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출동 중단·회항 298건…환자 상태 관련 96건
출동 요청 27.4% 기각…전남·강원·전북에 57.7% 집중
“한정된 응급의료 자원…출동 적정성 면밀히 따져야”
닥터헬기. ⓒ연합뉴스
최근 5년간 닥터헬기가 출동을 중단하거나 회항한 사례가 300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 악화 등 물리적 차질보다 요청 취소와 환자 상태 변화 등 운용상 판단에 따른 차질이 잦았다. 실제 이송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만큼 출동 적정성을 높이고 운영 효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닥터헬기 운용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닥터헬기 출동 중단·회항 사례는 총 29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환자 상태와 관련된 사례는 96건(32.2%)으로,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환자 사망이나 상태 악화로 이송이 중단된 경우뿐 아니라 상태가 호전되거나 경증으로 판단돼 출동이 취소된 사례도 포함됐다. 요청 취소와 다른 이송수단 가동 등을 포함한 기타 사유도 112건(37.6%)에 달했다.
기상 악화 등 기상 문제로 인한 중단·회항(66건·22.1%), 기체 결함에 따른 사례(24건·8.1%)와 같은 물리적 차질보다 운용상의 판단과 관련된 차질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69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54건, 전북 49건 순이었다. 이들 3개 지역에서 발생한 중단·회항 사례는 총 172건으로 전체의 57.7%를 차지했다. 이어 경기 36건, 경북 34건, 인천 24건, 충남 17건, 제주 15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출동 현황을 보면 같은 기간 닥터헬기 출동 요청은 총 8691건이었으며, 그 중 2383건(27.4%)은 환자 상태나 기상 여건 등이 출동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기각됐다. 전체 요청 4건 중 1건 이상이 출동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셈이다. 실제 환자 이송은 6010건(69.2%)으로, 출동 이후 중단·회항한 298건(3.4%)까지 포함하면 전체 요청의 30.8%가 이송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출동 중단·회항은 2023년 7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난해에는 44건으로 집계됐다.
닥터헬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응급의료 취약지역 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배치된 항공이송 전담 헬기다. 현재 인천·전남·강원·경북·충남·전북·경기·제주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운용되고 있다. 정부는 헬기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민간 헬기사업자와 포괄임차 용역계약을 맺어 기체와 조종사·정비사를 함께 공급받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응급환자 항공이송에는 닥터헬기 외에도 소방헬기가 활용된다. 소방헬기는 주로 사고·재난 현장에서 구조와 응급환자 이송을 담당하며, 의료진이 탑승하는 닥터헬기는 응급환자 이송과 병원 간 환자 전원에도 활용된다. 상황에 따라 닥터헬기가 현장에 출동하거나 소방헬기가 병원 간 이송을 맡기도 한다.
문제는 출동이 결정된 이후에는 실제 환자 이송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인력과 장비가 투입된다는 점이다. 출동 준비와 운항 과정에서 조종사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발생하고, 출동 도중 취소되더라도 이미 투입된 시간과 자원을 되돌릴 수 없다. 특히 한정된 인력과 기체로 운영되는 만큼 출동 중 다른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닥터헬기 운영에 투입되는 비용도 상당하다. 전국 8개 지역의 닥터헬기 임차료는 지역별로 연간 약 28억~41억원에 달한다. 환자 1인당 이송 비용도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이라는 본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운영 효율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닥터헬기는 환자에게 별도의 탑승 비용을 받지 않지만 실제 운항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일반적인 교통수단과 달리 고비용 의료 자원인 만큼 중장기적인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헬기 내에서 사용하는 약물과 치료 재료 등도 의료기관이 부담하고 있다”며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이라는 본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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