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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박지원과 홍준표 살렸다


입력 2021.09.23 07:00 수정 2022.03.14 11:13        데스크 (desk@dailian.co.kr), 데스크

이재명, 대장동 늪에 빠지면서 박지원, 조성은 태풍 잠재워

홍준표 기습 번트로 대탈출 시도, 윤석열은 예능으로 히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래서 대선 마라톤 관전이 재미있고 예측불허다.


자신들 입으로, 김대업 추억에 젖어 불장난을 저지르기라도 한 듯한, 역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큰 위기에 처했던 국정원장 박지원과 ‘공익제보자’ 조성은이 추석 직전 뉴스에서 사라져버렸다. 조성은에 대해서는 빈털터리 주제에 호화 승용차와 아파트를 자랑하고 있었다는 기사 1개가 이어졌지만, 메아리 없는 단발 속보(續報)로 묻혔다.


여권 대선 선두 주자인 이재명이 시장이었던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이 너무 크고 일반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돈과 부동산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발 사주(使嗾) 의혹은 박지원의 제보 사주 의혹으로 바뀌기 전에도 그 내용이 보통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기에는 뭐가 문제인지가 분명치 않고 증거도 확실치 않은 한계가 있었다.


쉽게 말해 뇌물이나 불륜, 성 비위 또는 조직 내 암투 같은 이해가 금방 되고 흥분을 일으키는 의혹이 아니어서 대형 이슈로 불거지지 못했다. 그것이 정치 9단의 책사(策士) 박지원의 등장으로 비로소 스캔들이 커지려다가 ‘이재명 게이트’를 만나 아예 소멸해버린 것이다.


이재명 자신은 대장동 늪에 빠지면서 박지원과 조성은을 살려준 셈이다. 이 둘에 이어 그가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아군인 윤석열을 공격했다가 혼쭐이 나고 바야흐로 그가 미스터리하게 얻고 있었던 지지가 사그라지려던 찰나에 있던 홍준표다.


그는 이재명 덕에 기사회생, 그를 사납게 물어뜯으며 ‘소인배 망신’을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재명으로서는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배은망덕’을 당하는 입장이 됐다. 대선은 이렇게 어느 소설,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고 주인공들의 성격, 특기 같은 것들이 적나라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대장동 의혹은 초대형 비리 사건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이재명 게이트’로도 불린다.


이 게이트는 일단 돈, 땅, 사람이 그렇게 완벽하게 조합이 됐을 수가 없다. 사업 규모도 조 단위다. 땅이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분당 인근 판교 밑 금싸라기다. 유명 법조 인사들이 사업 시행사 고문들으로 영입됐다.


‘이건 두 말이 필요 없는 스캔들’이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있는 돈과 시간 관련 숫자들은 또 어떤가?


- 문제가 된 회사 화천대유의 출자금은 5000만원인데, 1100배 수익을 올렸다.

- 이 회사의 별도 분양 수익과 이익 배당액이 모두 6000여억원이다.

-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컨소시엄 성남의 뜰을 주도한 화천대유의 지분은 1%였다.

- 성남의 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 사업공고 신청 접수 21시간 만이다.

-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을 주도한 대법관 권순일은 퇴임 2개월 뒤 화천대유 고문으로 들어갔다.

- 권순일은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이 보도된 지 1일 만에 고문직을 사임했다.


고딕체로 나타낸 숫자들만 봐도 이 개발 사업은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걸 직감할 수 있다. 뭔가가 사전에 기획되고, 그것에 맞춰 무리하게, 초고속으로 진행된 냄새가 역하게 난다.


특혜가 없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사위원에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직원이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모두에 참여했다고 보도됐다. 그리고 만 하루도 안 돼 이름도 급조 인상이 짙은 ‘성남의 뜰’에 사업 시행권이 떨어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장이 좌지우지하는 지방 공기업이다.


이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이상한 이름들을 한번 살펴보자. 화천대유(和天大有)와 그 관계 회사 천화동인(天和同人)은 유교 경전이자 역술 책인 주역(周易)에서 따온 말이다. 개발 지역 동명인 대장(大壯)도 주역에 나오는 ‘뇌천대장’의 대장과 한자가 같다. 그리하여 두 회사 이름의 뜻은 ‘대장동의 지각변동으로 재물을 불리고 영토를 확장하여 대동(大同) 세상을 건설한다’라는 것이다.


‘대권’ 도전과 예언이 떠오르는, 사이비 종교 교리 비슷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홍준표 말대로 이재명의 대선 준비를 위한 프로젝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건 상식이다. 이번 사업으로 출자액의 기천배 이익을 취한, 경제지 기자 출신이라는 사람과 그 자금 흐름을 수사해야만 하는 이유다.


두 회사 이름과 이들이 관련된 컨소시엄 성남의 뜰 이름들은 오대양과 세월호로 세상을 흔들었던 세모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화천대유 소유주인 김 모씨는 주역을 공부한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출신이다.


이런 이름들 하며 천문학적 수익 규모, 사업자 선정과 관련자의 진퇴 시간, 그리고 직원 10여명에 불과한 자금관리 회사에 기라성 같은 여야 법조인들과 그 자녀가 취업이 된 정황들이 대형 스캔들의 완벽한 레서피로서 수상하기 짝이 없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을 대변한다.


21일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 공정이 물어본 결과 절반이 넘는, 51.9%가 ‘특혜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답했다. 특혜가 있었다면 성남시의 사업이었으니 시장인 이재명이 준 것이다. ‘조국수홍’ 수렁에 빠져들고 있던 홍준표가 이걸 역전 대탈출의 기회라고 보고 재빨리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이재명은 (대선 자금 마련을 위해) 소수 개인에게 일확천금 사업을 밀어줬다면 후보 사퇴는 물론이고 감옥에 가야 한다.”


윤석열은 추석 전에 방송돼 예상 밖 히트를 친 SBS 예능 프로그램 성공을 안고 대장동 대전에 별 화포를 쏘아대지 않으면서 조용히 구경하고 있다. 요리 솜씨, 구수한 입담, 노래 실력 등으로 친근감을 줘 특히 주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그는 당분간 그 효과를 볼 것이다. 그러나 그 바람이 언제 또 잦아들어 고비를 맞을지 모르는 일이다.


대선은 예능보다 점치기 어렵고 예능보다 반전이 많다. 시나리오에 전혀 없는 반전이라 살얼음판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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