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韓 뮤지컬②] 제2의 ‘어쩌면 해피엔딩’ 탄생도 가능할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15 08:48  수정 2025.07.15 08:48

체계적 지원과 꾸준한 해외 도전 결실

지원 시스템 고도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필요

'어쩌면 해피엔딩' 한국 공연 ⓒCJ ENM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한국 소극장 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 대극장으로 확장해 성공한 첫 사례이자, 작품상 외에 한국인 창작진이 최초로 극본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초기 창작부터 개발, 상업화, 해외 진출까지 뮤지컬 생태계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구현한 것입니다.” (한국뮤지컬협회)


한국 창작자가 만든, 한국 배경의 작품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석권은 한국 공연계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의 ‘시작점’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 역시 단순한 우연으로 찾아온 행운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작품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꾸준히 이루어진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다. 우란문화재단의 창작 지원 사업으로 2015년 리딩(낭독 공연)과 트라이아웃 공연(시험 공연)을 마쳤고, 2016년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우란문화재단은 민간 재단으로서, 창의적인 인재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만들고자 한 고(故) 우란 박계희 여사의 뜻에 따라 2014년 설립됐다. 창작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품을 실험하고 발전할 기회를 제공하고, 상업적인 성공만을 좇는 것을 넘어 예술적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초기에 쌓은 탄탄한 기틀이 글로벌 시장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한국어 버전 공연과 함께 영어 버전 공연도 투 트랙으로 추진됐다. 2016년 뉴욕에서 우란문화재단 지원으로 리딩 공연을 한 후, 토니상을 여러 번 받은 베테랑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드가 영어 버전 ‘어쩌면 해피엔딩’의 제작자로 나섰다. 2020년 애틀랜타에서 성공적으로 트라이아웃을 마쳤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브로드웨이 입성은 지난해 가을에야 이뤄졌다.


이처럼 한 작품의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역량 있는 작품을 발굴하며 육성하는 지원 시스템이 존재한다. 비단 ‘어쩌면 해피엔딩’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창작 뮤지컬의 발전과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 기관, 지자체, 민간 재단 등이 주체가 되어 다각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소극장협회

대표적으로 서울시 내 민간 소극장 임차료 지원을 통해 연극·뮤지컬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공연예술 문화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서울형 창작극장’. 공연 예술단체와 공공 공연장 간의 상생 협력을 도모하는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 등이 있다.


또 우란문화재단과 유사하게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의 ‘공연예술창작산실’ 등의 창작 지원 사업들도 운영된다. 이 외에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DIMF 창작지원작’, 충무아트센터의 ‘뮤지컬 하우스 블랙앤블루’ 등 다양한 지원들이 한국 뮤지컬 창작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해외에서의 성공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창작 지원 시스템의 양적 확대와 질적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공연 제작자는 “현재의 지원 사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오랜 시간 공들여 발전시켜야 하는 작품들을 위해서는 더욱 장기적이고 유연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초기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창작자들에게 맞춤형 컨설팅과 해외 인력과의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글로벌화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력 양성 및 네트워크 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창작자, 배우, 스태프를 양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해외 뮤지컬 산업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국제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K-뮤지컬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제 페스티벌 참여, 공동 제작 기획 등을 통해 한국 뮤지컬의 존재감을 꾸준히 알리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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