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단독 사회·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월드 프리미어
양자경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김동호 '한국영화공로상'
59개국 247편, 15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가 서른한 번째 막을 올렸다.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 영화제로 공인받고 아카데미 출품 자격까지 손에 쥔 뒤 처음 맞는 무대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BIFF 루프씨어터에서 배우 김민하의 단독 사회로 개막식을 열고 15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개막식에 앞서 열린 레드카펫에는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모였다.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여전히 찬란하게’로 부산을 찾은 김혜자를 비롯해 전도연, 설경구, 정우성, 조인성, 손석구, 류승룡, 조여정, 김현주, 유재명, 박해준 등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주역인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전소영, 김동휘 등도 함께 했다. 해외 게스트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해 배우 나가야마 에이타, 미치에다 슌스케, 사와지리 에리카, 양자경, 판빙빙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사회는 개막작 주연 배우 김민하가 단독으로 맡았다. 무대에 오른 김민하는 지난해 영화제와의 인연부터 꺼냈다. 그는 “작년에 이 영화제에 빚을 졌다. ‘하나코리아’가 관객상을 받았는데, 심사위원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투표해서 주는 상이었다”며 “어쩌면 이 상을 저에게 던져주신 분들이 이 자리에 계실지도 모르겠다”고 객석에 인사를 건넸다.
이어 지난해 개·폐막식을 잇는 말로 올해의 시작을 알렸다. 김민하는 “작년 이병헌 선배님이 이 자리에서 ‘모든 이야기에는 시작이 있다’고 말씀하셨고, 폐막식에선 ‘이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답했다”며 “저는 그 또 다른 시작에 서 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첫걸음을 지금 함께 떼어보자”고 말했다.
배우 김민하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개막 선언은 박광수 이사장과 전재수 부산시장이 함께했다. 전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31살이 됐다. 그동안 영화제를 키워주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330만 부산 시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 한 번 다녀간 뒤 다시 찾고 싶어 앓는다는 ‘부산병’을 언급하며 “시장으로서 이 ‘부산병’이 전 세계로 퍼졌으면 좋겠다. 치료법은 다시 부산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가 내세운 키워드는 단연 ‘위상’이었다. FIAPF는 올해 경쟁·비경쟁 등으로 나누던 기존 분류를 없애고 영화제의 종합적인 국제 영향력을 기준으로 인증 체계를 개편했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와 함께 칸·베를린·베니스 등이 속한 A-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경쟁부문 최고상 ‘부산 어워드-대상’ 수상작은 올해부터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을 얻는다. 국가별 대표작 선정 절차와 별개로 오스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이 자격을 가진 영화제는 칸·베를린·베니스·선댄스·토론토·부산 등 전 세계 6곳뿐이다. 아시아 대표 영화제를 넘어 세계 최정상급 영화제로 발돋움한 셈이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주요 시상도 진행됐다. 한국영화공로상을 받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큰 상을 부국제에서 받게 돼 대단한 영광”이라며 “지난 31년 동안 영화제에 참여하고 성원해주신 부산시민과 국내외 영화인들의 영화에 대한 사랑이 뒷받침돼 오늘의 제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해도 열 곳 넘는 해외를 다니며 직·간접적으로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우 양자경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배우 양자경에게 돌아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은 ‘더 레이디’(2011) 이후 15년 만에 부산을 찾았다. 그는 “아시아 영화계에 바친 삶을 기념하는 이 상을 이곳에서 받게 돼 영광”이라며 “영화 인생을 돌이켜보면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누구도 이 일을 혼자 해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영화 뒤에는 저를 믿고 도전하게 하며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다. 가장 길고 힘든 날에도 그들은 저를 웃게 해줬다”며 “함께 나눈 추억과 교훈, 우정을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무대에 오른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지난 1년을 돌아봤다. 그는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는 관성을 깨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으며 30회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그 사이 한국 영화의 품격과 글로벌 위상이 상승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호응에 힘입어 다시 붙든 질문은 하나였다. ‘부산은 어떤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부를 것인가’”라며 “그 질문 끝에 아시아의 얼굴을 담을 13편을 골랐다”고 경쟁부문 선정작을 소개했다.
2회째를 맞은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중국 거장 장이모우 감독이 맡았다. 장이모우 감독은 “최근 한국영화 중 상당수가 매우 인상적이다.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본다”며 “저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영화들이 아시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며 “이번 영화제를 통해 훌륭한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 팀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개막작은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한 카페를 스쳐 가는 네 쌍의 남녀 이야기를 그렸다. 김 감독은 2016년 같은 카페 배경의 ‘더 테이블’로 부산을 찾은 데 이어 약 10년 만에 개막작 감독으로 돌아왔다.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전소영, 김동휘 등이 출연했으며, 이날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됐다.
올해 영화제는 영화의전당 등 8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59개국 247편의 공식 초청작을 포함해 총 316편을 상영한다.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암살자(들)’ 측이 개막식과 무대인사 등 영화제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변수도 있었다. 첫 아카데미행 티켓의 주인공은 15일 폐막식에서 가려진다. 높아진 위상과 역대급 규모를 앞세운 부산이 다시 한번 세계 영화계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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