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1994년을 만들어내다

입력 2008.02.14 09:08  수정

[기획]´몬스터시즌´을 만든 선수들-①이종범

1994년은 해태 타이거스의 이종범(현 KIA)의 해였다.

당시 입단 2년차 신진 선수였던 이종범은 그해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인 196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타율은 4할에 육박하는 0.393을 기록했다.

비록 목표로 했던 ‘200안타-4할‘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그해 이종범이 쓴 ’190안타-3할9푼’의 성적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감히 도전장을 내밀 수 없는 위대한 기록으로 칭송받고 있다.



이종범의 경이로운 1994년

1999년 이병규(당시 LG)가 192개의 안타를 때려냈지만, 타율은 0.349에 머물렀다. 같은 해 마해영이 ‘187안타-0.372‘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끝내 이종범을 넘어서는 데는 실패했다.

경기수가 133경기로 늘어났고 리그 평균 타율이 0.276까지 치솟는 등 프로야구 26년 동안 가장 극단적인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1999년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근접한(?) 기록이었다.

그렇다면 이종범이 경이적인 기록을 낸 1994년도 지독한 ‘타고투저‘ 시즌이었을까.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은 1999년이다. 1999년 리그 평균타율 0.276은 역대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타율뿐만이 아니라 안타(9995개), 홈런(1274개), 타점(5372), 평균 장타율(0.441), OPS(0.793)에서 모두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리그 평균 자책점은 5.09로 역대 최하위인 26위에 머물렀고, WHIP 역시 1.50으로 25위라는 기록을 나타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것.

1994년을 살펴보자. 1994년 리그 평균타율은 역대 16위에 해당하는 0.257이었고, 장타율은 0.370으로 17위, OPS는 0.697로 18위였다. 반면 리그 평균자책점은 3.19로 11위, WHIP은 1.33으로 7위에 올라있다.

1994년은 ‘타고투저’ 보다는 ‘투고타저’에 가까운 시즌이었다. 이종범은 ‘투수의 시대’라는 핸디캡을 딛고 0.393의 타율과 196개의 안타를 때려낸 것이다. 이종범의 1994년 기록이 ‘경이로운’ 이유다.

1994년 이종범은 타율과 안타에서만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것은 아니다. 그해 이종범은 83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프로야구 신기록을 세웠다. 84번의 루를 훔치는 동안 도루실패는 15번에 불과했다(도루성공률 0.848).

1번 타자로 나서면서 19개의 홈런(4위)과 77타점(5위)을 때려냈던 이종범은 그해 출루율(0.452-1위), 장타율(0.581-2위), OPS(1.033-1위)에서도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이종범이 1994년에 기록한 출루율 0.452는 역대 1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며 시즌 400타수 이상 1번 타순에 들어섰던 타자들 가운데 여전히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더욱이 이종범의 수비 포지션이 유격수였다는 것은 차라리 ‘넌센스’에 가깝다. 역대 유격수 포지션을 맡은 선수가 150개 이상의 안타를 때려내고, 0.580 이상의 장타율과 1점대가 넘는 OPS를 기록한 경우는 단 두 번뿐이다. ‘1994년의 이종범’과 ‘1997년의 이종범’ 단 두 번뿐이다. 이종범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기록들을 만들어 낸 셈이다.



이종범, 1994년을 만들어내다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흔히들 ‘몬스터시즌’을 보낸다는 표현을 쓴다. 그 기준이 경이로움이라면, 이종범이 만들어낸 1994년은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몬스터시즌일 것이다.

1994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프로야구 판을 혼자 들었다 놓았던 이종범은 이제 30대 후반이 됐다. 지난해 1할대 타율에 그치는 등 뚜렷한 쇠퇴기에 접어든 노장 이종범은 바닥을 치는 타율 탓에 팬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자존심 강한 이종범뿐만 아니라, 그 시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던 이종범의 야구를 지켜봤던 팬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구단으로부터 은퇴 압력을 받기도 했던 이종범에게 올해는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타율 0.303, 1472안타, 180홈런, 599타점, 485도루. 이종범의 한국 프로야구 통산 기록이다. ‘야구대통령’ 답지 않게 어느 부문 하나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려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종범은 1994년을 만들어냈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야구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기에···. <기록제공=이닝(Inn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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