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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라스트 듀얼:최후의 결투'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리한 연출


입력 2021.10.18 07:17 수정 2021.10.17 09:1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0일 개봉

맷 데이먼·아담 드라이버·조디 코머 주연

리들리 스콧 감독이 중세 시대 프랑스에 있었던 실화를 통해 2021년에 시대를 초월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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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 최후의 전투'는 14세기 말 승패로 정의가 되는 야만의 시대, 권력과 명예를 위해 피가 묻은 창끝을 겨눈 절친이었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에릭 재거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장 드 카루즈(맷 데이먼)과 자크 드 그리(아담 드라이버)를 정면에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 진짜 주인공은 두 남자가 아닌, 두 남자와 뒤에서 싸워야했던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다.


영화 속 사건은 프랑스에서 강간 의혹을 열린, 결투 재판을 실화로 했다. 중세 프랑스에서는 14세기말까지 일반적인 재판 대신 결투 재판이 합법으로 존재했다. 죽음을 두고 결투를 벌이면 승자의 말이 곧 진실이 되는 재판이다.


존경받는 가문이었지만 쇠락한 탓에 장은 반역자로 몰린 가문의 딸 마르그리트와 결혼을 한다. 이후 가문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스코틀랜드와의 전쟁에 참여한 맷은 살아돌아왔지만 아내로부터 그의 절친한 친구 자크에게 강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크는 명문가 출신은 아니지만 영주 피에르(벤 애플렉)의 눈에 들어 승승장구 한 인물이다. 친구였지만 두 사람의 과거는 불신과 갈등으로 점철돼 있다. 장은 아내가 물려받아야 할 땅을 헌납받은 피에르에게 부당하다며 고소를 했고, 평소 총애를 받지 못한 장은 이 일로 인해 자신의 성 반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리고 장의 성주는 친구 자크가 된다. 두 사람의 갈등과 앙금은 마르그리트의 강간 사건으로 절정에 다른다.


영화는 1장부터 3장으로 똑같은 사건을 두고 장, 자크, 마르그리트의 시선으로 반복된다. 1장은 장의 시선이다. 자신의 것을 부당하게 가져간 자크에 대한 배신감, 여기에 아내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장의 이야기다. 2장은 자크의 시선으로 마르그리트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였고, 강간이 아닌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한다. 1장과 2장은 각각 다른 진실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혼란을 야기하지만 3장 마르그리트의 기억에 펼쳐지며 진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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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 자존심과 굴욕을 씻기 위해 나섰을 뿐, 아내를 위해 명예롭게 싸운 남편이 아니었고, 자크는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비겁한 남성이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신분이 높더라도 여성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금기시 됐고 강간도 강간죄가 아닌, 남편의 재물손괴죄에 해당했다.


권력과 욕망의 대상이었던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침묵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되찾는지를 보여준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역사적 사건에 스릴러 요소와 지금의 시대상을 결합해 152분의 시간을 1초의 낭비 없이 스크린에 펼쳤다. 20일 개봉.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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