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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분유먹는 걸그룹?”…한류 분위기 역행한 ‘아이돌과 예능’


입력 2022.05.17 07:27 수정 2022.05.16 17:2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MBC '방과 후 설렘' 서바이벌→클라씨 데뷔

시청자들, '분유 먹방'에 거부감

귀여운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가리켜 일명 '분유돌'이라고 부르곤 한다. 하지만 진짜 분유를 먹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 걸그룹 클라씨의 멤버 박보은이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분유를 먹는 모습이 노출되며 시청자들이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이 모습은 당당하게 주체적인 메시지를 전달, 건강한 영향력을 선사하고 있는 케이팝 시장의 성과에 찬물을 끼얹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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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방송된 '전지적 찬겸 시점'에서 클라씨는 소속사 대표 조이현과 함께 출연해 일상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멤버 박보은이 가방에서 분유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멤버 원지민은 "그룹에 아직 성장기인 멤버들이 많다. 분유를 먹으면 키가 큰다고 하더라"라며 박보은이 분유를 마시는 이유를 전했다.


이 때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자막으로 '키 쑥쑥 위해 분유 꼴깍', '보은아기'라는 자막과 함께 박보은에게 아기 턱받이 CG까지 삽입했다. 한 멤버는 옆에서 "아기 같다"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이 장면을 연출하며 클라씨 측과 '전참시'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정말 박보은을 아기처럼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했던걸까. 2008년생 만 14세 청소년이 분유를 먹는 모습에 오히려 시청자들은 유아퇴행 콘셉트라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소속사 대표 조이현이 다이어트를 위해 멤버들의 식단관리에 나서고 있는 장면을 이유로, 칼로리가 높은 분유를 먹는 것이 모순적임을 지적했다. 한 마디로 콘셉트라는 것이다.


관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은 촬영 전 출연진과 제작진이 몇 차례 만남을 갖고 방향을 논의 한다. 설사 박보은이 실제로 분유를 먹는다고 해도,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아이돌의 분유 먹방'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점이 놀랍다. 사회적 맥락을 읽지 못한 무지한 처사다.


현재 아이돌 그룹 내 주류 서사는 당당함과 주체성이다. 그 안에서도 걸그룹들은 섹시, 청순, 큐티란 정해진 흥행 답안지 안에 걸크러쉬라는 항목을 추가해 2010년 후반부터 대세를 이뤄냈다. 걸크러쉬 콘셉트를 통해 걸그룹들은 더 이상 이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일을 멈췄다. 대신 '나'에게 집중해 자아를 강하는 서사를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걸그룹이 착하고 상냥하다는 이미지를 고루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성적 대상화가 되고는 했던 위험성에서 벗어났다. 이는 케이팝 시장 내에서 진일보한 성과라고 평가된다.


마마무를 시작으로 (여자)아이들, 있지, 에버글로우, 위클리, 아이브 등의 걸그룹은 타인이 아닌 '나'의 서사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 중이다.


가장 선두에 있는 그룹인 특히 (여자)아이들은 데뷔곡 '라타타'(LATATA)부터 "누가 뭐 겁내?"라고 당당히 외치며 사랑과 배신에 대한 감정을 '착한척'하지 않고 솔직히 풀어냈다. '세뇨리따'에서는 첫 눈에 반한 남자를 앞에 둔 여성의 당당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번 신곡 '톰보이'에서 역시 남자들이 강요한 여성의 이미지로 사느니, 차라리 미친 '톰보이'가 되겠다고 말한다. 여성도 남성도 아닌 그저 '나'이길 바라는 노래다.


클라씨도 이같은 선상 위에서 출발을 알렸다. '우리의 것은 우리가 만든다'(We customize our own)가 세계관이며 데뷔곡 데뷔곡 '셧다운'SHUT DOWN)에서는 자신들이 '빛이 날거야, 차원이 다르게'라고 말한다.


MBC '방과 후 설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당당히 실력으로 살아남은 클라씨이기에 '분유 먹방'과 같은 시대착오적 콘셉트가 더욱 아쉽다. 무리한 콘셉트 없이도 클라씨는 충분히 맹렬한 기세를 입증할 수 있는 유망주다. 최근에는 MR 제거 영상에서 멤버들의 뛰어난 라이브 실력이 드러내 화제를 얻기도 했다.


근사한 출사표를 던져놓고 분유 먹방을 하는 청소년 멤버의 모습은 기괴하고 불쾌하다. 그리고 이 질타는 이제 막 데뷔한 만 14세의 박보은이 아닌, 무지한 '전참시' 제작진과 아티스트 보호에 안일했던 클라씨 소속사 대표에게로 향해야 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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