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월 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2029년 초 런던 트라이아웃 목표
1969년의 열아홉 살 청년이 하룻밤 사이 2020년의 일흔 살 노인이 되어 눈을 뜬다. 이 기묘한 시간여행을 다룬 창작뮤지컬 ‘렛미플라이’가 약 3년 만에 서울 무대로 돌아왔다. 국내 세 번째 시즌이면서, 영국 런던 무대를 향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즌이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렛미플라이’ 프레스콜에는 홍윤경 프로듀서, 조민형 작가, 이대웅 연출, 민활란 음악감독과 배우 안재욱·이희준·오의식·이형훈·배해선·윤공주·김지현·윤소호·안지환·윤재호·홍지희·이수빈·박슬기가 참석했다.
극중 노인 남원 역을 맡은 (왼쪽부터)배우 오의식, 이형훈, 이희준, 안재욱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작품의 주인공은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열아홉 살 남원이다. 복장학원 합격 소식을 안고 사랑하는 정분과 함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그리던 남원은, 보름달이 뜬 밤 라디오 주파수의 영향으로 2020년에 일흔 살 노인의 모습으로 깨어난다. 정분은 보이지 않고 곁에는 낯선 할머니 선희가 있다. 남원은 1969년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래탐사’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잊고 있던 기억과 선희가 간직해 온 시간이 하나씩 드러난다.
조민형 작가는 “인생의 선택을 후회하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보자는 데서 출발한 작품”이라며 “만드는 동안 실패를 많이 겪었고, 그 끝에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움이 이토록 아름답고 또 슬플 수 있을까 싶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그 그리움도, 지금 팀을 향한 고마움도 함께 커진다”고 말했다.
‘렛미플라이’는 2018년 우란문화재단의 ‘우란이상’ 공연예술개발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2020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22년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초연했고,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음악상·남우신인상을 받았다. 2023년 재연에 이어 국내 지역 투어와 대만 라이선스 공연 등을 진행하며 무대를 넓혀왔다.
극중 선희 역을 맡은 (왼쪽부터) 배우 배해선, 윤공주, 김지현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해외 진출 계획이다. 홍윤경 프로듀서는 “애초에 해외로 가져가겠다는 야심을 품고 영어로 제목을 지었다”고 밝혔다. 작품은 2024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오리지널팀 투어 공연을, 2025년 홍콩한국문화원 초청 공연을 했다. 2025년 뉴욕 ‘K-뮤지컬 로드쇼 on 브로드웨이’ 쇼케이스와 올해 8월 미국 시애틀 ‘페스티벌 오브 뉴 뮤지컬즈’ 초청으로 현지 관계자들도 만났다. 홍 프로듀서는 “지금은 각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11월 영국 쇼케이스를 거쳐 2029년 초 런던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 달 말 런던에서는 2주간 워크숍과 쇼케이스가 열린다.
무대에는 초연부터 작품을 함께 만든 원년 멤버와 새로 합류한 배우들이 함께 선다. 우란문화재단 리딩 단계부터 참여한 오의식은 “제 땀과 눈물이 모두 담긴, 저에게 정말 소중한 공연”이라며 “올해 무대에 한 번 오를 수 있다면 그건 당연히 ‘렛미플라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년 남원 역의 안지환은 “처음 이 작품을 할 땐 스물아홉 살이었는데, 그때는 남원이 왜 우는지 잘 몰랐다”며 “6년이 지난 지금은 이상하게도 아름다운 것이 슬프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세 시즌 연속 정분을 연기하는 홍지희는 극 중 정분이 남원에게 건네는 “너는 훨훨 날아가”라는 대사를 꼽으며 “삼연에 이어 해외 공연까지 이어지는 걸 보니, 제목처럼 작품이 훨훨 날아올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극중 청년 남원과 정분 역을 맡은 (왼쪽부터) 배우 홍지희, 윤소호, 이수빈, 안지환, 박슬기, 윤재호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노인 남원 역에는 안재욱과 이희준이 새로 합류했다. 3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는 안재욱은 “웃음을 머금은 채로 눈물이 고이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꼈다”며 “관객이 아닌 배우로서 무대에 직접 서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희준은 “그동안 19금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여덟 살 아들에게 연기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며 “아들과 아들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가슴이 무척 벅차다”고 말했다.
정분 역의 박슬기는 “우리 공연이 말하려는 건 결국 내가 선택한 삶에 충실하고 책임지며, 곁에 있는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것 같다”고 했다. 선희 역의 김지현은 “너무 아름다운데 눈물이 난다”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노인 남원 역은 안재욱·이희준·오의식·이형훈, 선희 역은 배해선·윤공주·김지현, 청년 남원 역은 윤소호·안지환·윤재호, 정분 역은 홍지희·나하나·이수빈·박슬기가 맡는다. 공연은 2027년 1월 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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