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나경원
우원식과 충돌로 시작부터 난항
급기야 우원식 '정회' 선포에
여야 강대강 대치 돌입까지
우원식 국회의장이 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서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이 이어진다는 이유로 마이크 전원을 내리는 조치를 취하자,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로 나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비쟁점 법안까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예고하며 극한 대치에 들어갔으나, 첫 주자인 나경원 의원과 우원식 국회의장의 충돌로 정기국회 마지막날 본회의장은 야유와 고성이 뒤섞였다. 급기야 우원식 의장이 필리버스터 도중 국회 정회를 선포하면서 여야 대치는 극에 달했다.
나 의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해당 법안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뒤 지난 3일 여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
나 의원은 우 의장에게 별도의 목례 없이 곧바로 연단에 올랐고 우 의장은 "인사를 안하느냐"고 따졌다. 나 의원이 "조금 이따 말씀드리겠다"고 받아치자 우 의장은 "국회의장에게 인사하는 것은 국민에게 하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나 의원 인격을 우리 국민이 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부딪혔다.
필리버스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도 양측은 충돌했다. 나 의원이 "민주당이 무도하게 8대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해서 철회 요구를 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며 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운영 방식과 의회 독재 등을 문제 삼자, 우 의장이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이라는 이유로 수 차례 중단을 명령하며 마이크를 강제로 차단한 것이다. 의제와 관련이 없거나 허가 받은 발언의 성질과 다른 발언을 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 앞으로 나와 강하게 반발하며 항의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고성으로 대응하면서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계속해 우 의장이 마이크를 차단하자 나 의원은 당에서 준비한 무선 마이크를 내려놓고 발언을 재개했고, 우 의장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라고 따졌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의장석에 나와 나 의원을 거들자, 우 의장은 "잘 모르면 가시라"고 쏘아붙였다.
이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의석에서 소란이 일자 우 의장은 결국 본회의 개회 약 2시간 10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이를 두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면서 "법적 조치에 대해서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원식 의장이 상식에도 어긋나고, 전례도 없는 매우 황당한 본회의 진행을 했다"며 "무제한 토론이기 때문에 시간만 무제한인 것이 아니라 내용에 대한 부분도 제한이 없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청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후 우 의장은 오후 8시 31분쯤 본회의장에 복귀해 회의를 속개했다. 그러나 속개된 후에도 나 의원과 우 의장은 다시 실랑이를 벌였다.
나 의원은 "가맹사업법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패스트트랙으로 올라왔는데 이 취지에 맞춰서 과연 이 법안이 논의됐느냐. 그 설명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의장 마음대로 필리버스터를 무조건 박탈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뭐가 다르느냐"라고 말했다.
또 나 의원이 필리버스터 도중 이번 중단 사태에 대한 항의를 하자 우 의장은 "의제 안으로 들어와서 하라"고 재차 제지했다.
거듭된 나 의원의 사과 요구에 우 의장은 발언을 제지하며 "도대체 난 이렇게 하는 건 처음 봤다"고 지적했고, 나 의원은 "의장 국회 선례 공부하라. 4억 돈 써서 의장 혼자 홍보했다고 민주당 의원들도 뭐라 한다. 편향적으로 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우 의장은 "의제 안에서 얘기하라. 일부러 파행시키려 나왔느냐"라고 맞섰고, 나 의원은 "정회한 것부터 사과하라"고 반박했다. 우 의장은 "국회를 파행시키려는 것이냐"라고 거듭 따졌고 나 의원은 "내 소중한 마이크를 방해하지 말라. 의장께서 파행하고 직권남용 해놓고 지금 누구에게 (그러느냐)"고 했다.
우 의장은 "일부러 파행시키려고 그러는 게 아니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정회할 수 있게 돼있는데 뭘 사과하라는 거냐"고 해명했고, 나 의원은 "(필리버스터 도중) 민주당이 소란 행위를 했다. 그런데 민주당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제지하지 않고 바로 정회해버렸다. 그때 발언할 때는 민주당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의장이 정회 권한 남용했다, 필리버스터를 형해화했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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