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시대, 필요한 건 만남의 용기”…2027 세계청년대회, 국내외 청년 50만명 맞는다 [현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11.05 13:54  수정 2026.11.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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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택 대주교 "사람의 가치는 증명해서 얻는 것 아냐"

2027년 8월 상암 월드컵경기장·서울공항서 본대회

해외 40만 등 50만 명 등록 예상…"숙박, 안전 큰 무리 없어"

내년 8월 서울에서 열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에 해외 청년 약 40만명과 국내 참가자 약 10만명이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날 파견 미사에는 미등록 참가자를 포함해 100만명이 모일 전망이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회 운영계획을 공개했다.


세계청년대회는 1986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시작된 가톨릭 청년 국제 행사로, 서울 대회는 17번째다. 아시아에서는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 이후 32년 만이며, 비그리스도교 국가이자 분단국가에서는 처음 열린다. 교황 레오 14세의 방한도 예정돼 있다. 대회 주제는 요한복음 16장 33절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로, 이경상 주교는 “불안과 경쟁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한 걸음 내딛자는 초대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기자간담회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본대회는 내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열린다. 3일 개막 미사와 5일 교황 환영 행사, 6일 십자가의 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7일 밤샘 기도와 8일 파견 미사는 서울공항에서 진행된다. 조직위는 개막 미사에 20만명, 교황 환영 행사에 30만명, 십자가의 길과 밤샘 기도에 각 5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본대회에 앞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는 전국 15개 교구에서 해외 청년들이 지역에 머무는 교구 대회가 열린다. 지난달 22일 시작한 참가 등록은 내년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이 주교는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오늘 기준으로 8만 1820명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모두연설에서 지금을 ‘단절의 시대’로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으로 사람과 사람이 갈라진 경험을 했고 그 경계는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지만, 단절은 눈에 보이는 경계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며 “같은 도시에 살고 같은 지하철을 타고 스쳐 지나가면서도 서로를 참으로 만나지는 않고, 많은 사람이 서로를 경쟁자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좋은 일자리를 준비해야 하고, 일자리를 얻으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보여줘야 한다”며 “성취는 쌓여가지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은 함께 쌓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정 대주교는 “사람의 가치는 증명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황 레오 14세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를 인용해, 인간의 존엄은 능력이나 부, 사회적 위치에 달려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여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용기가 필요한 것은 맞이하는 쪽만이 아니다”라며 “단절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만남의 용기이고 맞아들임의 용기”라고 말했다.


개최지 선정 배경에도 관심이 모였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시복미사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 주교는 “대원칙은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라며 “2014년에는 일요일 반나절만 썼지만 이번에는 여러 날을 써야 해 광화문에서 하면 세종대로를 통제해야 하고 시민 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고 설명했다. 정 대주교는 “2014년 시복미사는 조선시대 형조와 의금부가 있던 자리에서 열려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시민 불편을 줄이고 안전하게 치를 수 있는 장소를 택했다”고 말했다.


서울공항에 대해 이 주교는 “자주 가는 곳이 아니어서 막연히 멀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에 지하철역이 4곳 있어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갈 수 있다”며 “큰 도로에서 행사를 하면 도로를 막아야 하지만 서울공항은 그럴 일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아스팔트라고 생각하지만 활주로를 빼면 풀밭이어서 100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다”며 “지금도 주로 국가원수 의전 행사에 쓰이는 곳이라 안전하게 모실 수 있다”고 말했다.


한여름 야외 행사인 만큼 폭염 대책도 쟁점이 됐다. 조직위는 행사장에 그늘과 냉방 쉼터, 급수 공간을 마련하고 살수와 개인 냉각용품도 지원한다. 체감온도와 습구흑구온도(WBGT)를 기준으로 운영을 조정하고, 폐쇄회로(CC)TV와 인공지능(AI) 기반 밀집도 분석으로 혼잡 구간을 관리한다. 의료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주요 행사장에 냉방 설비를 갖춘 응급의료시설과 전문 의료진을 배치한다. 기상 악화에 따른 행사 축소·중단·재개 기준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매뉴얼로 만들고, 결정 사항은 순례자 앱과 다국어 방송으로 알린다.


정순택 대주교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김장열 서울시 국제행사지원과장은 “서울에서 열리다 보니 오세훈 시장이 관심과 함께 우려도 컸다”며 “행사 시기를 바꿀 수 있는지 요청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행사가 며칠에 걸쳐 서울 곳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처음과 끝은 무조건 안전”이라고 했다.


이에 이 주교는 “우려는 공감하지만 기상청 통계를 참고해 장마는 끝나고 태풍은 오지 않는 시기를 잡았다”며 “일주일만 늦춰도 각급 학교가 개학을 준비해야 해서 숙소로 쓸 수 없다. 학생들은 방학이고 시민 상당수가 휴가를 떠나는 기간이라 시설을 원활하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숙박은 50만명 수용이 목표다. 서울대교구가 본당과 홈스테이로 27만명을 맡고, 나머지 23만명은 서울시와 교육청, 교육부, 서울 외 교구 등을 통해 확보한다. 이 주교는 “217개 성당의 주임 신부님들과 직접 소통하며 본당별 수용 인원을 정했다”며 “접수가 끝나야 정확한 배정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으로선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도영 정부지원단 대외협력팀장은 “학교 시설로 약 10만 명을 수용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교육부·서울시교육청과 숙박 태스크포스(TF)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자치구 체육관과 강당 등 공공시설로 4만명 수용을 목표로 연내 장소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 주교는 “가톨릭 교회가 주관하는 행사라는 성격을 감추지는 않는다”면서도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고 미사와 기도 외에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로 가톨릭 교세를 확장하겠다는 욕심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본대회 안에 여러 종교의 젊은이들이 교황님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고, 한국 7대 종교 지도자 협의회 차원의 공동성명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찬구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규모와 방식의 도전”이라며 “조직위와 정부, 서울시와 자치구, 경찰과 소방 등 모든 기관이 하나의 팀처럼 움직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지원단을 출범시켰으며, 대회 3개월 전부터는 정부 통합 대응조직을 상시 체계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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