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인디그라운드(106)] 음악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싱어송라이터 변하은


입력 2022.07.06 14:34 수정 2022.07.06 14:3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6월 16일 신곡 '열대야' 발매

밴드 맥거핀과 그룹 힐타운(Hilltown)에서 곡을 쓰고, 노래하는 가수 변하은에게 음악은 ‘도구’이자 ‘기록’이다. 솔로로서는 통기타 한 대, 목소리 하나로 자신의 이야기들을 음악에 담아내는 가수다. 방 안에서 만들었던 그의 음악은 하나의 문이 되어 또 다른 세계로 확장을 거듭한다.


지난달 16일, 변하은은 또 하나의 기록으로 세상을 마주했다. ‘열대야’라는 석자에 말하지 못한 불안과 걱정을 녹여냈다. ‘솔직하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그의 음악적 소신도 인상적이다. 자신이 경험과 기록을 공유하는 동시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청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변하은 ⓒ변하은

-가수로 데뷔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린 시절부터 가수를 꿈꿨나요?


꿈이라는 건 저에게 가끔 너무나 대단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게 내 꿈이야’라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나마 장래희망 정도라고 하면, 학생 시절에 우주비행사나 역사학자, 외교관 등이 있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음악가가 되어있어서 지금도 조금 신기합니다.


-포기하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나요?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갈 때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곁에서 음악을 같이 하던 친구들이 될 수도 있고, 응원을 해준 청자분들이 될 수도 있고요. 요즘 세상은 너무 가깝잖아요. 누가 무얼 하고 사는지를 노력하지 않아도 다 보이고, 또 보여주는 그런 세상. 그래서 원치 않게 많은 것들을 보게 되는데 그런 순간들이 참 어려워요.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소셜 미디어 등 세상과 단절되려고 노력합니다. 쉽지는 않지만요(웃음).


-그런 순간들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또 다른 원동력이 있다면?


슬럼프에 대해 특별한 계기나 저항을 해야 하나 싶다가도, 지쳐 누우면 그냥 그곳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작은 저항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그 기간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제가 원하는 건 아니에요. 대신 잠시 슬럼프로부터 멀어져 당장 눈앞의 하루에 신경을 쓰면서 지내요. 그러면 어느새 ‘곡이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찾아오곤 하더라고요.


-‘가수’라는 꿈을 이룬 소감도 궁금해요.


아직은 현재진행형인 것 같아요. 세상적인 기준에서도 아직 도전할 목표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고, 저만의 기준에서도 음악은 앞으로도 계속 다루고 싶은 도구 같은 거예요. 다만 음악을 이렇게 세상에 내어 놓았을 때, 그걸 자신 것처럼 아껴주고 같이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리스너 분들이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 소감이자 다시 작업을 하러 가는 가장 강력한 동기이기도 합니다.


-시작은 밴드 맥거핀이었죠.


네, 스무 살 대학교 1학년 때 드러머 스눅(SNOOQ)을 만났어요. 저에게 밴드를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줬고 저도 당시에 브릿팝, 락 동아리 등을 지내오면서 밴드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었던 때였어요. 그래서 바로 결성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모하지만 낭만 있는 것 같아요. 듀오가 흔한 구성은 아니잖아요?(웃음) 이후 베이시스트 우히(UHI)를 소개받았고, 마지막으로 사운드에 개성을 더해줄 기타리스트로 준일이를 영입해서 지금의 구성으로 남았습니다. 이렇게 보니 다들 만난 지 오래되었네요.


-데뷔한지는 6년여가 되어 가는데요. 데뷔 당시와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음악에 제한이 없어지고, 어떤 장르든 음악 자체로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반골 기질이 심해서 음악도 음식도 편식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그래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음악 하면서 사운드나 장르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네요.


-밴드 맥거핀의 보컬 변하은과, 솔로 변하은의 음악은 어떻게 다를까요?


밴드에서는 에너지 있고, 엉뚱한 듯하면서 날카로운 이야기를 많이 하는 듯해요. 쏟아지는 드럼과 흔들리는 베이스, 반짝반짝 빛나는 기타 사이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제가 되는 것 같아요. 솔로에서는 좀 더 잔잔하고, 여행하는 이야기, 생각의 여백이 많은 그런 음악들이 되고요. 통기타 한대에 목소리를 싣는다는 건 그런 것 같아요. 시각적으로 비유하면 밴드에서는 파도가 되었다가 솔로에서는 석양이 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가 봐요. 하하.


-밴드와 솔로 활동의 장단점도 뚜렷할 것 같은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떨림이 진짜 많아요. 가족들도 제가 항상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를 신기하게 여길 정도로요. 어렸을 때 구연동화 같은 것도 해봤는데, 떨림은 줄지를 않아요. 다만 밴드에서 무대에 오르면 옆에 함께하는 멤버들 덕에 떨림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환희나 자유 같은 것을 느낄 때도 있어요. 혼자 무대에 설 때는 온전히 저 혼자 견뎌야 하는데요. 그러다가도 어느새 공연이 진행되면서 음악을 감상해 주시는 많은 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또 다른 유대감을 통한 떨림이 전해져요. 무대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열대야' 앨범 커버 ⓒ변하은 '열대야' 앨범 커버 ⓒ변하은

-얼마 전에 발매한 신곡 ‘열대야’에 대한 소개도 해주세요.


2022년 여름 일기라고 할까요?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고, 이립(而立)이라고는 하는데 저는 아직 그대로 같았습니다. 속절없이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드는 여러 감정을 녹여낸 그런 곡이에요. 이번에는 특별히 포크 사운드 외에도 프로듀서 Carv와 함께 여름을 겨냥하는 새로운 사운드를 담은 곡이라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열대야’를 기다렸다는 진짜 이유가 궁금해요. 앨범 소개에서는 ‘에어컨을 틀고 싶어서’라고 했는데,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맞아요, 반은 진심이고 반은 농담이에요. Carv랑 함께 쓰는 작업실이 있는데 저는 거의 상주하며 지내거든요. 겨울을 지내면서 ‘빨리 하루 종일 에어컨을 쐬고싶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렇게 여름이 왔고 이 계절에 대한 노래를 하고 싶은데 이전에 했던 그 엉뚱한 생각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죠. ‘가볍게 시작한 뒤 몰래 내 마음을 녹여낸 곡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했을 때 열대야 그 자체가 굉장히 좋은 핑계면서 명분이었어요. 무언가 낭만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열대야를 기다린 동시에, 또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사에 녹여냈는데요, 어떤 마음을 빗댄 표현인가요?


어제의 미련, 오늘의 걱정, 내일의 불안. 밤이 되면 찾아오는 그런 것들, 남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한 마음들. 어차피 찾아오고 지나갈 열대야라면 거기에 녹여내려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곡을 쓰면서 ‘솔직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셨어요. 이번 앨범은 얼마나 솔직한 앨범인가요.


7할 정도? 결은 느껴지지만 사실 더 들어가서 집요하게 ‘요즘 이것 때문에 힘들어’라고 얘기하진 않거든요. 하지만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듣는 분들도 자신의 경험으로 가져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 해소가 필요했다면 일기를 썼겠죠. 작업을 하고 나니 디지털 싱글이 갖는 한계로도 느껴졌어요. 다음에는 더 많은 트랙들로 유기성 있게 더욱더 세세하고 솔직한 앨범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서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뒀는지도 궁금해요.


어렸을 때는 들리는 소리를 따라서, 멜로디를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은 멜로디들이 어우러져 전달하는 화음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에 오래 남는 음악은 이야기가 녹아있더라고요. 그렇게 깨달은 뒤로는 ‘기록’에 조금 더 시선을 두고 있어요.


남에게 사랑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라지만 그러기에 앞서 스스로가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직업의 사랑스러운 아이러니에요. 제가 만든 음악이 제 안에 먼저 오래 남고, 동시에 듣는 분들도 그들만의 이야기로 가져갈 수 있는 음악. 저는 모두가 보편적인 삶과 경험을 지낸다고 생각해요. 그러기에 음악을 ‘기록’으로써 놓치지 않고 가다 보면 자연스레 많은 분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존의 변하은의 음악과 이번 곡에서 달라진 지점, 변화를 준 지점들이 있다면?


원래 올해에는 전반적으로 포크 기반의 음악들로 한 해를 기록할까 생각했습니다. 4월에 발매했던 싱글 ‘All the Things You Are’가 그 결과에요. 하지만 저 역시 사람인지라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고, 제한을 벌써부터 두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5월에 작업했던 Hilltown의 EP ‘Goose Songs’가 그 이유였고요. 그 앨범을 작업할 때는 부담 없이 보관했던 아이디어들을 풀어서 진행하는 작업이었는데,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고 저도 오래 듣는 음악들로 남아주었어요.


그 시간을 통해 6월 발매도 ‘제한 없이 당장 표현하고 싶은 것을 따라가 보자’라는 마음이었는데, 그렇게 지금의 ‘열대야’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재밌는 건 외국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서브 트랙인 어쿠스틱 버전이 훨씬 인기가 많아요. 다음부터는 다시 포크를 해야 할까 봐요. 하하.


ⓒ변하은 ⓒ변하은

-이 곡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어제에는 어제의 걱정이, 오늘은 오늘의 고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기대기 싫어 말하지 못하는 밤들이 늘어갈 수도 있어요. 저처럼요. 그럴 때 이 음악과 이야기가 그 마음을 대신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숨 막히는 여름밤은 너무 싫어서, 오실 거라면 모두 잠든 지금 오세요’ 하고 열대야에 날리는 거죠.


-대중들에게 이 곡으로 듣고 싶은 말, 듣고 싶은 평이 있다면?


‘덕분’이라는 말이 듣고 싶어요. 거창한 바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들보다 큰 위안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맥거핀으로서, 또 변하은으로서 어떤 활동을 보여줄까요?


맥거핀은 멤버들의 삶이 모여 어떠한 세계를 만들 거고, 그 그림은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으니 함께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말까지는 음반 활동 자체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음악들 역시 올해에는 음반 활동에 집중하고 싶어요. 제가 느꼈던 바를 세상에 많이 기록하고 싶어요. 첫 정규앨범이 발매된다면 아마도 이전을 돌아보는 시선이 될 것 같아요. 기대해 주세요.


-가수로 활동하면서, 또는 활동하게 되기까지 변하은 씨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던 사건이나 인물이 있나요?


사건들은 음악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싶어요. 전환점이 되어준 고마운 사람들은 정말 많아요. 지금 생각나는 건 음악적 근간을 다져주신 김승재 선생님, 동고동락을 함께 하고 있는 멤버들,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친구들, 언제나 사랑으로 인내하며 시간의 가치를 가르쳐준 가족.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 그 자체가 되어주는 팬분들까지. 터닝 포인트가 아니라 수상소감같이 되어버려서 머쓱하네요(웃음).


-변하은 씨가 가진 음악적 신념도 궁금해요.


음악은 도구, 나의 기록, 그러니 내 삶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 좋은 음악을 위해서!


-‘가수가 되길 참 잘했다’라고 생각한 순간은?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들. 방 안에서 만들었던 작은 음악이 문이 되어 제 세계가 더욱 넓어지는 그런 경험들을 할 때. 가장 의미 있는 순간들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변하은 씨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정규 7집까지는 내고 싶습니다. 세상 일 제 마음대로 되는 거 하나 없으니 이렇게라도 던져야 또 모르는 거 아닐까요?(웃음) 먼 훗날 정말로 정규 7집을 내는 제가 있을지도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1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