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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결백하다면 특검수사 자청해야


입력 2021.09.20 09:01 수정 2021.09.22 06:31        데스크 (desk@dailian.co.kr)

언어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이명박 시대에 책임 떠넘기다니

‘한동훈 특별수사팀’ 일리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후보 및 공직 사퇴’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그는 19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광주MBC 공개홀)에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 “제가 부정을 하거나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면 후보 사퇴하고 공직을 사퇴하도록 하겠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퇴’라는 게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자신의 결백에 대한 자기 확신, 혹은 터무니없는 공격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지사의 입장에서 추측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단 1원’이라는 말은 ‘대장동 의혹’에 대한 대응으로서는 별 의미가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말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1원 한장 자기 몫으로 챙기지 않았지만 기상천외한 ‘경제공동체’ 덫에 걸려 만신창이가 된 끝에 ‘장기수’로 복역 중이다. 이 지사의 ‘1원’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가 부여돼야 할 까닭이 있는가.

언어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했다면”이라는 가정적 상황을 앞세운 것도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화법이다. 그렇게 말할 것이면 ‘사퇴’운운할 필요가 없었다. ‘부당한 이익을 취했을 경우’엔 사퇴를 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후보로서, 또 공직자로서의 자격을 당연히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표현을 일컬어 ‘말장난’이라고 한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데도 많은 사람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면서 진실을 말하라고 하는 상황이라면 당사자로서는 아주 답답할 노릇이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것 같기는 하다. 일단 그런 각오를 피력했다면 마땅히 진실 규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수사 의뢰를 했다”거나 “100% 수사에 동의한다”고 한 것으로는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한다. 기만적인 책임추궁 회피 술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까닭이야 뻔하다. 그는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다. 이 시점에 그가 수사를 하란다고 공수처, 검찰, 경찰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잘 판단해서 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여겨지게 마련이다. 설령 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팔 걷어붙이고 덤벼들 것이라고 기대할 일은 못된다. 시늉이나 하는 게 고작일 것이다. 의지를 갖고 수사를 한다고 해도 선거 전에 결론을 내리기는 불가능하다.


만약 이 지사가 내년 대선에서 당선한다면, 그것으로 ‘대장동 의혹 사건’은 묻혀버린다. 과오가 드러난다고 해도 새 대통령 관련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할 수사기관이 있을 리 없다. 낙선할 경우엔 아무래도 부담이 커지겠지만 그걸 두려워해서 결백 주장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면 애초에 출마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시대에 책임 떠넘기다니

그래서 말인데 이 지사는 대선 전에 스스로 결백을 입증해 보여야 옳다. 자신이 성남시장 재임 중에 있었던 일을 두고 이명박 정부 때의 ‘토건세력’이 획책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게이트’라고 덮어씌우기를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윤창현 의원, 장기표 전 경선후보를 고발한 것도 구차스럽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라는데 자신의 일방적 주장만이 진실이라는 식의 태도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같은 민주당 경선 상대인 이낙연 전 당 대표조차 ‘역대급 일확천금 사건’으로 규정했다. 바로 그 점을 명명백백히 밝히라는 것이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의 요구다. “토건 부패세력이 다 갖고 갈 뻔 한 이익을 성남시가 반이나 건져냈다”거나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의 직원이었으니 그쪽에 물어보라”는 투의 반박은, 대형 로또투자의 진실이 밝혀지고 난 후에나 할 일이다.


진상규명에 아주 효과적이라고 여겨지는 방안들은 이미 제시돼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거듭 주장해온 것처럼 이 지사가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증인선서를 하고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게 그 중 하나다. 민주당이 과거에 걸핏하면 휘둘러댔던 특검(特檢)이란 이름의 특검(特劍)도 긴요하다. 이 시점에 그 칼만큼 효과적으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위력을 발휘할 수단이 달리 있을 것 같지 않다(공수처는 스스로 불신의 늪에 빠졌고 검찰·경찰은 정권 보위기관이 된 듯 한 분위기이므로).

‘한동훈 특별수사팀’ 일리 있다

그렇다고 특검 수사만 하면 진실이 밝혀지리라는 뜻은 아니다. 여당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는 되레 진실 감추기 역량이나 발휘하기 십상이다. 박 전 대통령 특검법처럼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택해야 옳다. 야당 중에도 원내교섭단체인 야당만이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대장동 특검과 관련해서는 김경율 회계사(전 참여연대 공동 집행위원장)가 꽤 괜찮은 제안을 내놨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부원장을 필두로 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국민의힘 게이트’가 파헤쳐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해서 국민의힘을 ‘작살’내라”는 것인데, 물론 반어법이다. 그렇지만 꼭 비틀기만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한 검사장이 특별수사팀을 지휘한다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찾아내리라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여당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특검 임명(아니면 한동훈 특별수사팀 구성이라도)을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 당내 경선 후보가 대수인가. 임기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헌재에 의해 파면되고 특검 수사를 받아야 했던 박 전 대통령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이 안을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때의 결정이 정의감의 발로였다면 지금 다시 그것을 발휘하길 바란다. 정권 재창출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2017년 정변 때 특별검사로 위세를 떨쳤던 박영수 변호사가 화천대유의 고문을 지냈었다는 점을 감안해서라도 민주당은 야당의 특검 요구를 수용할 일이다. 끼리끼리 봐주고 편들어주는 패거리 정치의 본산이라는 의심을 이 기회에 떨쳐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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