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고발 영화의 현재③] 흥행 관건은?…‘현안 파악·설득력·재미’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5.05 17:01  수정 2022.05.05 12:25

"단순히 고발성만 가지고 있다면, 관객 설득 못해"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사회의 아픈 단면을 다뤄 대중의 반응이나 참여를 불러일으켜 세상을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끌어가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장애인 교육 시설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 '도가니'의 경우, 개봉 당시 460만 관객을 동원하고 공분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돼 아동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로 한 일명 '도가니법'이 통과됐다. 흥행과 함께 사회적인 영향력까지 끌어냈다.


2015년 8월 개봉하여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어이가 없다”란 명대사를 남긴 '베테랑'과 청소년 관람불가 심의등급 영화 사상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디렉터스 버전까지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은 사회 고발 영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내부자들'은 사회적 성공과 신분 상승을 위해 불법적인 일이 너무 쉽게 일어나고 도덕적인 선택은 등한시되는 모습이 권력 우선시 자본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에 이병헌, 조승우, 조우진, 이경영, 김홍파 등 배우들의 열연의 향연이 뒷받침됐다. '내부자들'은 부정부패를 유쾌한 범죄 장르로 변주하며 사회적 의미와 상업적 흥행을 동시에 이뤄냈다.


2017년 '더 킹'은 전두환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약 30년의 한국 현대사를 필름 안에 담았다. 이 배경 속에서 성공을 꿈꾸던 검사 주인공이 권력의 맛을 보고 승승장구하다가 결국 추락하는 이야기를 골자로 했다. 이 과정에서 권력과 유착한 정치 검찰의 세계를 파고들었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시국을 연상케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했었다.


결국 잘못된 권력은 땅에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기득권들이 이익만을 위해 펼치는 머리싸움 계속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더 킹'은 약 5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사회 비판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러나 사회고발 영화가 좋은 주제나 의도를 담고 있다고 언제나 호평과 흥행이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다. 연상호 감독의 '염력'은 용산 철거 참사를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어 100억 원 가까이 되는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지만, 99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B급 유머와 블록버스터 양식의 부조화와 관객들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결의 카타르시스가 흥행 참패를 가져왔다.


2012년 개봉한 '노리개'는 연예계 성상납의 추악함을 드러내려 했지만, 작위적인 설정과 선정적인 묘사들이 이어지며 사회고발 영화의 기능을 퇴색시켰다. 주, 조연을 맡았던 이승연, 민지현,이도아 등 배우들의 연기도 신통치 못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가장 사회적인 현안을 잘 풀어내는가, 그리고 해법을 제시하는가, 마지막으로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내부자들'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하고 수위가 높고 재미가 있었다. '더 킹'도 마찬가지다. 검찰 이야기를 가장 정확하게 한 영화다. 정확한 분석 없이 단순한 고발성만 가지고 있으면 대중을 설득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개봉한 '킹메이커'를 언급하며 "'킹메이커'가 실패한 이유는 젊은 세대가 '삼김 시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이야기를 잘 모르는데 그걸 잘 설명하지 못한 셈이 됐다. 재미있게 만든다고 설경구와 이선균의 브로맨스도 넣었지만 설득이 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살인의 추억', '일급기밀', '공기 살인' 등 사회 고발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김상경은 "흥행은 어떤 배우나 상업영화든 실화를 다룬 영화든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끼리는 세상에 여러 가지 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회 고발 영화는 꼭 필요한 영화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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