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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청년의꿈' 독자행보…발걸음 어디로 향할까


입력 2021.11.25 01:44 수정 2021.11.25 10:13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대선후보 경선 이후 '청꿈' 활동 매진

전두환 조문 문제도 묻고 답해 결론

이재명 향해 "막가는 인생 산 사람"

세간 이목 끌고 정치적 존재감 유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BNB타워에서 열린 jp희망캠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후 2030세대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BNB타워에서 열린 jp희망캠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후 2030세대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대선후보 경선 이후 '청년의꿈' 플랫폼을 근거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형성된 2030 청년 세대들의 지지세를 온존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큰그림'을 그리되, 단기적으로도 '청년의꿈'을 통해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준표 의원은 24일 '청년의꿈'의 '홍문청답(洪問靑答·홍준표가 묻고 청년이 답하다)' 게시판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 조문을 가려고 했는데 절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다"며 "그 의견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홍 의원은 같은 게시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나의 제2의 고향인 합천 옆동네 분"이라며 "정치적 이유를 떠나서 조문을 가는 게 도리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운을 띄웠다.


이에 "'조국수홍' 프레임에 갇혀 눈물 흘리고 또 프레임질 당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게 낫다"며 "광주에 가서 '보수당은 싫어도 홍준표는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외친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들이 속속 올라오자, 이를 받아들여 전 전 대통령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홍 의원은 '청년의꿈'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조문처럼 쟁점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외에도, 특유의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단답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질문에 "막가는 인생을 산 사람"이라고 짧게 답했는데, 이 촌평은 SNS 공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 청년 세대 지지 온존 의도로 보여
'지역'서 '세대'로 정치적 중요성 변화
경선 과정서 형성된 2030 자발적 지지
'독고다이' 洪에게 유의미한 지지 기반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대선후보 경선 결과 발표 직전일이었던 지난 4일 오후 홍대거리를 방문해 지지자, 젊은세대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사진찍고 악수하며 거리를 누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대선후보 경선 결과 발표 직전일이었던 지난 4일 오후 홍대거리를 방문해 지지자, 젊은세대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사진찍고 악수하며 거리를 누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정치권에서는 홍준표 의원의 '청년의꿈' 활동에 대해 경선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 2030 세대 청년들의 지지세를 이어가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나타난 2030 청년들의 지지세는 그간 '독고다이'로 정치를 해오던 홍 의원에게 있어서 독자적인 '지지 기반'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정당의 공천 후보로 나섬에 따라 자연스레 따라오는 당원들의 지지나 대권주자급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팬클럽'을 넘어선, 세대에 기반한 광범위한 지지 기반을 얻었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는 오랫동안 권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주의 정치의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대권주자들에게도 기반이 되는 지역이 중요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이른바 '3김'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지역감정은 약화되는 반면 세대갈등·젠더갈등은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치감각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홍 의원이 이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이번 경선 과정에서 형성된 2030 세대 청년들의 지지세를 온존하기 위해 '청년의꿈' 플랫폼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처칠의 '청년보수당' 운동 비유 '주목'
전쟁서 나라 구했는데 표심 외면당해
처칠, 와신상담한 뒤 77세 수상 복귀
처칠 비유서 홍준표의 시선 유추 가능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BNB타워에서 열린 jp희망캠프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BNB타워에서 열린 jp희망캠프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준표 의원이 자신의 '청년의꿈' 활동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청년보수당' 운동에 비유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경선 기간 홍준표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언주 전 의원은 홍 의원의 '청년의꿈' 활동과 관련해 "설명을 듣기로는 1945년 전후 총선에서 처칠의 보수당이 참패를 하고나서 보수당 개혁을 위해 청년보수당 운동을 했다"며 "2030 청년들의 관심이 전후에 노동당으로 떠나고 있었는데, 당내에 있지만 당 소속이라기에는 독립된 청년보수당 운동을 통해 활력과 쇄신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전했다.


홍 의원 본인도 "'청년의꿈'은 영국 보수당의 '청년보수당' 2021년 버전"이라며 "현재와 같은 당의 모습으로는 앞으로 선거 치르기가 어렵지만, 만약 청년의꿈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젊은이가 100만 명이 모인다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처칠은 2차대전 내내 영국 수상으로 있으면서 나치 독일과 싸워 위기에 빠졌던 영국을 구해냈는데도, 승전이 확실시되던 1945년 치러진 7·5 총선에서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포츠담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서기장과 회담을 하고 있던 처칠은 도중에 그만두고 돌아오는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


보수정당이 문을 닫을 위기였던 2017년 대선 때 패배가 확실시되는데도 불구하고 출마해 "이제 우리 숨지 말자. 부끄러워하지도 말자"고 외쳐 당을 다시 살려내는 토대를 구축했다고 자처하는 홍 의원으로서는 자신이 이번 경선 당심(黨心)에서 참패한 것에 대해, 마치 2차대전 이기고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한 처칠의 심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국 국왕 조지 6세는 1945년 7·5 총선에서 참패한 71세의 처칠이 당연히 정계를 은퇴하리라 생각하고 도버 공작위를 수여하겠다고 했지만, 처칠은 이를 거부했다. 작위를 수여받는다는 것은 정계은퇴를 의미하기 때문에 처칠이 이를 거부한 것은 다시 한 번 수상을 노려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청년보수당원을 15만 명까지 불린 처칠은 1951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77세의 나이로 수상에 복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국의 작위 수여처럼 정계은퇴 여부를 판별해낼 수 있는 장치는 없지만, 홍준표 의원이 자신의 '청년의꿈' 플랫폼을 처칠의 '청년보수당' 운동에 빗댄다는 점, 처칠은 '청년보수당' 운동을 바탕으로 6년간 와신상담한 끝에 수상에 복귀했다는 맥락을 고려하면, 홍 의원의 시선이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해 있는지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계은퇴 아니라면 대선 '구경'은 불가
"누가 제일 싫냐" 질문에 洪 "이재명"
"3월 9일 패망? 그렇게 안돼야죠"
'1억 페이지뷰' 달성 때 움직임에 주목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경선 전당대회에서 단상으로 나아가 윤석열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경선 전당대회에서 단상으로 나아가 윤석열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홍준표 의원이 현재로서는 '백의종군'에 방점을 찍으며 윤석열 후보를 정점으로 하는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합류에 선을 긋고 있지만, 특정한 시점에서는 결국 선대위에 몸을 싣지 않겠느냐는 예측은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다.


정계은퇴를 택한다면야 별론으로 하더라도,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정치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라면 대선 국면에서 완전히 빠져있을 수는 없다.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동료 정치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대선 결과에 따라 책임론이 제기될 여지도 봉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 의원도 이러한 선택지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는 듯한 정황이 '청년의꿈' 곳곳에서 감지된다. 홍 의원은 '청문홍답(靑問洪答·청년이 묻고 홍준표가 답하다)' 게시판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을 열거한 뒤 누가 제일 싫은지를 묻는 질문에 "이재명"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내년 3월 9일에 패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안돼야지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역할'을 할 시점은 신중히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또는 하락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초박빙 국면으로 접어들고, 자신이 '청년의꿈' 플랫폼에도 보다 세(勢)가 붙었을 때가 움직일 시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홍준표 의원이 '청년의꿈'에서 상징적인 수치와 함께 오프라인 토크쇼 개최를 예고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홍 의원은 이날 '청년의꿈'을 통해 "1억 페이지뷰가 되면 홍대거리 상상마당에서 오프라인 토크쇼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현재 '청년의꿈'의 누적 페이지뷰는 2000만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문을 연 '청년의꿈'의 성장세로 미뤄볼 때, 1억 페이지뷰는 내년 1월 중순 무렵에는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을 불과 50여 일 앞둔 시점이다. 이 시점에 오프라인 토크쇼를 개최해 즉문즉답(卽問卽答)을 한다면 지지 후보에 대한 언급이 자연스레 나올 수 있다. 홍 의원이 어떤 식으로 '판'을 만들어갈지가 주목된다는 지적이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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