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선언을 해도 중동이 극도로 불안한 이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6.19 07:00  수정 2026.06.19 07:10

종전 선언에도 실효성있는 후속조치 이어질 지 의문

대리세력들을 통한 이란의 지역 패권 더욱 강화될 듯

이스라엘, 종전 선언 반발해 독자 공격 가능성 상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찬을 하던 중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미 백악관 엑스(X) 캡쳐.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공식 서명했지만 이로써 중동에 평화가 오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MOU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는다고 했고 호르무즈 해협은 60일 동안에 한해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으며 미국은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의 이란 재건 계획을 수립한다고 적혀 있다. MOU가 문자 그대로 지켜진다면 좋겠지만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종전 선언이 매우 불안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이란의 지역 패권 야욕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란은 "우리가 승전국"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엄청 두들겨 맞았는데도 일단 버티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아파 벨트의 '저항의 축'을 거느리는 이란의 지역 패권이 앞으로도 강화되면 강화되었지, 약화될 가능성이 적음을 보여 준다. 그간 이란의 파워는 중동에서 똘마니 역할을 하는 대리세력(proxy)을 통해 드러났었다. 대리세력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격으로 상당한 손상은 입었지만 모두 회복 단계에 있다.


가령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괴멸 직전까지 몰렸지만 다시 조직을 추스려 이스라엘을 괴롭힐 준비가 되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지금도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일 정도로 질긴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걸쳐 존재하는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도 이란에 충성을 다짐하면서 주변 미군기지를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예멘의 후티반군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상당한 전투력을 잃었지만 다시 홍해를 오가는 서구 선박을 괴롭히고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날릴 태세가 되어 있다. 대리세력들은 이란의 명령만 떨어지면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국가들을 향해 불을 뿜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동 경제 평화의 핵심은 석유 자체보다는 물류에 있음을 호르무즈 해협 사태가 잘 보여 주었다. 종전 선언을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기뢰 제거, 통과 요금 징수 문제, 선박의 안전 보장 이슈 등이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그마한 충돌 하나만 다시 벌어져도 세계 유가가 급등하고 해운비는 상승할 수 있다.


한편으로 이란의 내부 불안정도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란은 이번 전쟁을 통해 신정체제의 상징인 하메네이라는 절대 지도자를 잃으면서 지금은 특정 개인보다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라는 극렬한 군사조직이 이끄는 나라가 되었다. 따라서 온건파와 강경파가 대립하는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고, 해소되지 못하는 내부 갈등은 외부를 향해 분출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독자 행동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장을 생존 위협으로 간주했고,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스라엘을 제거할 대상으로 여겼다. 트럼프는 기독교 시온주의자로서 '무조건 이스라엘 지지'를 신조로 한다.


하지만 경제 회복을 통해 중간선거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말만 들을 수는 없었다. 이미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이번 종전 선언에 대해 의견의 불일치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패싱'이란 말도 나왔다. 물론 이스라엘이 어느 정도 미국의 의사를 존중하겠지만 생존을 위한 대응이라면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전쟁을 멈추고자 어설프게 맺은 협상은 이란의 숨통을 풀어 주는 역할만 할 따름"이라며 "이란은 약속 이행에는 관심이 없고 일단 살고 보자는 속셈"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이 핵시설을 재건할 움직임을 보인다거나, 미사일 프로그램을 복구한다거나, 하마스나 헤즈볼라 같은 대리세력의 부활을 지원한다거나 하면 즉각적으로 선제 공격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그런데 중동에서 걱정스런 대목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 만이 아니다. 아직 국제뉴스에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다. 한때 군사훈련도 같이 할 정도로 친했던 양국은 튀르키예가 에르도안 집권 이후 세속국가에서 이슬람국가로서 성격을 바꾸면서 양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도 에르도안은 의회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이슬람 형제들을 공격하고 괴롭히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맞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에르도안은 쿠르드족을 학살하고 테러조직 하마스를 지원하며 자국민을 억압하는 독재자로서 이스라엘에 훈계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트럼프도 양국 관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적어도 내가 재임하는 동안 튀르키예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거꾸로 생각하면 트럼프 이후에는 양국이 물리적 충돌을 빚을 위험성도 있다는 말이다.


사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벌어졌던 4차례의 공식 중동전쟁은 모두 이스라엘과 바로 인접한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과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모두 이스라엘과 직접적인 갈등을 회피하는 편이다. 싸워봤자 쓴 맛만 보았기 때문이다.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출신인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도 국가경제 재건에 필요한 미국의 지원을 노려서인지 이스라엘에 대해 적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이란이나 튀르키예 같이 이스라엘과 멀리 떨어진 국가와의 싸움이 향후 중동 평화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중동은 '이삭의 자손(유대인)'과 '이스마엘의 후손(아랍인)'의 대결 뿐만이 아니라, '수니파 종주국(사우디아라비아)'과 '시아파 대부(이란)'의 패권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이번에 이란의 느닷없는 공격으로 어려움에 처했던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앞으로 본격적인 군비 확장을 할 것이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시달렸던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등은 이란에 맞서기 위한 안보 동맹 재편에 나설 것이다. 이는 중동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냉전형 지역 질서가 등장할 가능성을 암시한다.


중동 땅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발상지다 보니 이쪽에 대한 예언도 많은 편이다. 구약성경 에스겔 38장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 말년에 이란을 포함한 대규모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해석하든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든 간에 그만큼 중동의 평화는 요원함을 보여 준다.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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