 가만히 앉아서 죽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왜 이 대표에게 출구조차 열어주지 않고 궁지로 모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정치는 적과도 손을 잡을 땐 잡는 것이다. 나라와 국민, 당과 당원을 진정 생각한다면 못할 게 뭐겠느냐"고 반문했다.


당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지만, 이 대표는 현재까지 법적 대응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르면 9일 전국위의 의결이 끝나자마자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는데,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본 뒤 입장을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위해 장고에 들어간 것이란 기대 섞인 해석도 내놓는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전국위 결론을 보고 여론 동향을 살핀 뒤 이 대표 스스로 숨 고르기를 하면서 기자회견을 하려는 것"이라며 "억울하지만 나의 희생으로 당이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정치적 희생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차기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까지) 3일의 여유 기간에 이 대표를 만나야 한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설득하고 포용하고 이 대표가 정치적인 미래를 새로 열 수 있는 정치적 출구를 모색해 주는 게 비대위원장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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