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장마 고려해 시즌 후반 예비일 편성
폭염으로 이번주 KBO리그 일시 중단 결정
폭염으로 프로야구가 잠시 쉬어간다. ⓒ 연합뉴스
야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프로야구에서 최대의 적은 역시나 ‘날씨’다.
야구는 투수의 섬세한 손가락 컨트롤 하나, 타자의 0.1초 순간 판단력을 극도로 요구하는 예민한 종목이다. 따라서 야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날씨는 역시나 ‘비’다. 축구처럼 우천 시에도 강행할 수 있는 타 종목과 달리, 빗줄기 하나에도 선수들 플레이가 달라질 수 있는 데다 부상 위험이 급증해 경기를 중단하거나 취소하기 일쑤다.
때문에 KBO는 오래전부터 장마철을 고려한 일정 운영을 해왔다. 시즌 후반 예비일을 확보하고 우천 취소 경기를 재편성하는 방식은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운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40년 넘게 사계절의 변화무쌍한 기상 환경 속에서 치러져 왔다.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이제는 ‘기후 적응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과 마주하고 있다.
봄 : 황사와 미세먼지, 야구장에 불어온 누런 공포
봄철 KBO리그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불청객은 미세먼지다. 과거 한국야구는 봄철 장마가 시작되기 전 경기 수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애썼고, 시즌 막판 차질 없는 일정 소화를 위해 예비일을 촘촘히 편성해 왔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발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습격하면서 경기 운영에 변화가 찾아왔다.
미세먼지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경기 취소 선언이 내려진 것은 지난 2018년 4월이다. 이를 계기로 KBO는 미세먼지 및 황사 관련 경기 취소 규정을 체계적으로 정비했다. 한동안 기상 여건이 개선되며 잠잠하던 미세먼지 이슈는 2021년 5월 무려 8경기나 취소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후 2023년과 2024년 각각 한 차례씩 취소 사례가 발생한 뒤 아직 추가 취소는 나오지 않고 있으나, 미세먼지는 여전히 매년 봄 개막 직후 선수들의 호흡기 건강과 경기력을 위협하고 있다.
봄철 미세먼지로 경기가 취소된 적도 있다. ⓒ 연합뉴스
여름 : 폭염에 프로야구 셧다운…9월초까지 오후 7시 개시
온난화 현상의 가장 치명적인 칼날은 한여름 폭염으로 다가왔다. 연일 전국을 찜통으로 만든 극한 폭염 앞에 결국 2026시즌 프로야구가 잠시 멈춰 섰다. 지난 4일과 5일 전국 각지 구장에서 관람객이 온열질환에 노출되고 선수들마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상황이 잇따르자, KBO는 이틀간 1·2군 전 경기 취소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어 KBO는 6일 10개 구단 단장과 선수협회, 스포츠 안전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한 긴급실행위원회를 소집하고 전면적인 리그 일정 조정 방안을 확정했다. 실행위는 이번 주말까지 폭염 상황을 지켜보고 각 구단이 관람객 안전 대책을 전면 보강한 뒤, 오는 11일부터 리그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KBO는 9월 6일까지 정규시즌 전 경기의 개시 시간을 오후 7시로 일괄 변경(고척 스카이돔은 평일 오후 7시, 토요일 오후 6시, 일요일 오후 2시)했다. 기온과 체감온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야간 시간대로 경기를 몰아 선수단과 팬들의 폭염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폭염 가이드라인도 현실에 맞게 대폭 보완됐다. 경기장 소재 지역에 폭염 중대경보가 경기 당일 오후 1시 전 발효 중이면 즉시 취소하며, 오후 1시 이후 발효 시에도 발효 즉시 경기를 취소한다. 인접 지역에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된 경우 현장 판단을 적극 반영하고, 관람객 입장 이후라도 체감온도 및 선수단·팬 상태를 종합 고려해 경기 중단 및 취소를 결정한다.
또한 3회와 7회 종료 후 쿨링 브레이크 이닝 교대 시간을 4분으로 늘려 고정 운영하고, 5회 클리닝타임 역시 최대 6분까지 확대한다. 연장전 진입 시에도 9회 종료 후 4분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 선수들의 체력 저하를 막기로 했다.
비는 야구라는 종목 특성상 최대 적일 수밖에 없다. ⓒ 뉴시스
가을 : 반팔 입고 치르는 가을야구, 추위와의 싸움도 옛말
매년 10월부터 펼쳐지는 포스트시즌은 한때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특히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선수들은 두꺼운 롱패딩과 넥워머, 핫팩으로 중무장한 채 체온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팬들 역시 쌀쌀한 가을 바람 속에서 패딩 점퍼를 입고 응원전을 펼치는 것이 가을야구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지만 온난화의 여파로 가을야구 풍경마저 변하고 있다. 늦가을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도 반팔 차림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과 그라운드를 누비는 야수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예전처럼 칼바람 속에서 치르는 낭만적인 가을야구 대신, 10월까지 이어지는 이상 고온과 기습적인 폭우가 리그 막판 순위 싸움과 단기전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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