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장 감소세 비켜갔다…국악 판 키운 ‘스타 소리꾼’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11.05 08:50  수정 2026.11.0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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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국악 판매액 68% 늘어 5년 새 최대

경연 예능 출신 소리꾼 공연 티켓판매액 상위권 포진

올해 3분기 공연시장 전체 판매액이 뒷걸음질하는 동안 국악은 오히려 몸집을 키웠고, 그 중심에는 경연 예능을 거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소리꾼들이 있었다. 국공립 단체의 기획공연과 무료·저가 공연이 떠받쳐 온 국악 시장에 이름값으로 표를 파는 공연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지만, 그 성장이 몇몇 스타와 중대형 공연장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간한 ‘2026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7~9월 국악 티켓판매액은 약 18억 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공연시장 판매액이 약 4274억원으로 7.5%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며, 최근 5년 같은 분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공연건수(16.9%)와 예매수(20.8%)보다 판매액이 훨씬 가파르게 늘면서 티켓 1매당 평균 판매액도 8188원에서 1만 1405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같은 분기 보고서가 국악의 평균 판매액 하락을 두고 무료이거나 저렴한 공연이 많았던 결과로 해석했던 것을 떠올리면, 관객이 국악 공연에 돈을 쓰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준수 첫 단독 팬 콘서트 '준수한 판' 공연 ⓒ로드쇼엔터테인먼트

성장은 판소리·민요 등 성악 부문이 이끌었다. 성악 판매액은 77.5% 늘어 국악 전체 판매액의 90% 이상을 차지했고, 유료 예매 비율도 2.5%p 높아졌다. 판매액 상위 10편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드러난다. 2위에 오른 ‘김준수 1st 팬 콘서트: 준수한 판’은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뒤 ‘풍류대장’과 ‘현역가왕2’ 등 경연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김준수가 처음 연 단독 팬 콘서트로, 티켓을 연 지 5분 만에 전석이 팔렸다. 2021년 ‘풍류대장’에서 최종 우승한 서도밴드가 8월 14일 첫 정규앨범 ‘원’을 내고 이틀 뒤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연 단독 콘서트, 이자람의 판소리 ‘눈, 눈, 눈’, 김용우의 30주년 공연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분기 상위권이 국립창극단 ‘심청’, 국립국악원 ‘토요명품’과 ‘사직제례악’, 광복 80주년 기념공연 등 국공립 단체와 기념사업 위주였던 것과 비교하면 변화는 뚜렷하다. 그렇다고 국공립 공연이 밀려난 것은 아니다. 올해도 세종문화회관 ‘세종시즌’ 공연이 1위, 국립창극단 ‘귀토’가 3위에 올랐다. 달라진 것은 국공립 공연 일색이던 상위권에 개인의 이름을 내건 공연이 비집고 들어왔고, 이들이 팬 콘서트나 앨범 발매 기념 공연처럼 대중음악 시장의 문법을 빌려 관객을 모았다는 점이다.


다만 이 성장을 국악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읽기에는 이르다. 상위 10편의 판매액은 108.4% 늘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1.7%에서 39.3%로 커졌는데, 이 비중은 2023년 25.8%, 2024년 27.2%에 이어 3년째 오르고 있어 늘어난 매출이 소수 공연에 몰리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작다는 점도 따져 봐야 한다. 국악은 전체 공연 판매액의 0.4%에 불과하고 올해 늘어난 금액은 7억 5000만원 남짓이다. 700석 규모 공연장에서 두 차례 열린 팬 콘서트가 분기 2위에 오를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은, 스타 한두 명의 등장과 퇴장에 따라 통계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자람 '눈, 눈, 눈' 공연 ⓒLG아트센터

공연장 규모별 흐름은 이런 쏠림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500~1000석 미만 공연장 판매액이 99.1%, 1000석 이상이 93.7% 늘어난 반면 300석 미만 소극장은 6.4% 증가에 그쳤다. 소극장은 국악 공연건수의 37.8%를 차지하지만 판매액 비중은 15.1%에 머물렀고, 소극장 판매액 상위 10편 가운데 5편은 국립국악원 우면당 공연이었다. 스타 소리꾼은 중대형 무대로 나아갔지만 국악 공연 다수가 오르는 소극장은 여전히 국공립 상설공연이 떠받치는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기악 부문은 판매액이 11.3% 늘었으나 유료 예매 비율은 3.7%p 떨어져, 이번 성장이 소리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확인된다.


한 국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지원금과 공공 무대에 기대 온 국악이 팬덤을 발판 삼아 유료 시장을 넓혀 가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라며 “남은 과제는 스타의 팬 콘서트를 찾은 관객이 그 소리꾼이 서는 창극이나 완창 무대로, 나아가 다른 국악 공연으로 발길을 옮기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 공연과 소극장 레퍼토리를 잇는 기획이나 기악 연주자를 무대 전면에 세우는 시도처럼 팬덤이 사람에 머물지 않고 장르로 이어질 연결고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올해 3분기의 기록은 몇몇 이름이 만든 일시적 정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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