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도착, 망명 신청 안 한 듯
권한대행 위크레메싱게 총리, 국가 비상사태 선포
콜롬보 일대 등 통행 금지령
13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의 대통령 관저 앞에서 시위대가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국가 부도 사태 속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공식 사임했다.
CNN, BBC,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국회의장실은 고타바야 대통령이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후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에게 사임서를 이메일로 보냈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은 사임서 원본을 확인하고 헌법에 규정된 절차를 마치는 대로 대통령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AFP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공군기를 타고 몰디브로 간 고타바야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항공 측 비행기를 이용해 싱가포르로 갔다.
고타바야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고타바야 대통령의 싱가포르 망명설이 거론됐지만 싱가포르 외교부는 "그는 망명을 요청하지도, 망명을 허가받지도 않았다"며 개인 방문 자격으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는 일반적으로 망명 요청을 쉽게 승인하지 않는다"고도 부연했다.
현재 라자팍사 대통령은 몰디브, 싱가포르, 사우디 등으로 도피를 시도했거나 망명을 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라자팍사를 받아들일 국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그의 비자 요청은 UAE에 의해 거부되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앞서 스리랑카 시민들은 지난 9일 경제난으로 인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일으켰고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등을 점령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대와 야권의 퇴진 압박에 당일 밤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13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약속한 날까지 사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반정부 시위대는 국회가 정권 교체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대통령 집무실과 총리 관저 등 점령을 풀기로 했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대규모 시위가 재발할 것을 우려해 이날 정오부터 15일 오전 5시까지 콜롬보 일대에 통행 금지령을 발동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지난 9일 대규모 시위 당시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고타바야 대통령은 몰디브로 가며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지명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대통령 권한을 발동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과 경찰도 성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워크레메싱게 총리는 현재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새 정부 출범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은 고타바야 대통령이 13일 사임하면 잔여 임기를 맡을 차기 대통령을 20일 의회에서 선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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