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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⑩] 갓난아기 데리고 법정 나온 '8살 딸 살인 부부'


입력 2021.09.27 05:04 수정 2021.09.26 09:31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대소변 먹이고 때려…상습아동학대·살인 혐의로 부부 1심 '징역 30년'

옥중 출산한 5개월 딸 항소심에도 함께 출석…변호인 "아기 사정 고려 선처해달라"

방청객 "친딸 잔혹 살해하고 다른 자식 내세워 읍소…법정에 아기 데려오는 것 조차 학대"

법조계 "아동학대 특수성 비춰 출산 감형요소 되긴 어려워…오히려 친권 자질 의심"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 A씨와 양부 B씨가 지난 3월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 A씨와 양부 B씨가 지난 3월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8살 딸을 3년간 굶기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친모와 양부가 항소심에서 갓난 아기를 안고 법정에 출석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 6-2부(정총령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A(28)씨와 양부 B(27)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3월 2일 인천시 중구 한 빌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 C(8)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부부는 C양이 거짓말을 한다거나 대소변 실수를 한다며 옷걸이, 주먹 등으로 C양의 몸을 때리고 수 시간 동안 스쿼트, 엎드려뻗쳐 자세를 시켜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대소변 실수를 훈계한다며 대소변을 먹게 하거나 대변이 묻은 속옷을 입에 물리는 등 함께 공모해 35회에 걸쳐 C양을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부부 모두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카키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옥중에서 출산해 이제 5개월 정도 된 딸을 아기띠에 매고 나왔다. 분홍색 옷을 입고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아기는 A씨에게 얌전히 안겨있다가도 가끔씩 "응애"하며 보챘다. A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딸을 쓰다듬었고 B씨도 자신의 딸을 몇 번이나 지그시 바라봤다. 법정 질서를 유지하는 경위들도 이따금씩 아기를 쳐다보기도 했다.


변호인은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30년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히고 "딸을 옥중 출산해 돌보고 있는데 이런 사정들도 고려해달라"며 재판부에 거듭 선처를 호소했다.


A씨 부부의 혐의에 분개해 직접 재판을 보러 온 방청객들은 한숨을 쉬며 "아기를 이런 데 왜 데려와", "많이 컸네"라며 동요했고, 일부는 "아기가 불쌍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대다수 방청객들은 굳이 법정에 아기를 데려온 A씨 부부의 처사에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방청객 이모(31)씨는 "친딸을 그렇게 잔혹하게 살해해놓고 다른 자식을 앞세워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것은 마치 아기를 도구처럼 이용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법정에 이렇게 어린 아기를 데려오는 것 조차 학대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동학대살인사건은 비난을 많이 받는 만큼 법정 방청석에서도 험한 말이 나올 수 있는데 아기가 있으면 방청석에도 아기를 생각해 행동을 제한하게 된다"며 "재판부와 방청석을 의식해 일부러 데려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모 A씨와 양부 B씨에게 수 십 차례 학대를 당해 숨진 8살 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친모 A씨와 양부 B씨에게 수 십 차례 학대를 당해 숨진 8살 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법조계 전문가들은 A씨 부부의 경우 수감 중에 출산한 아기를 법정에 데려왔다고 재판부가 감형 요소로 고려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는 "폭행 등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한해서는 출산 및 임신 사정이 고려돼 실형도 집행유예로 바뀔 수는 있지만, 이 사건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고 아이가 사망하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라며 "피해자의 동생이 태어난 사실이 피해를 회복하거나 가해 부모의 반성으로 연결될 수 없어 감형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이 사건은 오히려 부부가 친권을 가질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운 경우"라며 "현행법상 영아가 있는 여성 수용자는 교도소 내 일정기간까지 양육할 수 있는 등 모성보호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기 출산이 감형요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씨는 18개월까지는 직접 딸을 돌볼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친지나 위탁기관에 아이를 보내야 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53조에 따르면 여성 수용자는 자신이 출산한 유아를 교정시설에서 양육할 것을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소장은 특별히 부정적인 사유가 없으면 생후 18개월까지 이를 허가해야한다.


한편 A씨가 옥중에서 딸을 돌보는 동안에도 친부인 B씨는 원할 때 딸을 면회하거나 접견하기 어려워 보인다.


교정시설 관계자는 "부부가 각각의 기관에 따로 수감돼 있는 상황이고, 아기 아빠라고 해서 반드시 아기를 보여줘야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접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접견 자체가 소장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회의를 거쳐 결정될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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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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