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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 좁아진 전쟁터…홈술시장 차지 위한 ‘고군분투’


입력 2022.03.04 06:40 수정 2022.03.03 20:5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장 경쟁 더욱 ‘치열’

연예인·특정 브랜드와 손잡고 협업 잇따라

OEM 생산에 몰두하거나 캔 종류 대폭 늘리기도

수제맥주 업계, “소형 업체 도태 현상 반복 우려”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국산 수제맥주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국산 수제맥주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주류업계가 일제히 ‘홈술 시장’에 집중하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엔 홈술 시장의 확장으로 수제맥주업계 전반에 반사이익이 컸다. 그러나 최근들어 기존 국내 주류 업체들 까지 전부 홈술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성장세가 신통치 않다.


수제맥주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과거에는 주류업계 빅3(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업체가 주류 시장을 주도했지만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제맥주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반전을 맞았다.


생산이 판매를 못 쫓아갈 정도로 인기가 치솟자, 너도 나도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중소·중견 브루어리에 이어 대기업인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가 수제맥주 제조에 나서면서 분위기 마저 한껏 고조시켰다.


때문에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편의점이라는 한정된 매대를 통해 이목을 끌어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차별화 된 특별한 무언가가 절실한 상황이다.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이나 특정 브랜드와의 협업이 갈수록 느는 이유기도 이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예인이나 매니아층이 두터운 특정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일 경우 다양한 장점이 있다”며 “일단 화제성이 크기 때문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브랜드 친숙도가 높아 안정적인 매출 확보를 기대할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수제 맥주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수제 맥주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그러나 협업 맥주는 일반 맥주 대비 수익성이 다소 떨어진다. 통상 협업 제품의 경우 사용권을 가진 업체에 로열티를 지급해야한다. 예를들어 ‘곰표 밀맥주’는 대한제분의 소맥분 제품인 ‘곰표’ 브랜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사 세븐브로이맥주가 로열티를 지불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세부 계약 조건별로 다르지만 인기가 높을수록 로열티는 더 올라간다. 연예인과의 계약도 마찬가지다.


지역 양조장에서만 맛 볼 수 있던 수제맥주가 대중화되고 시장이 성장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품질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도 과도한 협업의 부작용이다.


특히 기존 주류 업체들까지 일제히 가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발을 담구기 시작하면서 도태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 역시 수제맥주 업계의 문제다.


실제로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업계 빅3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부진이 본격화하면서 가정 시장에 눈을 돌렸다. 단골 주류 메뉴인 소주와 맥주 판매량이 크게 줄어 지구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 업체는 집콕족을 겨냥한 마케팅은 물론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하고 있다. 발포주와 무알콜 맥주 등 신제품은 물론 기존 제품 라인업 증대에 역량을 집중해 점유율 확보해 나간다는 목표다.


하이트진로가 청정라거-테라의 캔 라인업을 확대하며 가정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청정라거-테라의 캔 라인업을 확대하며 가정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는 일찌감치 성장하고 있는 수제맥주 시장에 주목했다. 2020년 주류 위탁생산(OEM)이 허용되면서 수제맥주 업체들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다. 수제맥주 위탁 생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고전했던 주류부문의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일년 뒤 오비맥주도 다양한 이종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수제맥주로의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수제와 대중맥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고, 편의점에서의 이색 협업 수제맥주 등 다양성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부상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청정라거 테라의 캔 라인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그간 맥주 시장에 없었던 용량의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산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용량과 가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에 착안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제맥주 업계서는 결국 웃는 것은 ‘편의점’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술집이나 식당에서 주류를 소비할 때와는 달리 홈술·혼술 시장이 커지면서 편의점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성숙하기 전 플레이어가 늘어나면 경쟁이 심화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며 “소형업체 입장에서는 유명브랜드들과의 협업 마케팅이 늘어날 경우 경쟁면에서 어려운 입장에 서게되고, 이겨내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수제맥주라고 하면 ‘프리미엄’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했는데, 대기업들이 너무 많은 제품군을 출시해 버리니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고 사라지는 듯 해서 아쉽다”며 “경쟁이 심화된 만큼 수제맥주 본래의 가치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때인 듯 하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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