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극찬' 李대통령, '선거중립 의무'는 어디에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2.10 00:05  수정 2025.12.10 05:11

서울시장 '明心'은 정원오?…사실상 힘싣기

與 "선거와 무관" 野 "선관위 명확히 제시"

공선법 위반 단정하긴 어려워…"요건 부족"

"헌법상 요구되는 중립 엄밀히 구분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구정 성과를 공개 칭찬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정치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야권은 사실상 여당 유력 후보를 띄우는 행위라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현 단계에서 위법성 인정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90%를 상회하는 긍정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시하며 "일을 잘하긴 잘하나 보다. 나는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구청장이 여권의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사실상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지방행정 경험을 떠올리며 한 일반적 평가일 뿐 선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성과를 칭찬한 것을 선거 개입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며 반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사실상의 '명심(明心) 후보'를 띄우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 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선거운동"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의 선거법상 중립 의무와 사전선거운동 금지 원칙을 훼손하는 행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선거 개입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반박에 나섰다. 김 총리는 전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대통령은 워낙 SNS를 통해 편하게 소통하는 분"이라며 "대통령은 성남시장 때의 시정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 (시정 평가) 의미를 아는 분이기에 점수가 정말 높게 나왔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두둔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단 현 단계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되려면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특정인을 당선시키려는 목적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며 "단순한 정책 성과 언급이나 개인적 소회 수준이라면 위법으로 보기에는 요건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라는 지위의 특성상 발언이 갖는 정치적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반복되거나 보다 노골적인 메시지로 이어질 경우 선관위 차원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영역과, 헌법상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 의무는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며 "형사 처벌까지 가기는 어렵더라도 대통령 발언이 선거 공정성 논란을 키울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내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둘러싼 물밑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아직 뚜렷한 '1강'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 여권 지지층의 표심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박홍근 의원을 비롯해 서영교(4선), 박주민·전현희(이상 3선), 김영배(재선) 의원,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본선 경쟁력을 이유로 한 '외부 차출론'도 여전하다. 당 안팎에서는 김 총리 카드가 거론되는 한편, 외부 인재 영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운 배경을 두고 여권이 서울시장 후보 전략을 기존의 '거물급 인물 중심'이 아닌 '지역 행정형 인재' 쪽으로 선회하려는 신호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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