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 확장 예고한 장동혁, 노선 전환 시험대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5.12.17 04:20  수정 2025.12.17 04:20

당 기조 변화 의지 내비친 장동혁

행보는 '친윤' 장예찬·김민수 중용

정반대 움직임에 신뢰·반발 교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복도에서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그간 자신만의 타임라인을 강조하며 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특검이 종료되는 이달 말을 기점으로 당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외연 확장 필요성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짙어지는 만큼, 실제 장 대표의 노선 변화가 현실화 될 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마련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과의 예방 자리에서 다수 국민의 뜻을 쫓아 정도를 가 달라는 당부에 "여러 진영 논리가 있지만 국민 전체를 보고 가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나는 작년 12·3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 명이다. 계엄에 대한 나의 입장은 그것으로 충분히 갈음될 수 있다"며 "진영논리와 극단적 생각에 갇히지 않도록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장 대표가 그간 '계획된 타임라인'이 있다고 밝혀온 만큼, 적절한 시점을 기점으로 외연 확장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에는 장 대표가 전날 일부 재선 의원들과 만나 특검이 종료되는 연말을 기점으로 당 운영 기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바 있다.


당내 일부 인사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 대표가 강성 노선을 지속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최근의 강경 행보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당 기조 전환에 나설 것이란 기대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장 대표의 최근 행보가 집토끼 결집 차원을 넘어, 그간 당내 문제 인사로 지적돼 온 인물들까지 껴안는 모습으로 비치며 오히려 당내 반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강성 친윤(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장예찬 부원장은 과거 각종 '막말 논란'으로 지난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데 이어 탈당과 복당을 거친 인물이며, 김민수 최고위원 역시 연일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부원장은) 지난 총선 때 부산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했다"며 "그 부분이 당으로서는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곽 원내수석대변인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잘못된 부분이기에 왜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서 역할을 맡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뉴시스

장 부원장은 임명 직후 한 전 대표를 겨냥한 센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기도 했다. 한 전 대표가 연루됐단 의혹이 있는 당원게시판 논란을 '오래된 고름'이라 규정하며 "이런 사안은 진상 규명을 하지 않으면 덮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름이 안에서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양향자 최고위원과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양 최고위원이 최근 당내 지지율을 지적하며 "뼈아픈 수준"이라고 평가하자, 김 최고위원이 "우리 손으로 뽑은 당대표를 왜 흔드냐"고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장 대표를 향한 불신은 좀처럼 가라앉지 못한 채 당 안팎에 팽배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에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쏟아졌다.


재선 의원 공부모임 '대안과 책임'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쇄신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고, 지도부를 향해 외연 확장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이들은 앞서 12·3 불법 계엄 사태 1주년을 맞아 일부 의원들과 함께 사과 성명서를 주도해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모임 소속 권영진·박정하·배준영·서범수·이성권·조은희·최형두·엄태영 의원을 비롯해 김위상·조승환·김소희·김재섭·김건·유용원 의원 등 초선 의원들과 주호영·김기현·안철수·김성원·성일종·이만희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금 민심은 한마디로 더불어민주당은 믿지 못하고 불안하지만, 국민의힘은 더 못 믿겠다는 것"이라며 "총체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이 과연 위기의식을 가졌는지, 국민 정서를 헤아리는 현실 진단 능력이 있는지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 고정적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맞이하면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나. 전국 지형을 놓고 볼 때 수도권을 놓고 보면 우리 당이 존립 가능한가 위기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별도로 비공개로 열린 초선 모임에서는 새 대표로 선발된 박상웅 의원이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 국가와 당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빠른 시일 내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현안 논의 후 지도부에 전달하겠다"고 예고했다.


전임 초선 의원 대표인 김대식 의원은 모임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정부의 폭정과 민주당의 입법폭주 상황에서 야당으로서 싸워야 한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투쟁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단 현실도 분명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강한 투사도 필요하지만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지금 국민의 마음을 읽고 길을 제시하는 전략과 설계가 더 요구되는 시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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