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승의 역사 너머 역사㊿] ‘청산리 대첩=김좌진’이라는 등식 깨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10.12 14:01  수정 2021.10.12 13:43

30여년 전 학생들은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서 ‘봉오동 전투=홍범도’ ‘청산리 대첩=김좌진’이라는 등식을 외웠다. 등식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등호(=)로 좌우를 연결하여 대상이 서로 같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등식대로라면 봉오동 전투는 곧 홍범도를 의미하고, 청산리 대첩은 곧 김좌진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게 등식이 성립할 수 있을까?


1919년 3월 독립군 현황(조선소요사건관계서류)ⓒ국사편찬위원회

홍범도, 김좌진이라는 이름이 단순히 홍범도와 김좌진 개인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홍범도의 경우 홍범도와 그가 이끄는 부대를 의미하며, 김좌진은 김좌진과 그가 이끄는 독립군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봉오동 전투를 홍범도 부대만으로, 청산리 대첩을 김좌진 부대만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봉오동 전투의 경우 이러한 등식이 어느 정도 깨지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는 여전히 봉오동 전투를 홍범도와 그가 이끄는 부대의 전과로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깨진 상태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홍범도의 대한독립군뿐만 아니라 안무가 이끄는 국민회군, 최진동이 이끄는 군무도독부 등 다수의 독립군이 연합하여 부대를 편성해 봉오동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청산리 대첩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바뀐 것이 조금 있다면, 청산리 대첩에 홍범도의 대한독립군이 추가되었다는 정도이다. 물론 김좌진이 이끄는 북로군정서가 청산리 대첩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신주백 독립기념관 연구소장 등의 연구에 따르면 ‘청산리 대첩’ = ‘김좌진’이라는 등식은 해방 이후 형성된 인식이다. 실제 당시 신문이나 기록 등을 살펴보면 청산리 대첩에 다양한 주체가 참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안무의 대한국민회군이다. 대한국민회군이 청산리 대첩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대한국민회의 직할부대였기 때문이다. 당시 간도 지역에는 여러 한인 사회가 설립되었다. 그중에서도 대한국민회는 가장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던 한인 ‘민정기관’이었다. 북간도 독립운동이 근본적으로 지역에 살고 있는 한인의 도움을 받아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대중적 지지의 중요성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국민회의 직할부대인 대한국민회군은 당연히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에서 주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한국민회는 북간도를 중심으로 독립자금을 확보하여 무기를 구매하였다. 이렇게 구매한 무기는 국민회군에게 지급되었다. 이렇게 대한국민회군은 무장을 갖춘 이후 안무를 지휘관으로 삼아 봉오동 전투를 비롯한 독립전쟁에 참여하였다. 실제 어랑촌 전투는 청산리 대첩 당시 가장 큰 전투로 알려져 있다. 이때 일본군은 어랑촌에 참여한 독립군 부대 중에 안무가 이끄는 국민회군을 주요 부대 가운데 하나로 보았다.


1920년 일본은 대륙 침략 정책을 추진하던 중 간도 한인의 독립운동으로 인후부를 위협받게 되자 이를 제거하기 위해 중국 동북지역을 침략하였다. 이 과정에서 북간도 독립군과 충돌한 것이 청산리 대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일본의 목표는 간도 일대 한인을 초토화하는 것이었고, 그 1차 목표가 독립군의 소멸이었다. 따라서 일본군의 공격은 북로군정서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그 대상 역시 대한국민회를 비롯해 간도에 살고 있는 한인 사회 전반의 문제였다. 청산리 대첩은 이에 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청산리 대첩은 간도에 살고 있는 한인이 일본의 침략에 대항한 결과이며, 등식으로 표현하자면 ‘청산리 대첩’ = ‘한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soothhistory@nah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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