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군주: 가면의 주인’→‘옷소매 붉은 끝동’
각양각색의 개성 지닌 사극들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MBC
2010년 단막극 ‘나야, 할머니’로 데뷔한 정해리 작가는 이후 2011년 MBC 드라마 ‘계백’의 공동 집필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백제의 31대 마지막 왕 의자왕과 장수 계백을 재조명하는 묵직한 분위기의 사극이었다. 이후에도 한성부 관리가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종의 측근 창원군과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불온’과 ‘군주-가면의 주인’ 등 사극으로 꾸준히 시청자들을 만났다.
현재 방송 중인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정조 이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로맨스를 다룬 이 작품은 현재 10%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만개한 사극 내공
정 작가는 그간 사극 장르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아왔다. 데뷔작인 단막극 ‘나야, 할머니’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사극이었으며, 정통과 퓨전을 가리지 않고 소화하는 넓은 사극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 했다.
먼저 공동 집필로 참여한 ‘계백’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다루며 무게감을 보여줬다. 드라마 초반 전투 장면을 빈약하게 그려 혹평을 받은 것이 방송 내내 아쉬움으로 남기는 했지만, 몰락의 길을 걷는 백제의 운명을 꽤 치밀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신 계백 장군(이서진 분)을 중심으로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조재현 분), 차비 은고(송지효 분)의 우정과 사랑, 치정까지. 그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며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왕권과 신권의 첨예한 대립과 주변국과의 치열한 세력 다툼도 함께 담아내며 정치 사극의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백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었다.
마찬가지로 공동 집필로 참여한 ‘군주: 가면의 주인’에서는 조선시대라는 배경에 ‘가면 쓴 왕세자’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더한 퓨전 사극의 재미를 선보였다. 조선 팔도의 물을 사유해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조직 편수회와 맞서 싸우는 왕세자의 의로운 사투를 그린 드라마로, 편수회 수장 대목(허준호 분)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면을 써야 했던 세자 이선(유승호 분)이 천민 이선(김명수 분)과 역할을 바꾼 뒤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MBC
대목과 이선의 팽팽한 대립이 주는 긴장감은 물론, 그릇된 욕망을 품게 된 천민 이선과 백성을 위한 군주가 되기 위한 세자 이선의 분투 등 다양한 갈등들이 얽히며 풍성한 전개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군주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남기기도 했다.
영조~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옷소매 붉은 끝동’에는 정통 사극과 퓨전 사극의 매력이 모두 담겼다. ‘마마’라는 단어로 통일되곤 했던 호칭이 이 드라마에서는 ‘자가’, ‘마노라’ 등으로 섬세하게 구분됐으며, 각 캐릭터들의 성격과 소품, 의상 등도 고증이 잘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동시에 이산(이준호 분)과 영조(이덕화 분)의 갈등, 이산과 덕임(이세영 분)의 풋풋한 로맨스 등 극적인 부분들은 살리며 흥미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 풍부한 감성으로 넓히는 시청층
편수회 수장과 이선의 암투를 치열하게 그려냈던 ‘군주: 가면의 주인’에서는 세자 이선과 천민 이선, 아버지를 참수한 세자에게 복수심을 품은 미스터리한 인물 한가은(김소현 분)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전개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했었다.
한가은이 복수를 위해 접근했으나, 결국 세자를 왕좌로 돌려보내게 되는 과정에서 이들의 삼각관계가 애틋하게 그려져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것. 이들의 엇갈린 운명과 안타까운 삼각 러브라인이 중, 장년층은 물론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데 크게 한몫했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인기 중심에는 정조 이산과 궁녀 덕임의 러브스토리가 있다. 훗날 정조가 되는 세손 이산과 의민 성씨가 되는 덕임은 현재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청춘들의 모습으로 설렘을 유발하고 있다. 역사가 스포일러가 되는 사극이지만, 첫사랑의 풋풋한 감성만큼은 그대로 살아있어 ‘알고 봐도 재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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