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국제한반도포럼(GKF)' 개회사
"'적대적 두 국가', 평화에 큰 장애물 될 것
북한의 전략적 지위 상승, 부인할 수 없어
미북정상 만남, 평화 시발점 되도록 해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1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5 국제한반도포럼(GKF) 개회사에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는 남북한은 물론이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우리 소망과는 달리 남북 관계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를 통해 접경 지역의 불안정한 상황은 개선됐지만 남북 관계의 단절, 그리고 경색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지난 정부 3년의 폐해가 너무 넓고 깊었다"면서 적대적 정책이 북한의 대남 적대정책을 불러왔고, 북한은 급기야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적대성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북한이 체제 위협 인식이나 그 어떤 이유로 그 국가로는 유지한다고 할지라도 적대성을 지속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남북 유엔 동시 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등은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 체제를 예견해 온 것"이라며 "평화적 두 국가는 통일을 지향하면서 공존하는 과도기적 단계"라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정 장관은 "북한의 핵 능력은 지난 정부가 등장한 2022년 20개에서 지난해 50개로 2배 반이 증가했다"며 "지난 정부 3년간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미사일 시험 발사 횟수는 이전 정부 5년간에 비해서 두 배 이상이 늘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중단이 지속될수록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며 "대북 제재의 뚜렷한 이완과 한계라는 냉엄한 현실 진단과 평가에 기초해서 조속히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는 상황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면서 "북한의 전략적 지위가 상승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3년간 제재 그리고 군사적 압박에 치중하고 이념적 진영 외교에 치중하는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결정적으로 고도화됐다"며 "지난 정부의 외교 정책, 대북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여전히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 운반수단 기술도 개량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20형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북한과의 대화가 중단될수록 핵·미사일 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선된 전략 환경과 핵 능력 고도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며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며, 대화는 빠를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을 이뤘다며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한반도의 평화 증진, 동북아 평화의 시발점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원장,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등 국내외 석학과 각국 대사들이 참석했다.
김 원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북한이 불신을 쉽게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추진하고 남북 관계의 발전을 도모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간 신뢰를 쌓으며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0월말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등 세계의 지도자가 모두 집결하는 만큼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는 18∼19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공존으로의 전환'을 주제로 2025 GKF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독립과 평화의 의미 및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 정신을 공유하기 위해 한반도 전문가 외에 세계적인 인문학자들을 연사로 초청했다.
첫날에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샌델 교수가 '민주주의의 위기와 평화공존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GKF는 2010년부터 통일부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국제사회 담론을 형성하는 공론의 장으로서 개최한 국제회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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