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2이닝 동안 56개 볼넷 내줘, 경기당 4.64이닝 소화
현재 리그 지배자 두산 곽빈도 데뷔 초반 제구 약점
박준현. ⓒ 키움 히어로즈
계약금 7억원을 따내며 큰 화제를 모았던 ‘특급 신인’ 박준현(키움 히어로즈)가 압도적인 구위를 갖고도 제구 난조라는 벽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박준현은 첫 시즌임에도 곧바로 1군 무대 등판 기회를 얻었다. 첫 등판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준현은 지난 4월 26일 삼성전에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KBO 역대 13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거뒀다.
직구 평균 시속 152㎞, 최고 159㎞까지 찍힌 압도적인 구위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날카로운 슬라이더까지 갖춘 그는 KBO리그의 새로운 폭격기가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시즌이 진행될수록 박준현은 냉정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상대 타자를 압도할 구위는 분명하지만, 아직 이를 안정적으로 경기 내내 유지할 만한 제구력과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박준현을 따라붙는 가장 큰 문제는 ‘볼넷’이다. 박준현은 올 시즌 15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했지만 소화 이닝은 69.2이닝에 불과하다. 경기당 평균 이닝은 4.64이닝이다. 승리 투수 요건인 5이닝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물론 고졸 신인에게 많은 이닝을 요구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무엇보다 프로 데뷔 첫해인 만큼 체력 관리와 투구 수 제한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준현의 경우 관리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너무 많은 볼넷이 투구 수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준현은 69.2이닝 동안 무려 56개의 볼넷을 내줬다. 현재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볼넷을 많이 내준 투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건우(SSG), 양현종(KIA), 최민석(두산), 왕옌청(한화) 등은 대부분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들인 반면, 박준현은 아직 70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박준현의 제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9이닝당 볼넷으로 환산하면 문제는 더욱 도드라진다. 박준현의 올 시즌 9이닝당 볼넷 허용은 무려 7.23개다. 규정이닝의 50% 이상을 소화한 투수들을 기준으로 보면 KBO리그 역사상 다섯 번째로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규정 이닝 50% 이상 소화한 투수들의 역대 9이닝당 볼넷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야구에서 볼넷은 단순히 주자 한 명을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볼넷이 많아지면 투구 수가 늘어나고, 당연히 투수의 이닝 소화 능력도 비례해 감소한다. 매 이닝 주자가 쌓이면 수비 시간도 길어지고, 멍하니 서 있는 야수들의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야구에서 ‘볼넷을 내줄 바엔 안타를 맞아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박준현이 참고할 대상은 역시나 비슷한 약점으로 고전하다 특급 투수로 발돋움한 두산의 곽빈이다. 곽빈 또한 데뷔 초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경험이 쌓이고 투구 메커니즘과 경기 운영 능력이 안정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박준현 곁에는 볼넷을 줄일 도우미가 있다. 바로 팀 동료인 알칸타라다. 외국인 투수 알칸타라는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이 1.02개에 불과,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박준현과 비교하면 무려 7배 가까운 차이다. 같은 팀에서 함께 생활하고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만큼 박준현에게는 가장 가까운 교과서가 될 수 있다.
박준현에게는 지금의 고전이 앞으로 어떤 투수로 성장할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제구 불안이 계속된다면 그의 빠른 공은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무기가 아니라 투구 수만 늘리는 ‘반쪽짜리 재능’에 머물 수 있다. 곽빈이 그랬듯 박준현이 제구의 약점을 극복하고 차세대 토종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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