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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캐릭터탐구⑳] ‘슈퍼 대디’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닥터브레인 VS 테이큰)


입력 2021.11.09 08:17 수정 2021.11.09 08:17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Dr. Brain'의 타이틀롤 '뇌 박사'를 연기한 배우 이선균 ⓒ이하 애플TV+ 제공 'Dr. Brain'의 타이틀롤 '뇌 박사'를 연기한 배우 이선균 ⓒ이하 애플TV+ 제공

장르를 불문하고 엄마 혹은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믿기지 않는 행동을 하고 말도 안 되는 힘을 보여줘도 우리는 낯설어하지 않는다. 작품 내 표현의 적절성에 따라 수긍되어지기도 비판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생뚱맞다고 생각지 않는다. 모성은 클리셰(Cliché, 장르의 요구나 비판 없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특성)를 넘어 모든 장르의 규범(norm)이라 할 만큼 설명하기 힘든 초월적 힘 또는 그 발생 메커니즘으로 오랜 시간 축적됐고 수용해 왔다.


아빠 혹은 아버지는 좀 다르다. 주로 한 남자였던 인물이 가정을 받아들이고 아이의 자상한 아빠가 되어 가는 과정으로 보여주거나,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가문을 지키는 책임감 있는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부성’이 ‘모성’ 못지않게 불굴의 의지와 슈퍼 파워의 대명사가 된 영화가 있었으니 지닌 2008년 첫선을 보인 영화 ‘테이큰’이다. 당시 리암 니슨은 56세의 나이를 잊게 하는 화끈한 액션, 못하는 게 없고 모르는 게 없는 슈퍼 히어로에 버금가는 능력치로 딸을 구하러 나섰고 관객은 한마음이 되어 응원했다.


고세원 박사 역의 배우 이선균과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조사원 이강무 역의 배우 박희순(왼쪽부터). 둘은 하나일 수도 있고 둘 일수도 있다. ⓒ 고세원 박사 역의 배우 이선균과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조사원 이강무 역의 배우 박희순(왼쪽부터). 둘은 하나일 수도 있고 둘 일수도 있다. ⓒ

지난 4일 Apple TV+(이하 애플TV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6부작 드라마 ‘Dr. Brain’(국내 홍보명 ‘Dr. 브레인’, 이하 ‘닥터브레인’, 제작 바운드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플렉스 다크서클픽쳐스, 연출 김지운, 각본 김진아 고영재 김지운)은 가정에 무심했던 한 남자의 자식 구하기 이야기다.


한국에 처음 진출하는 애플TV플러스가 국내 이용자 확보를 위한 교두보로 ‘닥터브레인’을 야심 차게 제작했다는 사실은 연출을 김지운 감독에게 맡기고, 타이틀롤에 배우 이선균을 기용하고, 배우 박희순 이유영을 주연으로 세운 것에서 확인된다. 문성근 유태오 서지혜 조복래 이엘 엄태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주·조연급을 맡아 작품을 받치니 그야말로 화려한 캐스팅이고, 뭔가 더 있으리라 기대를 키우는 ‘오해’도 보는 재미를 키운다. 배우 이재원은 기존보다 큰 배역을 맡아 흠잡을 데 없이 해냈고, 김주헌은 출연 분량이 아쉽다는 마음이 들게 잘했다.


김지운 감독이 세팅한 제작진이 광각의 영상미와 푸른빛 도는 누아르 화면을 펼치고 그 위에서 탄탄한 배우들이 뛰어논 얘기를 ‘뇌 박사’ 고세원의 아들 구하기에 앞서 이야기한 이유가 있다. ‘테이큰’에 비하면 ‘닥터브레인’의 ‘슈퍼 대디’가 되는 배경이 매우 신선해서 다소 낯설 수 있는데, 그 설정이 공중으로 붕 뜨지 않게 현실과의 괴리감을 줄이는 데에 미장센과 배우들의 호연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수입 조이앤시네마,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수입 조이앤시네마,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본격적으로 두 작품의 ‘슈퍼 대디 레시피’를 비교해 볼까. 영화 ‘테이큰’이 아버지 브라이언(리암 니슨 분)을 슈퍼 대디로 만드는 바탕에는 전직 특수 요원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있다. 보통의 아빠라면 상상도 할 수 없게 총도 잘 쏘고 육탄 액션도 잘하고 운전도 기막히고 정보수집에 능한 재능과 황금 인맥마저 대단한 브라이언, 영화는 특에이급 특수 요원 출신이라는 것으로 관객을 설득했다.


드라마 ‘닥터브레인’의 고세원(이선균 분)은 뇌파 전이를 연구하는 학자다. 어려서부터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는 대단한 기억력과 뛰어난 집중력을 가진 천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수한 두뇌만으로 절체절명의 자식을 구하는 것은 무리다. 드라마는 ‘고세원, 슈퍼 대디 만들기’의 방법으로 ‘두뇌 스캔’을 선택했다. 고세원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뇌파 이동이 가능하다는 가설을 세웠고, 가설을 넘어 현실적으로 입증 가능한 이론이라고 믿었다. 뇌파 이동을 통해 상대의 기억과 습관, 감정 등이 전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쉽지 않은 연구에 일상을 바치고 일에만 몰두하다 아들과 아내를 차례로 지키지 못한 세원, 어느 날 아들이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단서를 접하자 ‘아들 도현이 찾기’에 나선다. 차곡차곡 진행하던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된다. 마음은 급한데 아무도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고 아무도 세원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 세원은 도리어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과 실종 사건의 용의자가 된다.


용의선상에 놓인 세원이 경찰의 감시를 피하는 동시에 살아있는 건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아이를 제때 구할 수 있을까. 마치 ‘빅브라더’처럼 관련 정황 전부를 본 눈이 되고, 영화 ‘테이큰’의 아빠처럼 운전에 붕붕 나는 액션은 기본이고, 흡사 히어로 ‘캣맨’인가 싶을 정도로 잘 기어오르고 사뿐히 착지하고 총알을 피할 수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절박한 상황에서 세원은 아직 입증되지 않은 뇌파 이동 실험을 자신에게 가한다. 스캔이 진행될수록 그야말로 정신과 육체 모두 최상급인 ‘슈퍼 대디’가 되어간다.


고세원의 아들을 데려간 이들도 상대를 잘못 골랐다. 뇌 스캔을 통해 '테이큰' 이상의 초능력 아빠가 되어간다 ⓒ 고세원의 아들을 데려간 이들도 상대를 잘못 골랐다. 뇌 스캔을 통해 '테이큰' 이상의 초능력 아빠가 되어간다 ⓒ

‘테이큰’의 비밀정보국 에이스 특수 요원 출신에 비하면 ‘닥터브레인’은 훨씬 더 독특하고 복잡한 방식의 레시피로 초능력 아빠를 탄생시킨다. 무조건 시청할 거라면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게 재미있지만, 최소한의 정보를 확인한 후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당신이라면 ‘뇌 스캔’이라는 기본 방식을 안다 해도 누구를 스캔해서 어떤 능력이 생기고 어떤 순간에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무엇보다 배우 이선균이 고세원이라는 인물이 되어 보여주는 손동작 하나 표정과 몸짓을 세세히 확인한다면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닥터브레인’은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지만, 아이디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사건을 파헤치는 민간 조사원 이강무(박희순 분)의 정체를 비롯해 많은 비밀이 숨어 있고, 복잡다단하게 스토리가 진행되고, 뇌 연구와 실험을 하는 주체와 목적도 한 가지가 아니다. SF 요소들을 미학적 영상으로 설계하고 표현한 김지운 감독의 감각도 좋고 배우 문성근이 경륜에 어울리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장면, 시종일관 작품의 ‘기타 줄’을 통통 튕기고 뜯으며 긴장감을 유지 시키는 박희순의 섹시미가 보는 맛을 더한다.


애플TV플러스가 국내 OTT(Over The Top, 인터넷TV) 시장에서 얼마나 대중적으로 성공할지 아직은 확언하기 어렵지만, 첫 작품이 시금석이 되는 것이라면 ‘닥터브레인’이 쏜 신호탄은 명징하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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