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친박계 위기감 현실로...영남권 공천이 분수령<

입력 2008.03.06 21:54  수정

이규택-한선교 공천탈락에 침묵하던 박근혜 "표적공천" 일갈

이 대통령- 정두언 의원 독대 후 공천결과, 의구심 더해

´계파안배식 공천´, ´친박배제 논란´ 등 한나라당 내 공천잡음 가운데도 굳게 침묵해왔던 박근혜 전 대표가 입을 열었다.

6일 진행된 경기·제주 지역 공천심사 결과 친박계 중진 의원인 이규택, 한선교 의원 등이 탈락한 것과 관련, "여론조사 결과로 보거나 의정활동에도 하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나를 도왔다는 그 이유로 탈락을 시켰다"며 "이런 것은 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

특히 당내 친이명박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이 4일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공천상황을 논의한 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터여서 친박계의 거센 반발과 함께 ´표적공천´ 논란의 의구심이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공천에서 탈락한 이규택·한선교 의원은 "공심위의 공천기준을 신뢰할 수 없고 결과에도 승복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박 전 대표 측을 배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해 공심위에 대한 강한 불신과 함께 박 전 대표를 필두로 집단행동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나아가 이 의원은 공천내정자 발표 직후 <데일리안>과 가진 통화에서 "결과에 승복할 수 없으며 머리라도 깎겠다"면서 "이제 경기도에서 박 전 대표 표는 다 날아간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박 전 대표 등 친박계의 이 같은 반응은 그동안 당내 공천이 진행되면서 횡행했던 ´물갈이 공천´ 논란이 실상 현실화 된 것인데다가 주말, 최대 격전지역으로 관심이 꼽히는 영남권 공천 내정자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충남 아산 지역에서 지난 경선 때 친박계를 지원한 이진구 의원이 탈락한데 이어 수도권에서도 의원들이 탈락하면서 친박계 내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공천배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끓고 있다.

더구나 이날의 발표는 5일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내 기획통으로 알려진 정두언 의원과 박형준 의원 등을 따로 불러 한나라당내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박계는 의혹의 눈길을 더하고 있다.

다시 장고에 들어간 박 전대표가 당장 친박계와 함께 집단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당-탈당 등의 수순을 밟기에는 이미 실기했다는게 정가의 분석이고 아직 자신의 정치적 배경인 영남권 공천 발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이계가 정권 출범과 아울러 얼마남지 않은 총선까지의 시간적 제약을 이유로 밀어붙이기를 계속할 경우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이 탈락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볼 수 만은 없다는 것이 박 전대표의 딜레마다.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는 친박계의 강한 불만과 함께 ´밀실공천´ 논란 등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던 데다 공심위의 중립성 및 공천기준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제기되어 왔다.

친박계 현역의원 탈락에 격앙된 박 전 대표가 재차 "이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납득할 만한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공심위의 심사 배경과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편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최근 ´계파공천´ 논란 속 공심위를 겨냥, 공개 경고하면서 다잡기에 나섰지만 막상 영남권 공천결과 발표를 앞두고 친박계의 집단 반발 조짐이 가시화 되면서 당장 당내 갈등부터 풀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앞서 지도부를 비롯한 친이-친박계는 당규상 공직후보자 추천규정(3조 2항)의 적용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른바 있고, 계파간 의견조율 및 표적공천 의구심이 풀리지 않을 경우 양측은 상처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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