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 공연은 옛말… '시리즈 기획'으로 진화하는 가족 뮤지컬
백희나부터 안녕달까지… 그림책 IP가 견인하는 아동 공연 생태계
지난해 국내 아동 뮤지컬 티켓판매액은 약 719억원으로 전년보다 12.0% 늘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5년 아동 뮤지컬은 2342건으로 13.9%, 티켓예매수는 약 286만 매로 13.1% 증가했다. 이 시장에서 그림책 원작 가족뮤지컬은 한 작가, 한 시리즈의 작품을 잇따라 무대에 올리는 연작 형태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내년 1월 초연하는 ‘건전지 엄마’도 그중 하나다. NHN링크는 ‘건전지 엄마’를 2027년 1월 2일부터 2월 28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ECC 영산극장에서 공연한다. 2025년 여름 초연하고 올해 1월 앵콜 공연을 올린 ‘건전지 아빠’의 후속작이다. ‘건전지 아빠’는 티켓링크 전체 관람객 평점 10점 만점을 기록했다.
뮤지컬 '건전지 아빠' ⓒNHN링크
두 작품은 전승배·강인숙 작가의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원작은 ‘건전지 아빠’ 이후 ‘건전지 할머니’ ‘건전지 엄마’ 등 시리즈로 확장됐다. ‘건전지 엄마’의 원작은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대본은 가수 겸 변호사 이소은이 썼다.
연작의 대표 사례는 백희나 작가다. 백 작가는 2020년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그림책은 ‘알사탕’ ‘장수탕 선녀님’ ‘이상한 엄마’가 차례로 뮤지컬로 제작됐고, 2023년에는 음악극 ‘달 샤베트’가 ‘백희나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에서 공개됐다.
‘알사탕’은 2021~2022년 전국 어린이 뮤지컬 최다 관객 수를 동원했다. ‘장수탕 선녀님’은 2021년 초연 이후 4년간 연속 연간 판매 랭킹 1위를 기록했고, 누적 관객 35만명을 모았다. 공연 실황은 영화로 제작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했다.
안녕달 작가의 작품도 연이어 무대에 올랐다. 2015년 출간된 그림책이 원작인 ‘수박 수영장’은 2022년과 2023년 국내 가족뮤지컬 최다 관객과 최고 매출을 기록했고, 제8회,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드 아동·가족 뮤지컬상 후보에 올랐다. 뮤지컬의 등장인물은 모두 원작에 없는 인물로 새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 15만부 이상 판매된 그림책이 원작인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7월 4일부터 8월 3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다시 공연됐다. 무대에는 길이 6m의 대형 고래가 객석 위를 지나가는 장면이 들어갔다.
뮤지컬 '구름빵' ⓒ문화아이콘
연작 방식의 전례는 ‘구름빵’이다. 제작사는 뮤지컬 초연 이후 동요콘서트, 영어뮤지컬, 그림자극과 인형극을 결합한 ‘픽처플레이’ 등 여러 버전을 만들었다. ‘구름빵’은 2009년부터 여섯 차례 서울공연과 50여 지역 전국투어로 40만 관객을 모았다.
작품 수명은 지역 공연장을 거치며 길어진다. ‘장수탕 선녀님’은 올해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선정 공연으로 전남 무안에서 공연했고,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서울 공연 이후 9월 19일 경기 과천 무대에 올랐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단순한 원작 인지도를 넘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이미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이다. 교과서 수록작이거나 수십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들은 티켓 구매 결정권을 쥔 부모들에게 교육적·정서적 신뢰감을 주고, 아이들에게는 친숙함을 제공해 실패에 대한 부담을 크게 낮춘다. 특히 커지는 가족 관객 시장에서 성공한 원작의 세계관을 잇는 ‘연작 기획’은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가 돼 탄탄한 고정 팬덤을 형성하는 흥행 카드로 자리 잡았다.
한 아동·가족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가족 뮤지컬은 보통 3~4인이 함께 관람해 티켓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보니, 부모들이 작품을 선택할 때 훨씬 보수적이고 깐깐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미 그림책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원작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며, 연작 형태의 기획은 전작에 만족했던 관객들을 다음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이끄는 가장 안정적인 흥행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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