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과 새우깡, 진실과 거짓말

입력 2008.03.20 22: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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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치자금이나 새우깡이나 머리만 남고 몸통은 증발

아직도 진실을 밝히는 것은 소비자이자 유권자의 몫 한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새우깡 속에서 발견된 이물질의 정체가 생쥐머리로 추정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물질이 약 16㎜ 크기로 외관은 딱딱하고 기름이 묻어 있었으며 털이 미세하게 탄 흔적이 있는 물질로 생쥐머리로 추정되었다.

새우깡은 지난 1971년 이래 매년 600만 봉지 이상이 팔리며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생쥐 머리가 나왔다고요? 그럼 몸통은 새우깡 속으로?" 최근 새우깡을 즐겨먹었던 소비자들에게 이런 상상은 소름끼치는 일이다. 더 이상 새우깡을 먹을 수가 없다.

농심은 이번 사태를 숨기기에 바빴다. 큰 소란이 일어나자 농심은 마지못해 제품을 수거하였다. 그러나 생쥐 머리가 나온 것이 확인된 지 1개월여가 지나 버렸다. 이미 ´생쥐 새우깡´과 같은 시기에 가공된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치권에서도 생쥐머리 새우깡 사건이 일어났다. 6공의 황태자였던 박철언 전 의원(66) 일가와 미모의 무용학과 여교수 K 씨(47) 가족 간의 거액 횡령 송사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76억 원이라는 거액에서 음침한 정치자금의 역겨움과 악취가 느껴진다.

박 전 의원의 옛 측근 인사가 ´박 전 장관이 권력 실세였던 6공 시절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차명으로 관리해왔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의원은 "법조생활을 하면서 알뜰히 모은 돈과 물려받은 유산, 그리고 대가 없이 받은 협찬금 등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박 전 의원은 1998년 여름 무용과 조교수이던 K씨를 만났다. 17일 K교수는 경찰에서 자신이 박 전 의원과 내연의 관계라고 밝혔다. K 교수는 박 전 의원의 부탁으로 돈을 차명 관리하였으나 박 전 의원의 변심에 대비해 돈을 빼돌린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의원의 거액 자금을 둘러싼 의혹에서 섹스 스캔들로 비화하고 있다. 98년 국민의 정부시절 DJP 연합으로 실세였던 박철언 국회의원을 만난 미모의 여교수와의 스캔들의 진상은 언젠가 제대로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서로 신뢰가 깊어 176억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들의 만남이야 어떻게 되었든 이제 생쥐머리 새우깡처럼 징그러운 법정공방이 불거져 나와 국민들에게 역겨움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면 몸통은 과연 얼마나 컸을까? 이미 생쥐 몸통이 식품분쇄기에서 다 갈아져 없어져 버렸듯 박 전의원이 주물렀던 정치자금의 몸통은 이제 없어져 버렸다.

설사 박 전 의원의 거액 자금 중 상당액이 옛 정치자금이라 할지라도 세월이 많이 흘러 증거를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지 못한다. 박 전 의원은 법조인답게 자신의 자금에 대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국민에게 신뢰를 상실한 것은 박 전의원이나 농심이나 똑같다. 다른 이물질 첨가 사고처럼 소비자를 잘 구슬리고 사건을 은폐하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다는 기업의 부도덕성을 엿볼 수 있다. 식품위생관리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고에 대한 식품업체의 양심적인 대응자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발표에 따르면 8개 소비자단체에 2007년 8월부터 2008년 1월까지 농심 가공식품에서 발견되어 신고 된 이물질은 벌레 38건, 종류가 불명확한 이물질 8건, 곰팡이·쇠·플라스틱·비닐 각 2건, 머리카락·뼈·파리·스테플러 각 1건씩이었다.

우리 국민들은 식품안전사고나 불법 정치자금에 지나치게 관대한 경향이 있다. 새우깡과 같은 식품은 삶의 기본이다. 정치도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공적서비스이다. 식품의 안전성과 정치적 청렴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는 엄격하여야 한다.

생명과 직결된 식품의 안전, 정치의 깨끗함은 우리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 계속 속고 속으며 살 수는 없다. 악덕 기업은 소비자가 단죄하여야 한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악덕 정치인도 유권자인 국민 스스로 단죄하여야 한다. 더이상 생쥐머리 새우깡을 발견하고 싶지 않다면 4월 총선에서 눈을 크게 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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