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李정부 비판하며 "마주앉을 일 없어"…두 국가론 명분쌓기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7.29 04:20  수정 2025.07.29 04:20

50여일 만에 첫 북한의 대남 공식 반응

손길 뿌리치며 "선임자와 다를 바 없어"

다음달 '한미연합연습' 축소 압박 분석도

화해 손짓에도 냉담…남북관계 악화일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화해 제스처가 담긴 대북 정책에 대해 첫 입장을 밝혔지만 "마주 앉을 일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에 두 달 가까이 힘을 실었던 새 정부의 노력에 냉담한 담화를 내놓은 것이다.


특히 북한이 남북관계를 2년여 전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한 상황에서 긍정적이고 발 빠른 화답을 기대하긴 어려웠기에 속단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8일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과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며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들어서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첫 번째 반응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를 공식입장이라고 못 박았기에 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포함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새 정부의 대북 행동 가운데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전단살포 중지 △개별관광 허용 등을 제시하며 '성의있는 노력'이라고 언급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한국이 이제 와서 스스로 자초한 모든 결과를 감상적인 말 몇 마디로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그 이상 엄청난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이제 강 대 강의 시간을 끝내고, 선 대 선의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거나 "적대와 대결의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한 것에 대해 사실상 평가절하한 것이다.


정부의 대북방송 중단에 대해 "그 모든 것은 한국이 스스로 초래한 문제거리들로서 어떻게 조처하든 그들 자신의 일로 될 뿐이며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세운 데 불과한 것"이라며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된다"고 날을 세웠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김 위원장 초청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헛된 망상을 키우고 있다"며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APEC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개 국가 관계'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특히 이재명 정부가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우리의 남쪽 국경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합동군사연습의 련속적인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라며, 한미는 정세악화의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연합연습을 두고 현 정부가 전임과 다르지 않다고 비난하며 내달 중순부터 한국에서 시행 예정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합연습의 축소·연기를 압박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재명 정부의 불변으로 한미동맹을 지적하고 대적 관계의 상징으로 한미군사훈련을 거론한 것은 8월 한미군사훈련이 남북관계의 주요 분수령 예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좀 더 높은 수준의 남북화해협력의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 한미군사훈련 조정 등의 유연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김여정의 이번 입장 발표는 '백두혈통'인 그가 북한 내에서 외국 대통령급을 상대하는 위치에 있고 이같은 지위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부장은 또 새 정부에서 검토하는 '통일부' 명칭 변경 문제를 염두에 둔듯 "해체되여야 할 통일부의 정상화를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것을 보아도 확실히 흡수통일이라는 망령에 정신적으로 포로됐다"고도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북한의 전략 기조가 내부적으로 정리된 것을 시사한다"면서 "'조건부' 문장이 없다는 점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이미 입장과 전략 기조가 확고한 상태에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두 국가론을 통해 한국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에 정책 운신의 폭을 좁히는 차원"이라며 "한국의 화해 메시지, 국제무대에서의 평화 메시지 등에 응답하지 않는 북한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 조처를 두고 부정적 담화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평화적 분위기 속에서 남북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이러한 언급을 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또 정 장관에게 김 부부장의 담화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지난 몇 년간의 적대적 정책으로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높은 만큼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통일부도 이같은 북한의 부정적 담화에 유의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담화는 북한당국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 대변인은 "지난 몇 년간의 적대 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정부는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일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에 담긴 내용에 대해 구 대변인은 "특별하게 적대적이거나 조롱하는 표현은 없었다"며 "노동신문에도 보도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북한 반응을 두고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인 평화 정착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철학"이라며 "정부는 적대와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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