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명령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 엄청난 용기·결단"
안규백, 태업 간부 징계 보도에 "알려진 내용과 달라"
계엄 가담과 제동 사이…불법명령 거부는 포상? 징계?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 소극적으로 대응한 군인들에 대해 엄청난 용기라며 책임을 물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엄 당시 부대 병력을 이끌고 이동했지만 시간을 지체하며 목적지에는 도착하지 않았던 방첩사령부 소속 대령이 최근 국방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사실상 계엄 집행에 소극 대응한 인사까지 징계 대상에 올린 셈이다.
이를 두고 국방부가 '마구잡이 징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계엄 당시 불법·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현장에서 제동을 걸었던 군인들까지 문책 대상이 될 경우 책임의 경중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1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계엄 당시 국회 진입 등 명령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군인들에 대해선 "명령 불복종으로 처벌될 수 있는 일인데 그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도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쩔 수 없이 출동했더라도 적극적으로 한 게 아니라 소극적으로 대응해서 이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한 중간 간부 및 일선 장병에는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오히려 포상을 해야한다고 했다"며 "어느 기사를 보니 그런 이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하는데 (맞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내란 사태 때 출동한 장병 중 막상 실행하는 데서는 망설여져서 컵라면 사 먹고 시간을 끈다든지, 일종의 태업을 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비난하는 기사들이 좀 있더라"고 경위를 묻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알려진 내용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앞서 방첩사 소속 한 대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출동 명령을 받고도 현장으로 이동하지 않은 채 한강공원 일대에서 시간을 보낸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국방부가 해당 인사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안 장관은 "작년 12월 4일 오전 1시 1분에 비상계엄 해제가 의결되자 하급자가 '대령님, 지금 계엄 해제가 의결됐으니 출동하면 안 됩니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며 "그럼에도 '가자, 따라오라'고 해서 거기(한강공원)까지 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이후이니) 2차 계엄을 준비하러 간 것"이라며 "그래서 (태업을 했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 이상은 틀린 것.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이 이미 해제된 상황이었고 하급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동했다는 정황 등을 종합하면 이후 현장에서 시간을 지체한 대목만 떼어놓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점을 안 장관이 강조한 셈이다. 이같은 설명을 들은 이 대통령은 "새로운 팩트"라며 "우리 국민도 모르는 부분이니 나중에 잘 설명하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1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직권남용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서 유재원 방첩사 사이버보안실장(대령)은 증언 말미 "12·3 계엄의 주범으로 꼽히는 방첩사가…방첩사 내부에도 저항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걸 꼭 기록에 남겨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국방부는 오는 19일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장성 8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연다. 징계위 대상에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 등이 포함됐다.
일각에선 국방부가 뒤늦게 '보여주기식 징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군인들에 대한 헌법 교육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번 내란 사태에서 장병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많이 입었다"며 "군의 특성상 합헌적인, 정당한 명령인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책임은 안 질 수 없다. 그래서 판단할 역량을 갖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사에게 충성하는 게 아니라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고 그게 상사에 대한 충성으로 표시될 뿐인데, 장병들이 충성할 대상이 대통령인지 국가와 국민인지 가끔 착각한다"며 "(교육을) 각별히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제주 4·3 사건 당시 공산주의 유격대와 양민 간의 분리 작전을 주도한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정 과정을 물으며 "4·3 유족들 입장에서 매우 분개하고 있는 것 같다. 방법을 찾아보자"고 주장했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보훈부에서 책임지고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맹종했다.
아울러 국방부는 내년을 목표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사업과 관련해 건조 장소와 추진 방식, 핵 비확산 원칙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포함한 기본 구상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원자로 안전 규제와 잠수함 운용 과정에서의 안전 확보 방안 등 제도적 여건도 단계적으로 갖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선 2026년 11월 열리는 제58차 한미 안보협의회(SCM)까지 2단계 평가에 해당하는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완료하겠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이는 한미 연합방위 체계 아래에서 우리 군의 작전 수행 능력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