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조국-홍준표, 무산된 빅카드에 관한 상상


입력 2021.09.19 09:01 수정 2021.09.19 08:04        데스크 (desk@dailian.co.kr)

‘윤석열 아니었으면 조국 벌써 대통령’은 정설

홍준표, 적군 환심 위해 소인배 내부 총질 몰두

지난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 홍준표 후보자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지난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 홍준표 후보자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필자는 한때 홍준표를 좋아하고 지지한 사람이었다.


촌사람, 단기필마(單騎匹馬, 홀로 말 한 필에 올라 적진을 뛰어듦), 독설 같은 그를 상징하는 말들에 동질감이 들어 호의적이었다. 그를 자세히 모르던 시기에 듣고 싶은 말, 정부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시원스럽고 명쾌한 비판 펀치만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홍준표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기존 또는 새로운 지지자들의 마음이 위와 같은 필자의 태도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막말과 소인배 지도자는 곤란하다는 점에서) 너무 늦지 않게 그의 참모습이 대중들 눈과 귀에 보다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엊그제 의외로 시청률이 높았다는, TV조선의 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의 조국 수사를 비난하는 그를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포위,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홍준표는 이 궁지에서 벗어나 보려고 나중에 페이스북에 해명도 하고 한발도 빼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이미 엎지른 물이다.


홍준표는 윤석열을 두려워하는 한편 우습게 본다. 시기 질투도 있다. 같은 검사 출신이지만, 윤석열은 정권(대통령)과 싸웠고, 검찰총장도 했다. 자기 자신은 정의로운 ‘모래시계’ 검사로 명성을 타 정계로 진출하긴 했어도, 보수 진영에 오래 있다 보니 그 색깔이 퇴색한 지 오래인데다 그 자신의 막말, 정략적 언행 등으로 그 이미지를 거의 다 까먹은 상황이다.


윤석열이 이재명이나 이낙연이 상대에게 그러는 것처럼 홍준표에게 맞상대를 했다면, 홍준표가 지금 저렇게 안하무인, 천방지축으로 아군을 겁박하고 공격하진 못할 것이다. 윤석열은 수세적이다. 말 한마디 하면 실언이라고 언론과 여야 후보들이 조롱을 해대니 달변가로 알려진, 잘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처지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신참자로서의 조신한 태도를 보여야만 하는 강박을 느끼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를 궤멸한’, 전 적폐 수사 검사에게 화살이 빗발칠 것이 무섭기 때문이다. 홍준표는 이걸 알고 윤석열에게 마음 놓고 돌을 던지다가 그의 친구들(적이지만 조국 수사에 관한 한 친구가 된 건 대의명분도 있고, 홍준표가 2위로 급상승해 견제 심리가 일었기 때문)에게 바위 덩어리를 맞게 된 것이다.


“조국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 가족 전체를 도륙(屠戮, 사람이나 짐승을 함부로 참혹하게 마구 죽임)했다. 검찰 사상 전무했던 포악한 수사, 희대의 정치 수사를 했던 문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한 사람이었다.”


그의 이 말은, 위선과 무능과 오만으로 가득한 진보좌파의 정권 재창출 저지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보수우파 대선 예비 후보 지지율 2위가 1위에게 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홍준표는 적군인 여권 지지자들의 환심(역선택)을 사기 위해 그들이 들으면 좋아할 말을 찾다 인격을 팔았다. 자신의 야당 후보 자리 쟁취라는 소의(小義)를 위해 정권교체 대의(大義)를 망쳐버리는 소인배(小人輩, 마음 씀씀이가 좁고 간사한 사람들이나 그 무리)임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는 막말로 유명한 사람이다. 막말이란 상스럽고 독한 말만을 이르지 않는다. 시대에 맞지 않고, 정치적으로 옳지(PC, Politically Correct) 않아도 막말이다. 당 대표 시절 여성 최고위원에게 내뱉은 ‘주막집 주모’나 ‘가장 한 사람만 구속’한다는, 그의 소위 ‘수사 철학’이 그런 예다.


홍준표는 1954년 12월생으로 66세다. 그가 대학생이 된 1970년대 서울에 주막집이란 건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기가 경험하지도 않은 이런 막말을 한 그에게 그래서 ‘시골 복덕방 할배’라는 별칭이 새로 붙었다. 가장 한 사람만 잡아들인다는 것도 조선시대,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배려한, 잡범들에게나 적용한 관례였다.


그럼에도 그는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 마치 현대 수사 검사들의 전범(典範, 본보기가 될 만한 모범)이라도 되는 양 그것을 주장했다. 조국 아내 정경심과 딸 조민은 각각 독립적으로 국민 다수들의 분노를 사는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고 부모가 철창에 갇힌다고 해서 자식들이 밥 굶을 형편도 아니란 걸 홍준표 한 사람만 모르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동료 후보 하태경이 ‘뭐야홍’ ‘조국수홍’이라고 한 비아냥거림을 받아도 싼 견강부회(牽强附會,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다. 여권 지지자들이 자동으로 안겨주는 ‘역선택’의 달콤함에 맛 들여 이젠 아예 그 표들을 더 키우려고 나선 모습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는 꼴이다.


윤석열의 검찰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조국은 십중팔구 민주당의 압도적 1위 지지율 보유자가 되었을 것이다. 무산된 이 시나리오에 반론을 펼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서울대 교수, 운동권 출신의 신언서판(身言書判, 중국 당나라 때 관리 등용 기준인 체구, 말씨, 글씨, 판단), 그리고 대깨문의 열혈 지지로 벌써 대통령으로 군림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게 언론계 안팎의 정설이다.


홍준표는 눈앞의 당내 경선만 보고 내부 총질에 여념이 없다. 그는, 그가 지금 자나 깨나 물리치려고 애쓰고 있는 윤석열이 없었다면, 싱거운 경선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된 다음 조국과 붙어, 또 ‘싱거운’ 대선을 치르게 됐을지도 모른다.


조국-홍준표 대전은 홍준표로서는 빅카드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보수우파 지지자들에게는 아찔한 상상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정기수 칼럼'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