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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쿠데타’ 응징으로 기사회생


입력 2022.01.05 07:58 수정 2022.01.05 08:00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준석 주장-김종인 실행 선대위 해체 기도를 역이용 카리스마 회복

‘연기만 하라’는 金의 상왕 행세 용인해선 조롱 받다 선거 끝날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선대위를 대표해 국민께 큰절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선대위를 대표해 국민께 큰절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물러 터지고 질질 끌려 다닌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은 지지율 대폭락 참사를 부른, 윤석열다움과 정반대인 이 실망과 한탄의 말을 털어내야만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물러 터지고 질질 끌려 다닌다는 건 그가 누구에게 그렇다는 말인가?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만 모르고 있거나 인정하지 않아왔다. 이제야 깨닫고 결단을 하는 모습이다. 만시지탄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간은 아직도 두 달 이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공식 직함보다 상왕(上王)이라는 비공식 타이틀이 더 어울리고 더 정확해 보이는 82세 노인 김종인은 엊그제 그 엄중한 시점에 세 가지나 되는 엄청난 자살골을 터뜨렸다.


첫 번째는 선대위 개편안을 후보와 의논,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다. 그러고 나서 기자들에게 “후보와는 상의하지 않았으니 당황스럽고 괴로울 것이다”라며 마치 의거(義擧)를 일으킨 양 자랑스럽게 말했다.


두 번째는 의원총회에 나가 공개적으로(이것도 자랑스럽게다) “후보에게 내가 당신 비서실장 역할을 할 테니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해 달라. 그러면 이긴다”고 말했다. 이 발언 그대로 기사가 나갔다. 윤석열은 이 한마디로 정치적 미숙아, 꼭두각시, 바보가 되어버렸다.


세 번째는 윤석열이 자신과 선대위 개편안을 숙의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책임 있는 윗선 모두 사표를 내야 한다는 말을 했을 때는 동의해 놓고 자신을 포함한 총사퇴 보도가 나오자 “나는 사의 표명한 적 없다”고 말을 바꿔버렸다. 다른 사람들 다 물러나는데, 가장 책임이 큰 자신만 쏙 빠진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격노하지 않고 신뢰를 버리지 않는다면 윤석열다움 이전에 남자도 아니다. 노욕과 추태의 망발 노인네에게 더 참으면서 ‘그래도 도와 달라’고 애원한다면 윤석열의 대통령 꿈, 정권교체 대의는 물을 건너가도 한참 멀리 건너가게 될 것이다.


김종인의 선대위 해체 쿠데타에는, 윤석열의 낙선을 노골적으로 바라며 연일 내부로 총구를 겨누는 분탕질, 해코지 이적행위를 업무로 삼고 있는 당 대표 이준석이 있다. 그는 김종인이 와야만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윤석열을 압박했으며 들어온 뒤로는 시종 그의 편에 서서 윤핵관을 공격하며 이간질을 했다.


김종인은 이준석이 선대위를 나가고 나서 긴밀히 소통을 이어가며(윤석열은 제쳐 놓은 채) 지난 연말에는 1시간 30분 동안 함께 밥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아무 얘기도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둘이 무슨 내통, 모의를 했는지는 이번 쿠데타가 잘 말해준다.


이준석은 김종인의 사의 표명도 말렸을 것이다. 그는 기사가 뜨자마자 재빨리 전화로 ‘윤핵관 때문에 재신임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위험 신호를 보냈고, 김종인은 그 말을 들어 번복했다. 점심 회동에 이은 또 다른 장난이다. 윤석열이 화를 안 내는 게 이상할 80대와 30대의 짝짝꿍이다.


김종인은 정권을 바꿔가며 비례대표만 5선을 하고 지역구는 단 한 차례 나가 떨어진 사람이다. 이준석은 세 번 다 낙선한 0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선거 전문가, 유능한 젊은 혁신 정치인 명함을 갖고 다닌다. 진보 콤플렉스에서 허우적대는 언론과 일부 논객들 덕이다.


설령 김종인이 없어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지 못하고 이준석을 무시해 일부 2030 표가 영영 달아나 버린다고 해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지경으로 상황은 악화돼 있다. 경선 승리 후 10% 이상 앞서던 지지율이 10% 이상 뒤지는 결과로 추락하지 않았는가? 더 따지고 말고 할 것이 없다.


자기 정치 욕심만 있는 둘의 무능과 훼방이 빚은 결과인데도 그들은 단 한 번도 자기들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오직 후보 탓만 한다. 후보가 말 실수 같은 잘못을 많이 해서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평론가들을 선거 참모로 모셔야 할 이유가 도대체 없지 않은가?


김종인 상왕을 그대로 두고 선거 운동을 계속한다면 윤석열은 어떤 발언,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김종인의 작품을 앵무새처럼 읽는 사람이 될 것이다. TV 토론회에서 이재명이 “그거 김종인이 시켜서 한 말이냐?” “김종인에게 물어보고 대답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조롱해도 그는 할 말이 없게 된다. 그럼 투표는 해보나 마나다.


김종인, 이준석 말고도 다수 국민들이 호감을 갖는 인물들은 많고도 많다. 당장 당 내부에 원희룡, 윤희숙도 있지 않은가? 이런 사람들을 전면에 세워놓고 이제부턴 윤석열이 윤석열로 거듭 나는 자신감 넘치는 행군을 시작하면 된다.


윤석열은 윤석열 다워야 멋이 있고,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대통령 감으로 기대를 받는다. 문재인과 추미애와 조국과 싸운 그 윤석열 말이다.


김종인과 이준석은 어설픈 쿠데타를 벌임으로써 윤석열이 그것을 역이용해 결단하고 그의 카리스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에게 상처만 내오다 막판에 결정적인 한 판 선거 운동을 해준 것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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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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