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 함께 입성한 '추석 남매'
盧 탄핵 찬성·尹과 충돌한 추미애
당내 갈등·대야 공세 역풍 맞은 김민석
김민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9월 21일 경기 의정부시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경기 최고위원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96년 15대 국회에 함께 입성한 초선 동기다. 한때 '추석 남매'로 불렸던 두 사람이 이제는 정치권에서 각각 '보수의 어머니'와 '보수의 아버지'로 불리는 처지가 됐다.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와 당내 갈등이 되레 보수 진영에 반사이익을 안기고 있다는 비판을 빗댄 표현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달 20일 채널A 방송 인터뷰에서 추미애 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과 김 대표의 응급환자 전용구역 주차 논란을 거론하며 "추미애라는 분을 우리가 '보수의 어머니'라고 해학적으로 표현했지만, 요즘 보니까 김민석은 '보수의 큰형님'"이라고 비꼬았다. 두 사람을 향한 보수 진영의 조롱이 한데 묶인 것이다.
추 지사가 '보수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얻은 배경에는 정치적 선택이 상대 진영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자리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일은 당시 민주당에 역풍을 불러왔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추 지사가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을 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정면으로 충돌한 일도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운 계기 중 하나로 거론된다. 추 지사의 의도와 별개로 정치적 대립의 결과가 보수 진영의 유력 정치인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김 대표에게 붙은 '보수의 아버지'라는 별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당대표 취임 당시 전통 지지층과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대통합을 내세웠다. 그러나 취임 이후 당내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검찰·사법개혁 방향을 둘러싼 이견에 더해 김지용 당시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놓고도 추 지사 등 강경파와 충돌했다. 추 지사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개혁 관련 입장 등을 문제 삼아 공개적으로 임명에 반대했고, 김 대표는 당내 공개 비판에 제동을 걸었다.
추 지사와 김 대표의 갈등은 이 사안에 그치지 않았다. 경기도 재정 운용을 둘러싼 이견이 불거진 데 이어 최근에는 추 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당 지도부가 수습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김 대표는 추 지사 발언에 대해 당을 대표해 사과하고 당사자에게도 사과를 요청했다. 당내 이견을 조정하고 지지층을 결집해야 할 대표가 오히려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 안팎의 불만은 지지율에서도 확인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6~28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실시한 양당 대표 직무수행 평가 조사 결과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7.4%로 집계됐다. 특히 민주당 지지 기반인 진보층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당내 갈등과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전통 지지층에서도 나타나는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힘을 쏟는 대야 공세도 역설을 낳고 있다. 당은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 시장을 향해서는 한강버스 사업 관련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한 의원에게는 자녀의 입시·봉사활동 관련 의혹과 수사 무마 의혹 등을 다시 꺼내 들었다. 지도부와 대변인단이 전면에 나서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치적 공세가 늘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약점을 부각해 정치적 타격을 주려는 공세가 오히려 상대에게 언론의 주목을 집중시키고, 지지층 결집의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특히 오 시장과 한 의원이 민주당의 공격에 맞서 반박하는 구도가 반복되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보수 진영의 주요 정치인으로 다시 호명된다. 민주당이 이들을 견제하려다 되레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15대 국회 초선 동기로 정계에 발을 들인 추 지사와 김 대표는 30년이 지난 지금 보수 진영에서 나란히 조롱의 대상이 됐다. 추 지사가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보수 진영에 정치적 기회를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김 대표는 당내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 채 오 시장과 한 의원을 향한 공세로 두 사람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도·보수층을 끌어안겠다던 대통합은 당내 균열조차 봉합하지 못했고, 상대를 견제하려던 공세는 되레 상대의 정치적 공간을 넓히는 모양새다. '보수의 아버지'라는 조롱이 김 대표에게 뼈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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