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이상일 감독, '국보'로 일본 박스오피스 흔들다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8.17 09:36  수정 2025.08.17 09:36

하반기 개봉

이상일 감독의 신작 '국보'가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누적 흥행 수익 100억 엔 돌파를 목전에 두며 전체 일본 박스오피스 55위에 올랐다.


일본 영화계에서 만화 원작이 아닌 작품이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일은 드물다. 역대 일본 영화 박스오피스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애니메이션이며, 범위를 할리우드 개봉작까지 넓혀도 1997년 개봉한 '타이타닉'이 유일한 실사 영화다. '국보'가 100억 엔을 돌파하면 '남극 이야기’(1983/110억 엔), '춤추는 대수사선 더 무비'(1998/101억 엔), '춤추는 대수사선 더 무비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2003/173억 엔) 등 극소수의 실사 흥행작 반열에 오르게 된다.


특히 '춤추는 대수사선 더 무비2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 이후 무려 22년 만에 탄생한 100억 엔 돌파 일본 실사영화라는 점에서, '국보'는 일본 영화사에 새 이름을 남기게 됐다.


'국보'는 작가 요시다 슈이치가 가부키 무대의 쿠로고로 3년간 활동하며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명 소설을 원작이다. 야쿠자 집안에서 태어나 가부키 배우 가문에서 자란 주인공 키쿠오(요시자와 료 분)가 가부키의 세계로 들어와 예술에 일생을 바친 이야기다.


러닝타임은 175분에 달하며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가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은 일본 전통극의 세밀한 디테일과 함께 배우들의 호연으로 지난 5월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됐다.


5월 칸 영화제 초청으로 일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국보'는 탄력을 받아 6월 6일 개봉 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영화는 일본 전통극 가부키의 무대 장치와 분장, 배우들의 몸짓과 호흡을 섬세하게 담아냈으며, 가부키를 소재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입증한 작품이라는 평이다.


니가타현 출신으로 재일교포 3세인 이상일 감독은 졸업작품 '청'(1999)으로 피아 필름 페스티벌에서 사상 최초로 4관왕을 차지하며 데뷔했다. 제목 '청'은 한국인을 비하하는 단어와 '푸를 청'(靑)을 중첩시킨 의미로 재일교포로서의 정체성을 담았다.


이후 '69'(2004)로 장편 상업영화에 입문했고, '훌라 걸스'(2006)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키네마 준보 베스트 텐 1위를 석권하며 주목받았다. '악인'(2010), '용서받지 못한 자'(2013), '분노'(2016), '유랑의 달'(2022) 등 묵직한 주제의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그늘을 탐구해 왔다. 이러한 연출 경력과 주제 의식은 신작 '국보'에서도 이어졌다.


'국보'는 국내에서도 개봉 대기 중이다. 왜색이 짙다는 우려가 있지만, 국내에서 팬덤이 탄탄한 이상일 감독인 만큼 높은 완성도로 하반기 국내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의 호평과 일본에서의 흥행에 이어, 이 기세가 국내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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