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렸던 정청래, 김민석 취임 100일 앞두고 독자행보 예고…'석청대전' 재발하나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6.11.03 06:30  수정 2026.11.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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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 "어떤 역할 할지, 어떤 깃발 들지 생각 중"

정치 행보 본격화하려는 압박성 발어으로 해석

"전임 대표가 협력 못할망정 당 흔들지 말아야"

친청 "당 상황에 위기감 느껴 직접 나서려는 것"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김민석 민주당 대표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당내 독자 행보를 예고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 패배 이후 공개적인 정치 메시지를 자제해온 정청래 전 대표가 김민석 대표의 성과를 평가할 시점을 직접 거론하며 향후 자신의 역할과 노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신천지 신도의 민주당 당원 가입 의혹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다시 불거진 상황에서 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예고하면서 이른바 '석청대전'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친청(친정청래)계 성향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서 "(김 대표 취임) 100일 정도 되면 판가름 날 것"이라며 "그 이후 제 역할이 무엇일지, 내걸 기치는 무엇일지, 그때 어떤 깃발을 들지, 그 깃발에 어떤 글씨를 쓸지 하나하나 생각하고 글을 써 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당내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전 대표가 '100일'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김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내걸었던 공약과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당대표 취임 100일 안에 당 지지율을 10%p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100일은 오는 24일로 아직 3주가량 남았지만,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김 대표의 성과를 둘러싼 당내 평가도 냉랭해지는 분위기다. 정 전 대표의 발언에는 김 대표의 100일 성적표를 지켜본 뒤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압박성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이후 정 전 대표는 김 대표와의 공개적인 충돌을 자제해왔다. 정 전 대표는 그동안 말을 아낀 이유에 대해 "전당대회 이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대표가 지난 8월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정 전 대표를 '중도는 없다론자'라고 언급하자 정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당대회 경쟁자의 실명을 거명하며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은 거의 폭력적"이라고 반박했다. 9월에는 김 대표의 수첩에 정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적힌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보도되자 "이겼으면서도 진 사람을 왜 자꾸 때리느냐. 너무 잔인하지 않냐"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이후에는 추가적인 공세를 자제하며 공개 발언을 아껴왔다.


정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렸다. 민주당 최연장자이자 5선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 전 대표를 향해 "깃발은 무슨 깃발을 드냐. 홍위병 깃발을 들겠냐, 태극기 깃발을 들겠냐"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과 당이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는데 전직 당 대표가 깃발을 들 것이 아니라 같이 협력하고 지혜를 모아 뚫고 나갈 일을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의 100일 공약에 대해서도 "100일 안에 10% 이상 지지도를 끌어올려 보겠다는 각오 아니냐"며 "현실적으로 여러 이유로 침체해 있다면 같이 손잡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의원도 정 전 대표의 발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안 그래도 최근 당이 안팎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전임 대표라는 분께서 100일이라는 시간을 콕 집어서 깃발을 들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건 맞지 않는 행보인 것 같다"며 "김 대표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당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당을 흔들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3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신천지 의혹에 대한 보고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기서 모든 오해를 풀고 당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친청계에서는 정 전 대표의 발언을 당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적 역할 재개로 해석했다. 한 친청계 인사는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사람으로서 신임 지도부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고, 김 대표 본인께서도 100일이라는 시한을 설정했기 때문에 앞선 100일 동안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정 전 대표와 본인 지지자들을 직접 공격하는 신천지 의혹 외에는 일체 발언하지 않고 있었는데, 100일을 기점으로는 모든 정치적 현안에 적극 발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이제는 총선 일정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총선 승리는 당의 과제이자 과업인데 이에 대해서도 정 전 대표가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걱정하고 있다"며 "당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당원으로서, 전임 대표로서 총선 승리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태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청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취임하고 시간이 흐르는데 당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당이 어떠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니 위기감을 느낀 정 전 대표가 직접 나서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 대표로서 당정 지지율이 떨어지는 지점에서 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는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등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발언하겠다는 의사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전 대표의 독자 행보가 현실화할지는 신천지 당원 가입 의혹 조사 결과가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3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관련 조사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와 보고 과정에서 제기되는 이견에 따라 당내 갈등이 다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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