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07.08.08 14:47 수정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에 ‘또다시 북풍(北風)’ 거센 비판
정통보수“답방없는 굴욕적 회담”, 뉴라이트 “‘개최’ 이상 의미없는 정치공작”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대해 범보수 시민사회진영은 시기와 장소 문제 등을 지적하며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한반도 긴장해소로 인해 실질적 평화체제 정착에 일조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협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강행 등으로 남북한 사이의 위기감이 고조됐음을 적시하며 ‘성과없는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또 노무현 정부가 정상회담 카드를 꺼낸 시점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미묘한 시기라는 점에서 ‘북풍(北風)’을 염두한 정치쇼라고 혹평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순서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돼야 하는데도 또다시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은 상호주의에 어긋난다는 점을 문제삼으며 “오만한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굴욕적 회담”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라는 결과에 집착, 회담 개최 합의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해온 데 대해 의제없는 ‘졸속’ 회담이라는 우려를 표하면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정부의 외교적 실책을 무마하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정통보수 “김정일 답방없는 정상회담=구걸행위”
대한민국재향군인회(회장 박세직, 이하 향군)는 8일 성명을 내고 “남북 정상회담은 민감한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 어떠한 정략적 목적으로도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향군은 “그동안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은밀한 추진을 여러 차례 부인함으로써 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비판한 뒤 “더욱이 6.15 공동선언시 약속한 북한 김정일의 답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 개최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향군은 “그러나 기왕에 정상회담이 합의돼 개최된다면 반드시 북핵 완전 폐기를 핵심으로 6자회담 성공에 기여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박상학 대표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6.15 공동선언의 재방송”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 대표는 “국민의 뜻은 다음정권으로 정상회담을 미룰 것을 원하고 있는데도 황급히 정상회담부터 하고 보자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없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문제해결을 위한 전향적 접근으로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었으나 시도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국민의 6,70%가 다음정권으로 정상회담을 미룰 것을 동의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에 매달리는 건 명분이 없다”고 문제삼았다.
그는 “핵무장으로 남한에 위협을 가하는 선군독재자와 만나 평화를 논한다고는 하나 납북자나 국군포로, 북한인권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없다면 형식적 평화에 그칠 수 있다”며 “오만한 북한에 맞춰 마치 바지가랑이 잡고 구걸하듯 정상회담을 연다면 상호주의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표적 보수우파 논객인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전 월간조선 대표)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남북정상회담은 10가지 이유에서 불가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조 대표는 ▲‘우리민족끼리’ 약속은 김정일의 핵실험으로 파기됐고 서울답방 약속이 무산되어 2차회담 자체가 원인무효이고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인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가 반국가단체의 수장을 만나는 것은 국가정체성 포기이며 ▲핵폐기가 선행되지 않은 정상회담은 핵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를 낳을 것 등을 꼽으며 비판했다.
또 조 대표는 “김정일은 무슨 약속을 하든 절대 지키지 않을 것이므로 차기 정부에 정치적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면서 “아울러 2차 평양회담은 반헌법적인 1차 회담을 계승한 것이므로 어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그것은 정권적 차원의 야합일 뿐 국가의 의무사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 “국민적 공감없는 ‘묻지마 졸속 회담’” 우려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효종, 이하 바른사회)도 논평을 통해 “‘말 많고 탈 많을’ 남북정상회담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바른사회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6월 14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상회담으로 북핵문제를 푸는 것은 (적합한) 과정이 아니다’고 말한 지 2달만에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데 대해 “회담을 불과 20일 앞두고 국민 여론 수렴이나 공감대 형성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최 사실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바른사회는 “1차 정상회담 당시에도 회담 성사를 위한 뒷거래 등 갖은 의혹을 남긴 전례를 감안해서도 국정원장이 두 차례나 방북하면서 정상회담을 비밀스레 추진하고 급작스럽게 발표한 것도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면서 “더욱이 북핵 2.13 합의에 대하여 어떤 것도 이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남북한의 두 정상이 만나서 어떤 실속과 의미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정부의 입장번복을 문제삼았다.
바른사회는 “우리 손을 떠나 있는 북핵 문제 이외에 특별한 핵심 의제도 없는 정상회담 개최는 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소위 병풍·세풍과 더불어 불어서 대선 정국을 흔들어 놓았던‘북풍’의 재현을 내심 바라는 정권의 의중이 숨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회담에서 어떤 의제들이 논의되고 합의되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해서 정상회담이 대선 구도 변화를 위한 물타기와 정치적 쇼로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정상회담 개최가 아프가니스탄 인질 구출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구체적 성과 없이 섣부른 평화체제 논의와 장밋빛 남북협력 프로젝트 발표 등과 같은 이벤트성 회담이 되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자유주의연대는 “남북정상이 만나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는 것을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핵심의제도 선정되지 않은 채 회담 개최부터 합의하고 정부기구인 국가정보원이 조선노동당의 대남공작부서인 통일전선부와 협상하고 합의하는 등 비정상적이고 졸속적인 분위기가 역력하여 이른바 ‘묻지 마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계했다.
자유주의연대는 이어 “게다가 1차 정상회담의 서울답방 약속과는 달리 다시 평양에서 회담이 열리는 것은 좋은 모양이 아니다”면서 “만남 그 자체만으로 명분을 가졌던 지난 1차 정상회담과는 달리 2차 정상회담은 구체적이고 뚜렷한 현안을 놓고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 내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주의연대는 “이번 회담이 6자회담의 성과를 넘어서는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전쟁 및 전후 납북자 및 국군포로의 생사확인과 송환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회담’이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연말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강렬하게 반대해 온 남북 양정상의 정치적 야합으로 비쳐져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 상임대표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깜짝쇼처럼 의제가 불분명한 회담을 연다는 것에서 통일착시현상와 국론분열을 일으키려는 정략적 의도가 읽혀진다”고 질타했다.
제 상임대표는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통일부가 아닌 북한의 대남전략에 맞서 안보를 확립해야할 국정원장이 나선 건 정치공작의 의도가 다분하다”며 “절차적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6.15정상회담과 같이 대가를 지불하는 정상회담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반한나라당 정서를 선동하고 이에 부응하여 범여권 후보를 띄우기 위한 정국타개용 정상회담은 ‘개최’ 이상의 의미를 지니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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