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혔던 길 다시 열렸다"...H20 수출 재개에 韓 반도체 '숨통'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7.16 11:00  수정 2025.07.16 11:00

15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H20 수출 가능"

삼성·SK하닉,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

미·중 정치적 변수는 여전...신중히 접급해야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의 판매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주목된다. 결과적으로 일시 중단됐던 수요가 재차 복원된 셈인 만큼, 업계는 본래 있어야 할 수요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저사양 메모리 제품의 활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더해 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GDDR)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일부 수혜 가능성도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5일 중국 관영 CCTV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중국 수출을 금지한 지 약 3개월 만에 재차 승인이 났다.


황 CEO는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제품의 중국 수출을 승인했다"며 "중국에 H20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중 AI 패권 경쟁 속 자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설계한 '중국 맞춤형' AI GPU로, 기존 H100이나 A100 대비 연산 성능이 낮은 제품이다. AI 시대의 도래로 데이터센터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韓 반도체 "정상화 기대...숨통 트여"

국내 반도체 업계는 H20 수출이 새롭게 열린 기회라기보다는, 정치적 변수로 한때 가로막혔던 흐름이 다시 정상화된 데 더 가깝기 때문에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잠시 잃은 게 다시 회복되는 것인 만큼, 단기간 내 규제 이전의 수요보다 더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저사양 제품의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부 기업들의 전략적 이점은 예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H20에는 HBM3와 HBM3E가 주로 탑재된다. 삼성전자가 아직 엔비디아의 HBM3E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만큼 HBM3 물량을 맡고, SK하이닉스가 HBM3E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완화 움직임이 국내 기업의 GDDR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GDDR은 그래픽용 D램이지만 HBM보다 생산 난이도와 가격이 낮고, 데이터 처리 속도도 비교적 빨라 대체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가 하반기 출시를 예고한 중국 수출용 저사양 칩에 GDDR7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일부 수혜도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GDDR7 양산을 시작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GDDR7을 최초 공급했으며, SK하이닉스가 뒤를 따랐다.


다만 미국의 이같은 결정이 중국과의 정치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언제든 상황이 변화할 수 있다는 업계 안팎의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수출 허가 배경으로 지난달 중국과 합의한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 해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워낙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치적 변수가 많다보니 예단할 수 없다"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또다른 악악재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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