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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상대 이미지 할퀴기, 어디까지 가고서야 멈출 건가


입력 2021.10.25 08:10 수정 2021.10.25 07:58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부지리’될 것을 뻔히 알면서

명망가 충원 당연한 전략인데

손바닥 하나로는 소리 안 난다

홍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홍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중국 전국시대, 천하의 패권을 다투던 전국칠웅(戰國七雄) 가운데 진(秦)나라가 가장 강성했다. 진·조(趙)나라 등에서의 유세에 실패한 소진(蘇秦)은 연(燕)나라 문후(文侯)를 찾아가 진에 대항하는 ‘6국 합종’을 헌책(獻策)하고 마침내 발탁됐다. 그의 두 동생 소대(蘇代)·소려(蘇厲)도 형의 뒤를 이어 연나라를 섬기면서 다대한 공을 세웠다.


소대의 일화로 유명한 것이 백낙일고(伯樂一顧)의 고사이다. 그가 왕의 명을 받아 제나라 왕을 설득하러 갔다. 그는 우선 순우곤을 만나 유세술을 발휘했다. 어떤 사람이 준마(駿馬)를 팔려고 시장에 나갔으나 사흘이 되도록 그 말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말을 잘 보는 백낙(伯樂: 말을 잘 보는 것으로 이름 난 사람)을 찾아가 말 주위를 돌다가 흘끗 한 번 봐주기만 해달라고 호소했다. 백낙이 부탁받은 대로 하자 말 값이 열배로 뛰어 올랐다.

‘어부지리’될 것을 뻔히 알면서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인구(人口)에 회자되는 말이 어부지리다. 소대는 연나라에 대한 공격을 포기시키기 위해 조나라 혜왕을 찾아갔다.


“여기로 오던 중 역수(易水)를 건넜지요. 모래밭에서 방합(민물조개의 하나)이란 놈이 먹이를 찾던 도요새의 주둥이를 꽉 물고 있었습니다. 그 두 녀석은 서로 ‘이대로 가면 너는 말라죽을 것’이라며 버티더군요.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어부가 두 놈을 모두 잡아가버렸습니다.” ‘방휼지쟁(蚌鷸之爭)에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가 이에서 비롯됐다.(이상 戰國策)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정면 대충돌을 일으켰다. 그간에도 걸핏하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언쟁을 벌이더니 이제는 아예 막장 헐뜯기다. 윤 전 총장이 김태호·박진 의원과 심재철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을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이 페이스북에 격한 표현으로 비난을 쏟아냈다.


“광역 단체장 공천을 미끼로 중진 출신을 대거 데려가는 게 새로운 정치냐.”

“이미 개 사과로 국민을 개로 취급하는 천박한 인식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줄 세우기 구태정치의 전형이 돼 버렸다.”

“그러다 한 방에 훅 가는 것이 정치다.”


중진들이 대거 윤 전 총장 측으로 몰려가는 것에 충격을 받았을 법하다. 입당한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사람 쪽으로 몰려가는 모습들에 실망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진이라는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아니다. 홍 의원 자신 ‘정치경력 26년’을 자랑해 왔지만 그 사람들도 ‘정치 밥그릇 수’를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겨냥해 “각종 공천 미끼에 혹해 넘어가신 분들은 참 측은하다”는 글까지 올린 것은 많이 심했다. 같이 정치를 했던 사람들을 미끼나 탐하는, 머리 나쁜 어족(魚族) 쯤으로 매도하다니.

명망가 충원 당연한 전략인데

선거는 팀 경기다. 특히 대선의 경우 막강한 팀이 없이는 치러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각 후보가 캠프를 꾸려서 득표전을 펼치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우수한 인재, 득표력 있는 명망가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그것 또한 경쟁이다. 누가 더 유능한 참모진과 조력자군(群)을 갖추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그러니 이점에서도 사생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


정치하는 사람이 자리를 희망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욕심이다. 그걸 공격하는 홍 의원 자신, 지금 대통령직이라는 자리를 간절히 원해서 만난을 무릅쓰고 역주하는 중 아닌가. 자신의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고 서운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 표현이 너무 독하다. 자신이 자랑하듯 당 대표도 하고 대선 후보도 지낸 경력을 가졌으면서 당심을 아우르지 못했다면, 자책부터 할 일이다. 리더의 리더다움이 그런데서 드러난다.


양측 캠프의 전략가 책략가들은 다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싸움은 국민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위험하고 어리석은 게임이다. ‘한방’에 훅 가는 것이 아니라 인내의 한계를 범하면 시름시름 가버린다. 품격을 지키면서도 효과적으로 후보를 돋보이게 하는 화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는커녕 되레 싸움을 키우는 것은, 후보를 당선시키기보다 자신들의 몫에 더 골몰하기 때문인가?


홍 의원 캠프가 먼저 ‘막말 리스트’라는 것을 언론에 배포했다. “윤 전 총장이 정치 선언 이후 4개월간 25건의 실언·망언을 했다”는 것이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윤 전 총장이 당 본선 후보가 돼, 실언하게 되면 우리는 ‘대통령 이재명’ 시대를 맞이하는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런 식의 공격은 더 심한 반격을 초래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터뜨리고 보자는 것이 이른바 경쟁심리인 모양이다.

손바닥 하나로는 소리 안 난다

윤 전 총장 측이 대범하게 넘겼으면 좋았을 텐데 맞대응을 함으로써 양측의 감정대립이 더 격화됐다. 윤 캠프에서도 ‘홍 의원 망언·막말 리스트 25건’을 자료로 만들어 내놨다. 이 자료는 “홍 후보의 막말은 거의 금메달감이다. ‘욕설은 이재명, 막말은 홍준표’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라고 몰아세웠다. ‘회자될 정도’라면 세상 사람이 다 안다는 뜻인데 그걸 굳이 정리해서 배포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이야말로 난형난제(難兄難弟)다.


게다가 후보 부인들까지 점잖지 못한 말싸움에 쓸어 넣기까지 했다. 윤 전 총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른바 ‘개 사과’와 관련, 부인 김건희 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 몫임을 강조한 것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거기서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어떤 분은 가족이 후원회장도 맡는데”라는 데까지 갔다. 홍 의원의 후원회장이 그의 부인인 이순삼씨라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했겠지만 그 효과는 득표가 아니라 감정대립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손바닥도 맞부딪쳐야 소리가 난다. 국민은 누가 더 심하고 누가 덜 심하냐 까지 구분해 주지는 않는다. 이전투구로 인식하고 마는 것이다. 당내 경선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서 대통령이 되려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면할 수가 없다.


더욱이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의원이 화해와 화합의 손을 잡은 상황이다. 그런데, 말하자면 도전세력인 야당의 후보들이 서로 상대방의 이미지 할퀴기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니. ‘회생불가’라는 국민적 진단에서 벗어난 게 언제 적 일이라고 “차라리 민주당에 승리를 넘길지언정 당신이 되는 것은 못 봐”라는 투로 싸우고 있다. 기억력의 한계인가 지능의 한계인가.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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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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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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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성순
  • 반대순
  • 독락 2021.10.25  10:46
    홍준표는 경선에서 패배하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거라고 본다. 홍준표는 본디 그런 위인으로 어디를 가도 분란을 야기하니 무소속이 딱 맞는 그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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