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개딸 만들겠다"는 전한길에 국민의힘 여진 계속…당 안팎 시각은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5.07.22 00:15  수정 2025.07.22 00:15

"극우·극단세력과의 바운더리 명확해야"

조경태 "인적 쇄신·극우 세력과 결별"

安, 김문수 직격 "친길 김문수 막아달라"

장동혁 "당과 당원 모독 책임 물을 것"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지난 5월 30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서 공정선거 보장을 촉구하는 보수단체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입당을 두고 '거리두기'에 나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혁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 속 '극우' 세력과의 선 긋기가 향후 당 운영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다음달 22일 열린다.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극우·극단세력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며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한국사 전한길 씨는 21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입당한 이유에 대해 "우파의 개딸, 수십만명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을 살려보려고, 호랑이 굴로 들어가서 호랑이든 개든 두드려 잡자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너는 오지 마, 나가라는 건 민주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주인은 의원들이 아니라 평당원들로 나는 앞으로 평당원을 더 모아 좌파의 개딸처럼 '우파의 개딸'들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염두하고선 "우선 후보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을 계속 절연할 것이냐. 아니면 함께 갈 것이냐' 물어보겠다"며 "같이 간다는 후보를 무조건 지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출마 여부에는 "당 3개월이 안 돼 당대표 경선에 나가거나 투표할 수 없다. 선관위에 나를 위한 예외를 만들어 달라고 할 생각도 없다"고 일축했다.


전 씨는 우선 출마에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 던져진 충격파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사흘 동안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지난주 대비 3%p 상승한 46%로 지난 2월부터 줄곧 지지율 선두를 지키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지난주와 동일한 19%로 2주 연속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 내에선 '윤 어게인' 핵심 인사인 전 씨의 입당이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명분을 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 전략부총장은 "전한길 입당이 승인되면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사상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허용한 정당이 된다"며 "이렇게 되면 구제불능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주장은 힘을 더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한길 주장대로 윤석열을 옹호하는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위헌정당 '빼박' 사유가 될 것"이라며 "당 지도부는 김계리 입당 불허와 같은 단호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당 차원에서도 수습에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전 씨에 대해 "최근 전한길 씨 입당 문제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고, 그동안 전 씨의 여러 언행에 대해 당헌·당규에 적절하게 조치할 방안이 있는지 지시한 바 있다"며 "서울시당으로 하여금 전한길 씨 언행에 대해 조사를 검토해서 별도로 보고하도록 오늘 다시 한 번 지시를 했다"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당헌·당규상 전 씨의 과거 행동과 발언이 위배되는 게 없는지와 관련해 서울시당과 중앙당에서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이야기가 진행됐다"며 "우리 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공감대를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특히 윤희숙 혁신위원회 출범과 함께 당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극단적인 세력과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그런 차원에서 지금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예를 들어 우리 당은 계엄을 반대해왔는데 (전 씨가) 계엄을 옹호하는 등 우리 당이 가는 길과 맞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아직 지금 단계에선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윤리위나 당무감사실을 통해 필요한 조치가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들은 지도부의 준비된 인물로서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른바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극단 세력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메시지에 녹이는 데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 의원은 인적쇄신위원회 구성을 공약하며 "과감한 인적 청산만이 국민의힘이 다시 사는 길이다. 잘못된 과거와의 완전한 절연을 통해 우리 당을 살려내겠다"고 했다. 이어 "당과 보수 진영을 위기에 빠트리고 여전히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는 구태 세력을 읍참마속(泣斬馬謖·원칙을 위해 아끼는 사람을 버림) 하지 않으면 우리 당과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12·3 비상계엄 해제에 즉각 나선 후 일련의 모든 결정을 국민의 뜻에 따라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만약 이번 기회마저 어정쩡하게 넘어간다면, 우리 당은 국민의 외면 속에서 민주당의 공격은 물론 극우세력에게까지 둘러싸이는 사면초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는 대선 직후 우리 당을 '쓰레기 더미'라고 표현한 후, 이제 혁신을 '당이 깨지는 자해행위'라고 주장하고, 윤어게인(윤석열+어게인)·부정선거·계몽령(비상계엄+계몽)을 옹호하는 세력들을 당에 수용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는 새로 선출될 당대표의 얼굴로 치러지게 되는데, 과거로 회귀한 당대표로는 서울·수도권·충청·부산 등 접전지에서 유세조차 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안 의원은 "우리가 먼저 혁신하지 않으면 명분도 신뢰도 얻을 수 없다"며 "여전히 제5공화국(전두환정부)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과거만 바라보고 있다면, '친길(친전한길) 당대표'가 되려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극우~반극우로 전당대회를 치르는게 아니라 반헌법적인 부분은 일단 배제하고 (전당대회를) 치르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극우 세력을 포함한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고, 극우·극단세력과의 바운더리를 명확하게 하고 그 안에서의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연가시가 숙주인 사마귀의 뇌를 조종해 물가로 이동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처럼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현 상황 자체가 난센스"라고 질타했다.


반면 장동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에 찬성했던 내부 총질 세력이 탄핵에 반대했던 수많은 국민과 국민의힘, 나를 극우로 몰아가는 꼴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장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극우 프레임을 깨부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세력과 반자유 민주 세력의 싸움이 됐다"며 "이 싸움에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일 내부 총질자들에 의해 당이 온통 극우 프레임에 빠지고 있다"며 "반드시 당대표가 돼 당과 당원을 모독한 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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